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천6백여년전
춘추시대
정나라
목공의후궁
요자가
하희를낳았다
요자는
일찍이아들
자학을낳았으나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나보냈다
그녀가
뒤이어얻은
하희는
하늘이
온통
이아이에게
아름다움을
내렸다고
할만큼
절색이었다
누에나방의
촉수처럼
가늘고긴데다
활처럼
완만하게굽어진
미인의
눈썹을가리켜
아미라이르고
아름답고
둥글고
큰미인의눈을
살구씨에빗대어
행안이라이르고
복사꽃같은
미인의
뺨을일러
도시라고하는데
이모든것을
두루두루
갖추고태어난
인물이
바로
하희였다
그런데하희는
아직
출가하기전에
목공의
또다른
후궁에게서난
배다른오라비
만과
남몰래
정을통했다
이일은
만이갑자기
세상을
떠남으로써
끝이났다
춘추시대
여러제후국
중앙의
송나라
바로아래
진나라가보인다
그뒤
하희는주읍을
식읍으로받은
진의대부
하어숙에게
시집갔다
정나라
도읍지에서
이곳까지는
무려 6백리에
이르는곳
산넘고물건너
좁은길굽이굽이
펼쳐진
이길을상상하면
오늘생각해도
결코가까운
거리가아니다
그녀는
하씨의부인이된
이때부터
하희라는이름을
갖게되었다
그런데
하이바를
갸웃할만한
일이벌어졌다
하어숙에게
시집온지
아홉달도
채되지않은
하희가
사내아이를
낳았던것이다
하어숙은
하이바를
갸웃했지만
그것도잠시뿐
하희의
미모에빠져
더이상
따지지않았다
이때낳은
아이의이름이
하징서였다
이아이가
열두살이
되었을때
혈기넘치던
장년의젊은이
하어숙이
병으로쓰러져
일어나지못하고
세상을떠났다
과부가된
하희는
독수공방하며
주읍에
은거할수밖에
없었다
당시
하희의나이
서른이넘었지만
눈처럼
흰피부에
매력적인눈은
아름다운
몸매를
더욱돋보이게
만들었다
오래지않아
주읍에살고있던
공녕과
의행보가
하희네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들은얼마뒤
앞뒤로
하희의잠자리
손님이되었다
이들둘은
벌써부터하희의
미모를엿보며
한시도
잊지못하고
있었던것이다
어느날
의행보를만난
공녕이
바지를슬쩍
내렸다가
다시올렸다
깜짝놀라
눈을비비던
의행보가
이렇게물었다
아니..
그건속옷이
아닌가
그것도
여자속옷이
공녕은
어깨를한번
으쓱하더니
자랑
스럽다는듯이
한마디
툭던졌다
하..
하희가
내게주었지
자기가
입던속옷을
의행보의
머릿속이재빨리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도벌써부터
그녀를
마음속으로
애틋하게
생각하며
그리워했던
터였다
그랬기에
가만가만
하희에게
접근했다
하희도
의행보에게
마음이끌렸다
큰키에우뚝한
콧날을보자
그대로
빠졌던것이다
물론
의행보도
그녀에게
환심을
사기위하여
온갖정성을
다쏟았다
그녀도
결국그에게
기우는마음을
어쩔수없었다
어느날
하희는
그와
운우의
정을나눈뒤
몸에걸쳤던
비단속옷을
그에게주었다
이때부터
그는번질나게
그녀의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공녕이눈에
쌍심지를켜기
시작한것도
이즈음이었다
그러나공녕은
끓어오르는
질투를
애써누르며
마음속으로는
이를이겨낼
계책을
떠올렸다
홀로
진영공을찾은건
이때문이었다
하희의
농염함을
따를여인은
없습니다
게다가
방중술도
천하제일입니다
여러이야기가
오갔지만
핵심은
이두마디였다
사실
진영공은
나라님이긴
하지만
엄숙한용모나
장중한
태도라고는
찾을수없었다
경솔한데다
오만
하기까지했다
또주색을
심히밝혔으며
놀이에빠져
헛되이
세월을보냈다
그러니
나랏일에
관심을두지도
않았을뿐만
아니라
대신들의
바른말에
귀를기울일
생각조차
하지않았다
하희의
나이벌써
마흔이
다되었으니
아름다운
복사꽃도
이미
철지난
꽃아니겠소
입맛은당기지만
단맛빠지고
쓴맛날세라
저어한다는
말투였다
그러나
공녕이
얼른받았다
방금
말씀올렸듯이
하희는
방중술에
정통합니다
이때문인지
점방이
팽팽하기가
아직도
열여덟
아가씨입니다
이말에
진영공의점방이
금세벌겋게
타올랐다
이튿날
진영공은
미복을한채
공녕의
안내를받으며
주읍으로향했다
미리
이소식을
전해들었던
하희는
화려하고
아름답게
몸단장을하고
진영공의
수레가
문간에이르자
사뿐사뿐
나아가
영접을했다
귀하신분께서
