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0.
코로나 기간 동안 교육 관련자들이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저하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결국 서울시의회가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는 조례를 만들게 되었다. 그동안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여, 이제 속 시원한가.
아침에 뉴스를 잠시 보니 이 조례를 옹호하는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큰 목소리로 "학생들 기초 학력이 뚝뚝 떨어지고"있다고 했다. 뚝뚝이라는 말에 어찌나 힘을 주던지.
언론 기사에 의하면 서울시교육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례가 통과되었다고 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가 얼마나 힘이 없으면 교육을 도통 모르는 사람들이 나서서 학생들을 경쟁과 서열로 내모는 뻔뻔한 짓을 버젓이 저지르게 되었나. 서울시의회가 이렇게 힘으로 밀어부치는 것은 이들의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욱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난다.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학교가 생기기 시작하면 학교 서열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은 학교는 학부모의 원망을 듣게 될 것이고 검사 결과가 높게 나오도록 교사와 학생들을 닥달하게 될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이 서열화에서 높은 학교를 찾아 이사하는 일도 잦아질 것이다.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이유가 서열과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무슨 회개망칙한 망언인가. 기초학력은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초학력은 삶을 살아가는데 누구나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에 불과하다. 굳이 학교별 결과를 공개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전문가인 교사가 학교에 있지 않는가. 실력이 뛰어난 우리나라 교사들이 학생의 기초학력 수준을 충분히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다. 학교별 결과 공개는 교육을 모르는 사람들이 교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교육 관련 종사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제발 현재 학생들이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말을 멈추길 바란다. 정녕 우리 교육은 지식 습득의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인가? ChatGPT가 논리적인 글을 써서 인간의 능력을 넘보고 있는 요즘인데 여전히 지식의 양으로 기계와 쓸데없이 경쟁하려고 하는가. 교육학 박사들 중에서도 기초학력 저하가 문제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초학력 저하라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않길 바란다.
교육 관련 종사자들이 기초학력 저하를 문제 삼지 말고 교육에서 비판적 사고의 부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길 간곡히 당부한다. 비판적 사고 강조는 지금의 경쟁과 서열화를 깨고 교육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삶과 교육을 분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타인과 대화하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를 갖게 된다. 초중고 과정을 거치면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면 교육의 중요성도 함께 깨닫게 될 것이다. 배움 중심의 교육 본연의 모습을 우리도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시의회는 당장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에 대한 조례를 철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