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숨결 느끼기' 열다섯번째 순례 _ 1
낙동강 숨결느끼기 1박 2일 순례가 3월까지만 한다기에
또 갈까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약속을 정하는걸 워낙 싫어하는 데다가 날씨도 안좋다고 하고
금요일즈 음 마음 내키면 지난번처럼 빽으로 묻어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다섯번째 순례 신청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한살림 생산자 모임에서 30명이 단체신청을 하는 덧글을 보게 되었고
마음은 '사람이 많아서 못가면 어쩔 수 없지...' 라고 하는데
손가락이 순례신청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순례신청했으니 짐 챙겨야쥬~
차암 쉽죠~ 잉~
강창교를 지나 파헤쳐지는 논 앞에서 지율스님이 공사현장에 대해 설명합니다.
땅에서 농사 짓는 분들인데 이런 걸 보시는 마음이 어떨지...
제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제방쪽으로 가는 길에 까치가 반겨줍니다.
얘들...이 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는 있을까요?
2주 전과는 아주 딴곳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땅을 긁어서 이렇게 모아둔 뒤에 모래로 복토를 하고
그 위에 다시 덮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내가 모를줄 아나!!!!
강에서 퍼올려진 모래는 점점 농지를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생매장 당할지 모를 위기에 처한 허수아비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도로보다 낮았던 농지가 모래더미에 깔렸습니다.
모래더미는 작은 산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주보 공사현장에 가기 위해 모래언덕을 넘기로 합니다.
이게 낙동강인지...사막인지....
처음 이곳에 왔을때엔 제방길이 어설펐는데
트럭들이 얼마나 자주 오가며 모래를 퍼다가 날랐는지
길이 실하게 다져져 있습니다.
이제 완전히 도로가 다 되었습니다.
제방에 올라서서 우리가 온 길을 내려다 보니
암울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강쪽은 더 암울합니다.
이제 강 한 가운데까지 길이 났습니다.
모래를 퍼 나르기 위한 길이....
스님은 낙동강 개발이 계속된다면
가장 크게 직접적으로 피해 보는 사람은
이 공사를 강행해서 이득을 보는 몇몇 서울사람이 아니라
이 강줄기 주변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시멘트를 깔았을때 사진을 찍었던것 같은데
이제 철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마음이 급합니다.
자전거 도로로 올라가는길에 이 근처 지도가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강줄기 주변에 넓은 모래사장이 보이시죠?
잘 봐두세요.
이 파괴행위가 계속 된다면 이 지도를 바꿔야합니다.
다시는 수 없을지도 모를 모래사장입니다.
이번 순례길에는 자전거 여행이 취미인
자전거 도로 전문가(?)를 모셨습니다.
제 휴대폰에 '엄친아'라고 입력되어 있는 오라비입니다.
순례길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파트너를 바꿔서 델구오는
나는야 진정한 앗싸노바~ㅋㅋㅋ
자전거 도로는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고 있었습니다.
겨울에 단단했던 흙이 녹고 건조한 바람에 알갱이들이 생기고
비탈길에서는 이 알갱이들이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시멘트와 흙을 실리콘같은 걸로 메꿔주려 한 흔적이 보입니다.
자전거 도로를 걷던 '엄친아'오라비는 말합니다.
"음...이 공사에 결재한 사람 싹다 오라고 해서
이곳에서 자전거로 완주하게 해야 해.
그래야 지들이 무슨짓을 한 지 뼈저리게 느낄거야."
자전거는 커녕 경사가 심해서 걷기만 해도 쉬어가야 합니다.
자전거 도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이 곳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전망이 좋은 곳이라 소나무 숲으로 만들기 위해
있던 나무를 싹 다 베어내고 묘목을 심었답니다.
헐~
이 아이디어 낸 사람들에게 당신들 머리털 싹 뽑고
다른 머리카락으로 다시 심자고 하면 결재판에 사인 해 줄까요?
아...그 머리 내가 뽑아주고 싶당...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두가지 개발행위를 하겠다는 표시겠지요.
깃발들!
죄없는 얘들까지 자꾸 미워집니다.
전망대에서 공사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상주가족입니다.
카메라도, 렌즈도 내꺼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나도 저걸로 찍으면 더 잘 기록할 수 있을텐데....
(목수가 연장탓합니다. ^^;)
아...그리고 호박죽을 세 번이나 얻어 먹고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이 분이 순례자들의 아침 호박죽을 공짜로 제공해 주시는 분이란 것을....
카메라만 좋은게 아니라 마음은 훨씬 더 좋은 분이었습니다.
오늘에서야 감사인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자전거 도로를 걷다가 지름길로 내려와 절에서 물을 마십니다.
꿀맛이죠~
약수로 목을 축이고 상도 촬영지로 향하는 길
개나리 꽃은 봄이 왔음을 알려 주는데
낙동강에도 봄이 올까요...
낙동강이 무서운 속도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훗날 우리 아이들도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래사장을 걸으며
함께 사는 많은 생명의 발자국을 볼 수 있도록
도 와 주 세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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