먼길오셨습니다
어서
드시옵소서
자그마한입에서
흘러나온
꾀꼬리노래처럼
감미로운
목소리가
처음부터
진영공의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후궁의미녀들에
견줄바가
아니었던것이다
이런미녀를
이제야
만나게한
하늘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예복을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모습은
또얼마나
아름다운가
달빛받은
배꽃이요
눈속에
핀매화였다
술이
한순배돌자
하희는
진영공에게
은근한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진영공의마음이
갈피를
잡지못하고
흐트러졌다
술에도취하고
사람에도취하며
진영공은
곤드레만드레
되었다
그날밤
진영공은
하희를
품에안고
잠자리에들었다
그러나
이때하희의
아들하징서는
벌써
열여덟살
우뚝한키에
힘도대단한
젊은이였다
게다가
활쏘기에도
명수가
되어있었다
이런
하징서에게
진영공은
하희의
비위를맞추느라
그아비의
관직을세습시켜
사마라는
관직을
내린터였다
이직책은
병권을
오로지할수있는
자리였다
어느날
하징서는
이런은혜에
감사하는뜻에서
집안에
잔칫상을차리고
진영공과공녕
그리고
의행보를모셨다
하희는
아들이이자리에
있었기에
점방을
내밀지않았다
그런데
술이몇순배돌자
불콰해진
진영공과공녕
의행보
이세사람이
서로농지거리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자리를
잠시비웠다가
돌아오던
하징서는
그만병풍뒤에
몸을숨기고
이들이주고받는
농지거리에
귀를기울였다
하희와세남자
하징서의
저우람한몸집은
꼭그대
공녕을닮았소
그대가
아버지인듯하오
진영공이
의행보에게
던진말이었다
아니..
하징서의형형한
눈빛을보면
주공의눈빛
그대로입니다
의행보가
이렇게받았다
잡종입니다
잡종
하희도하징서의
아비가
누군지
모를것입니다
희희낙락
거리며
이들이주고받는
농지거리에
인간의
모습이라곤
한톨도
보이지않았다
병풍뒤에
가만히숨어서
엿듣던
하징서는
제어미의
내실을
가만히잠근뒤
밖으로나와
수행군졸에게
이렇게명령했다
이집을
겹겹이에워싸라
그리고
진영공과공녕
그리고
의행보가
밖으로나오지
못하도록해라
군령은
무섭기가
추상이었다
감히
이명령에
이유를되묻는
군졸은
하나도없었다
갑옷으로
바꿔차려입은
하징서는
새파랗게날선
칼을
오른손에쥐고
힘센하인
몇을데리고
대문안으로
세차게
달려들었다
일이
잘못되었구나
순간적으로
깨달은
세사람은
펄떡
몸을일으켰다
먼저진영공은
하희에게
매달릴마음으로
내실로
내달았다
아하..
이럴수가
내실은
이미잠겨있었다
갈곳잃은
진영공은뒤뜰로
내뺐다
하지만
하징서가
바싹쫓아왔다
진영공은
어쩔수없이
동쪽
외양간을향해
허둥지둥뛰었다
외양간
바깥쪽으로난
나지막한
담장을넘을
작정이었다
바로이때
쌩하고
화살이날아왔다
하징서가
활을
쏘았던것이다
그러나
맞지않았다
진영공은
깜짝놀라
외양간으로
뛰어들었다
이곳에서
잠시라도
몸을
숨길생각이었다
하지만
기척에놀란
말들이
울기시작했다
할수없이
다시나올수
밖에 없었다
이때
그를찾던
하징서와
맞닥뜨렸다
피융
하징서가
날린화살이
진영공의
가슴을뚫었다
공녕과의행보
이두사람은
개구멍으로
빠져나와
위기를모면했다
그러나
이둘은
감히집으로
돌아가지못하고
초나라로
몸을피했다
하징서는
진영공이
술에취하여
갑자기쓰러진뒤
일어나지
못했다고
둘러댔다
그리고
대신들과함께
태자오午를
새임금으로
추대하여
자리에앉혔다
이가곧
진성공이다
진나라백성들이
몰랐을리없다
그러나
이들은진영공의
죽음을
더이상
문제삼지않았다
나랏일에
관심두지않고
주색에절어사는
나라님을
그들은
줄곧경멸했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다른곳에서
불거졌다
개구멍으로
기어나와
몸을피한
공녕과의행보가
찾아간곳이
어디였던가
초나라아닌가
초나라
장왕은오로지
이들두사람의
말만듣고
하징서를
가만두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춘추오패중
하나였던
초나라장왕
당시
진성공은
진나라에가서
돌아오지
않고있었다
그리고대신들은
초나라와
대적할수
