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1] 바른 정치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3.02.15 00:31
땅이 요동쳐 지표면 위의 모든 것을 내동댕이쳤다. 수많은 지붕과 기둥이 뒤집어지면서 동시에 온 도시에 부서지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금속에 떨어진 것인지, 번개가 한순간 황제상 위에 머물렀다. 그러자 청동상과 기둥이 흔들거렸다. 그것은 온 도시를 울리며 쓰러졌고 산산조각이 나 떨어져 그 아래 보도를 박살 냈다. 그 소리와 충격에 글라우코스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땅은 아직도 진동하고 있었다. - 에드워드 불워 리튼 ‘폼페이 최후의 날’ 중에서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규모 7.8의 강진이라지만 건물들은 발파 해체하는 빌딩처럼 폭삭 무너져 내렸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시민은 2000만명, 사망자는 적어도 수만, 많게는 10만명이 넘을 거라고 한다.
서기 79년, 글라우코스는 연적의 모함을 받아 살인 누명을 쓰고 폼페이의 원형경기장에서 처형될 위기에 놓인다. 그날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다. 땅이 흔들리고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들이 무너진다. 화산이 불을 내뿜는 아비규환 속에서 관중과 시민들은 달아난다. 글라우코스도 연인의 손을 잡고 달린다.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천재지변을 막을 순 없다. 그래도 지진에 대비한 건축물은 흔들릴 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1999년부터 지진세를 걷은 튀르키예였지만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부실, 불법 건축물을 관리 감독해야 했을 정부가 사용 내역도 밝힌 적 없다며, 구조가 지연되고 있는 폐허 속에서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남의 불행 앞에서 자신의 안전에 뒤늦게 가슴 쓸어내리는 존재가 사람이다. 발생률이 낮긴 해도 지진 노출 지역인 우리나라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관리 감독이 철저한 덕에 지진으로 건축물이 무너질 확률은 낮다고 한다.
정치는 멀리 있지 않다. 교육, 일자리, 주택, 교통, 방역, 재판, 세금 심지어 드라마와 영화까지 정치와 무관한 건 하나도 없다. 법과 제도를 결정하는 정치가 전쟁은 물론 자연재해 앞에서도 생사를 가른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정치인들을 다그치고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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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2.15 05:42:04
정치인 잘못 뽑으면 국민이 고통 당한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좀 의식수준을 높여서 올바른 정치인을 뽑아 나라 살림을 맡겨야 한다. 지난 문가 정권 5년이 좋은 예다.
답글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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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위의 하얀집
2023.02.15 00:48:30
우리는 올바른 정치인들의 판단하에 사회가 평화로운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자고나면 상대를 못잡아먹어 혈안이고 국민이 뽑아준 정치인들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날마다 나라를 못뒤집어 안달이고 상대를 요절못내 눈에 쌍심지켜고 득달이니 이게 나라냐고 이런 기막힌 현실속에서도 자기들 밥그릇 챙기는데만 사활을 걸고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막가파정치를 보면서 이건 자연재해 보다 더 위험하다 싶다
답글작성
14
1
총선승리는 지상과제
2023.02.15 01:58:08
그래서, 김X 성, 유.X민, 이X석, 권X 동, 장X 원 등 바미파 출신들을 다그쳐야 합니다.
답글작성
8
0
오병이어
2023.02.15 02:58:56
로마 그리스 터키 성지순례 때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돌덩어리만 남은 유적지를 보며 마음이 처연했었는데 또 다시 비극이... 내진설계 건축법이 더욱 강화되야 할 듯...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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