동천 장대 다리 건너 길가에 늘어선 노점상들 추위에 얼어붙은 물길처럼 바닥에 모여 옹기종기 햇볕을 쬐고 차가운 바람에 마른 물풀처럼 건조해진 낯빛 고개 간간히 치켜들고 지난여름 기억하는지 갸웃거린다 때마침 시골서 올라온 할머니들 짐 보따리 실린 버스 들어서자 장꾼들이 먹이 낚아채듯 보따리를 서로 잡아당긴다 우르르 몰려드는 장꾼들의 난장 마른 강에서 아침을 때우려는 쇠백로 긴 부리를 쏙 빼닮았다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듯 거칠어진 입의 긴 부리로 물고기의 숨통을 물고 늘어지는 장날 아침 절박한 입들이 놓칠 수 없는 보따리 질긴 목숨처럼 각축은 쉽게 끝날 기미가 없다 덜컹거리며 58번 버스가 떠나자 동천 쇠백로 하나둘 흩어진다
용접공 조 반장 철야기
바람에 데어도 화상이다 쇳물을 뽑아내는 거대한 기계장치도 하찮은 바람에 부딪혀 화상을 입는다 바람이 심해 속으로 스며들 때마다 데인 상처의 집 틈새는 더 커지고 그 바람 집을 메우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익숙한 용접공의 철야는 천팔백 도 고열과 밤을 꼬박 새울 수 있는 올빼미의 눈을 가져야 한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바람을 누르고 바람 집 속으로 빨갛게 타 들어간 자신의 살덩이를 밀어 넣어야 한다 부서져 주저앉아버린 기계 장치 서서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본 뒤에야 충혈된 별자리 매듭처럼 풀어지는 용접공 조 반장 부서진 기계는 고쳐 놓았지만 밤사이 몸에서 빠져나간 살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 뼈마디 속 바람이 몸에서 굴러다니는지 쇳소리가 난다 용접공은 제 몸에 난 바람구멍조차 스스로 메울 수 없어 그 바람 소리를 평생 듣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