없었기에
두려움에떨었다
이들은
모든잘못을
하징서에게
떠넘기기로
작정했다
초나라대부
원파가
군사를이끌고
도성밖에이르자
활짝
성문을열고
이들을
맞아들였던것도
이때문이었다
원파는
주읍으로내달아
하징서를붙잡아
그자리에서
거열형에처했다
거열형이란
죄인의하이바와
사지를
다섯말이
끄는수레에
각각묶은뒤
각기
다른방향으로
말을
달리게하여
죄인의몸뚱이를
여섯
도막으로찢는
형벌을가리킨다
분노의끝은
죽음이었다
그러나
원한을가슴에
그대로
안고살기엔
젊음이
하징서를
그대로
두지않았다
주림에달려온
원파는
하희도
사로잡았다
그러나원파는
그녀의
목을베지않고
초나라
궁중으로보냈다
하희의처분은
장왕의손에
맡겼던것이다
하희를만난
장왕은
자기도모르게
가슴이
마구뛰었다
용모가
너무
아름다웠던
것이다
게다가
자기물음에
대답하는
하희의
목소리마저
그대로
반할만큼
은근하고
부드러웠다
그녀를후궁으로
맞아들이기로
마음
먹을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를눈치챈
대부무신이
한발앞으로
나서며
장왕에게
가만히아뢰었다
하희는
상서롭지못한
여인입니다
곁에있던
남자들이
모두
저주를받으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게다가
진나라도
하희때문에
망하지
않았습니까
세상에는
미녀가
숱하게많은데
어찌하여
꼭
하희란말입니까
장왕은
그의말에
고개를끄덕이며
그녀를
후궁으로
맞아들일
마음을접었다
그대신
당시아내를
여의고
홀로살고있던
초나라귀족으로
연윤
자리에있던
양로에게
하희를내렸다
초장왕17년
기원전597년
연윤양로가
전쟁터에
나섰다가
목숨을잃었다
어쩌다얻은
여복은
불과며칠만에
끝날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의아들
흑요가
제아비의
주검도
돌아보지않고
오히려당당하게
서모를
제것으로
만들고말았다
인간답지
못한일은
꼬리를물었으니
하희가보기에
세상은
온통
검은빛이었을
것이다
뒤이어
하희는
정나라로떠났다
남편의
주검을모시기
위해서였다
당시초나라
대부무신은
오랫동안
하희의
아름다움을
사모해오던터라
그녀를자기가
맞아야겠다고
큰소리쳤다
무신은
남편의주검을
모시겠다며
정나라로돌아간
하희를
뒤따랐다
마침
사신이되어
제나라로
가는길에
아예
정나라에들러
하희를
만나기로
작정했던것이다
그는
제나라에
올릴예물을
아예
결혼예물로
바꾸어버렸다
그리고
하희와함께
진나라로향했다
그는
역참에딸린
객사에서
하희와
첫밤을맞았다
이튿날
무신은초왕에게
벼슬에서
물러난다는
글을올리고
진나라에
몸을의탁했다
진나라임금은
천하에
똑똑하기로
이름난
무신을얻자
몹시기뻐하며
형의
대부에봉했다
한편
초나라에있던
무신일족과
흑요집안은
모두몰살당했다
초장왕의
노여움이
두집안을
큰재앙으로
몰아
넣었던것이다
나이벌써
마흔을넘어선
하희였다
그러나그녀는
왕명을받고
제나라로향하던
한외교관으로
하여금
가족까지버리고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게
만들었으니
그아름다움이
빚은
살상력이
소름끼치도록
두렵다
춘추시대는
음란한기풍이
매우왕성하여
방탕한
여인이꼬리를
물고
나타났다고
말하는
이도있다
하희는
그가운데
머리를
차지했다는게
이들의주장이다
이들은
하희가일찍이
나라님
셋과관계를
가졌다고하여
삼대왕후라고
이름붙이며
빈정댔다
이뿐이아니다
잇달아
아홉차례나
시집갈수밖에
없었던상황을
끄집어내어
칠위
부인이라는
명패까지안겼다
여기에더하여
아홉사내가
그녀의
방중술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며
구위과부라며
그녀를나무랐다
그러면서
세상은
그녀의
음란함에만
관심과흥미의
초점을맞출뿐
음란함으로
함께
어깨를결었던
사내곁에는
다가갈
생각을
하지않았다
아니지금도
이런점에서는
달라진게
없는듯하다
하희를
애써
두둔하려는게
아니다
하지만그녀도
시대를
뒤집어엎기엔
흙탕물의흐름은
거침이없고
힘찼다
어쩌면타고난
아름다움이
원죄였을까
여성을
한낱남성의
부속물로여기던
시대였기에
더욱그러하다
게다가
지난날
역사기록은
항상
남성의
전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