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하늘을 희롱하고 있는 여름날, 두터운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그나마 이런 날은 걸을만 할 터, 무척이나 오랜만에 대한다원을 찾는다.
쑥쑥 자라난 삼나무 사이를 걸어 키오스크에서 매표를 한다.
녹차밭으로 오르는 길, 장맛비로 불어난 계곡의 물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시원스레 흐르고 있다.
이곳엔 아직 수국의 보랏빛과 청색의 쨍함이 살아 있다.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삼나무와 녹차밭 아랫자락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다.
아주 어렸을 적 두 아들이 사이좋게 놀던 길을 따라 걷는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그 순간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박제해 놓고 추억으로 남긴다는 점에서 참 즐거운 행위이다.
사랑스러웠던 아이들의 사진을 들춰보고 나도 그 자리에서 한 컷.
절로 미소가 입가에 남는다.
녹차밭의 전경을 보기 위해 가장 높은 전망대로 오른다.
해는 모습을 감췄지만 습기 잔뜩 머금은 날씨 덕에 손수건은 금세 축축해진다.
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시원한 바람이 송송 맺힌 땀방울을 닦아준다.
곡선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가우디와 한국인의 미가 생각나는 풍경이다.
곱게 깍아놓은 녹차밭을 물결치듯 쓱쓱 그어놓은 이랑들은 완만한 곡선의 초록바다를 만들어 놓고 있다.
중앙전망대에는 외국인 연인이 독차지하며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다.
그 모습이 싫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움 듬뿍 담고 가 퍼나르면 좋을테니.
사람들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주목나무길로 걷는다.
대나무길로 이어지며 야생의 흙길을 걷게 한다.
자연스럽게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시누대 터널을 지나 굵은 대나무에서 떨어져 누렇게 변한 댓잎들이 펼쳐놓은 길을 걸어 나오면 어느새 입구에 다다른다.
잠시 계곡물이랑 놀며 땀 식히기.
마음도 몸도 다독여준 힐링의 시간들이다.
(흐린 날씨에는 바다전망을 볼 수 없다기에 패스했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 삼나무길이 있다. 거기도 걸어 보는건데, 에궁 아쉽다.)
7km 정도 거리에 있는 율포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우와, 상전벽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예전에 찾았던 백사장은 조개 파편들이랑 해초들로 꽤 지저분했는데 말끔하다.
노상 샤워시설도 갖춰 놓고 해송들 사이 이런 저런 조각품들도 보인다.
무지 오랜만에 오긴 했나보다.
버기카도 지나다닐 만큼 단단한 모래사장이 쭈욱 이어져 있다.
파도랑 놀아주는 일을 빼먹을 순 없지.
치맛자락 휘잡고 깡충거리는 재미는 여전히 즐겁다.
한옥카페, 춘운서옥.
보성에선 꽤나 알려진 카페다.
동굴에도 테이블이 있지만 특유의 쾌쾌한 냄새로 패스.
정원이 드리워진 본채 한옥으로 들어가 자리한다.
쥔장은 수집벽이 있나보다.
갖가지 옛물건들이 빼곡히 차지하고 앉아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문짝을 떼어 천장 조명을 은은하게 비추게 하는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역시 한옥의 멋스러움은 우리들의 자랑이다.
보성에서의 하루는 우리 멋에 취하게 하고 어깨 들썩이게 한 힐링의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첫댓글 똘방똘방 아들 둘의 사진이 새롭네요. 카페 회원의 2Jay가 사진의 작은 아들인가요.
장마철과 삼복 더위 동안 건강한 여름 되시길 바랍니다.
회원 가입한 2jay는 큰아들이에요.
지금은 둘 다 30대가 되었네요.
세월의 무상함이란~^^;;;
밤에도 더위때문에 잠자는 게 쉽질 않아요.
건강 잘 챙기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