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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길고 긴 안양천변을 걸어 한강에 다다르는 구간이었습니다.
원정대장은 시작할 때 이번 코스는 자전거길과 동행하므로 안전에 각별히 조심해 달라는 것과 웬만하면 자전거길로 들지 않게 했으니 뚝방에 올라 안양천의 전망을 즐기면서 걸으라는 당부가 있었지만, 6회 차를 지내오는 동안 '한 줄로...', '우로 밀착'이 익숙해진 우리들은 앞사람 꼬리를 따라가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이런.. 주는데도 못 챙겨 먹다니... ㅠ.ㅠ
안양천의 총길이를 100리(40km)라고 보더라고요.
그중에서 40리(16km) 길이의 안양천과 5리(2km) 정도의 한강을 옆으로 걸었는데, 우리가 걷는 그 길은 서해안고속도로와 1호선, 경부선이 지나는 철길과 하늘길이 교차되기도 하고, 기아대교, 안양천교, 금천한내교, 금천교, 하안교, 철산대교, 광명교, 뱀쇠다리, 사성교, 고척교, 오금교, 신정교, 신정잠수교, 오목교, 목동교, 희망교, 양평교, 양화교, 염창교 등 수도 없이 많은 다리가 교차되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학교 어떤 시험에는 시험 족보라는 것이 있어요.
후배들에게 기출문제지를 건내면서 시험 잘 보라고 격려하는 그런 것이죠.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에도 소위 족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선배 기수들이 후배 기수들이 원정을 시작할 때 응원의 떡도 해서 돌리시고, 몇 째 주는 뭘 하고, 어디서는 뭘 하고, 어디서는 뭘 사 먹을 수 있고, 뒤풀이 장소는 어디가 좋다'는 등의 구전되는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 모두가 솔깃해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13~4코스를 돌 때 어느 다리 아래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여 이번 14기에도 그것을 과감히 시도한 조가 있었는데요,
과연.. 그들은 제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맛있는 점심을 드셨을까요?
1시경 신정교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다는 처음 계획이 영등포구의 여러 가지 행사로 인해 수정되면서, 신정교 못 가서 오목교 아래로 장소가 바뀌고 시간도 30여분 앞당겨져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짜장면을 시킨다는 조에게 점심 장소와 시간이 바뀌었다는 것과 고척교를 지날때쯤 근처 중국집에 주문하면 얼추 시간이 될 거란 정보를 주었다고 합니다.
길을 걷고 있는 중 어느 다리 밑으로 짜장면이 배달될 거란 재미있는 사실에 다른 원정대원들과 강사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오목교에 도착했습니다.
짜장면을 시킨 2개 조 외에는 가지고 온 도시락을 펼쳐 점심 식사를 시작했고, 식사를 하는 중에도 짜장면이 언제쯤 도착할 지 모두 궁금해서 그 조원들이 앉은 곳을 힐끔힐끔 쳐다보았습니다.
주어진 점심 시간은 끝나가는데 철가방이 나타나지 않자 짜장면을 시킨 2개 조는 점점 얼굴색이 어두워져만 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눈물 나던지.. (우스워서요... )
설마 우리가 점심을 못 드신 2개 조를 두고 출발 시간 되었다고 식사도 못하게하고 출발했겠습니까? ㅎㅎ
잠시 후 보통은 중국집 오토바이가 와서 "짜장면 시키신 부~~~운~~" 이러는데,
우리는 오토바이가 지나가자 "아저씨~~~~ 여기요~~~~" 하면서 반가워 하는 모습에 나머지 조원들은 모두 배꼽 빠지게 웃었답니다.
걷기 전날 제법 세찬 비가 내려 먼지도 싹 걷어내 주었고,
그늘 없는 한강길은 적당한 구름이 내려앉아 햇살을 가려주었고,
나뭇잎 살랑거릴 정도로 가볍게 부는 바람은 우리의 땀을 식혀 주었습니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백일홍 만큼이나 붉은 우리 대원님들의 열정이
한바탕 소동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으로 쌓게 된 7회 차 걷기였습니다.
26일 8회차는 노을 하늘공원 아래 메타세쿼이아 쭉쭉 뻗어 있는 시인의 거리에서 모두 감성 돋는 시 한 편 읊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