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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수복 의무로(山重水複 疑無路)
산 첩첩 물 겹겹이라 길이 없을까 의심된다는 뜻으로, 산과 물이 겹쳐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가 의심난다는 말이다.
山 : 메 산(山/0)
重 : 무거울 중(里/2)
水 : 물 수(水/0)
複 : 겹칠 복(衤/9)
疑 : 의심할 의(疋/9)
無 : 없을 무(灬/8)
路 : 길 로(足/6)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난관에 부닥칠 때가 있다. 산이 앞을 가로 막고 물줄기는 끊어져 더 갈 길이 없는 산궁수진(山窮水盡)일 경우다.
이럴 때 절망하여 주저앉을 것인가, 막다른 골목에서 이때까지의 일은 포기하고 돌아설 것인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믿고 방법을 찾을 것인가.
산이 첩첩이고 물 또한 겹겹이 앞을 가로막으면(山重水複) 당연히 길이 없을 것이라 여겨(疑無路) 주저앉는다. 중국 남송(南宋)시대의 애국시인이었던 육유(陸游)의 유명한 시구에는 그렇지만 절망은 없다.
호를 예법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방옹(放翁)이라 지어 육방옹이라 불렸던 육유는 기울어져 가는 남송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열정으로 분방한 시를 많이 남겼다. 그는 당시 실력자인 간신 진회(秦檜)에 밉보여 말단 벼슬로 지방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육유는 애국, 울분, 그러면서도 희망이 담긴 우국시를 많이 남겼는데 시집 검남시고(劍南詩稾)를 비롯, 수량에 있어서는 고금 제일인 모두 1만 4000여 수의 시가 전한다고 한다.
1167년 육유가 고향인 산음(山陰)의 서쪽에 있는 마을을 찾아가 읊은 유산서촌(遊山西村) 시에서 암울한 조국의 어두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성어가 나오는 앞부분을 보자.
莫笑農家臘酒渾
농가의 섣달 술이 탁하다고 비웃지 말게나,
豊年留客足鷄豚
풍년이라 손님 머물면 닭고기 돼지고기 풍성하다네
山重水複疑無路
산에 또 산이고 물에 또 물이라 길이 없나 했더니
柳暗花明又一村
버들 우거지고 꽃 밝게 핀 저쪽에 또 마을이 보이는구려
랍주(臘酒)는 섣달 납제를 위해 담근 술이다. 막다른 곳에서도 또 다른 마을이 있으니 희망이 있다. 끝의 유암화명(柳暗花明)은 버들은 그윽하고 꽃은 피어 밝다는 뜻으로 자연경치의 아름다움을 나타낼 때 쓰이기도 한다.
정치인이나 재계에서 새해에 앞날이 밝지 않고 난관이 중첩했을 때 종종 이 구절전체나 앞부분 산중수복(山重水複)만 잘라서 인용한다.
2017년 봄 중국 외교부장도 한반도 정세를 말할 때 해법이 안 보인다며 사용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이어지는 대구처럼 꽃피는 화려한 봄이 따라오니 희망은 잊지 말아야겠다.
▶️ 山(메 산)은 ❶상형문자로 산의 봉우리가 뾰족뾰족하게 이어지는 모양을 본떴다. 옛 자형(字形)은 火(화; 불)와 닮아 옛 사람은 산과 불이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山자는 ‘뫼’나 ‘산’, ‘무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山자는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으로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山자를 보면 가파른 능선이 그려져 있어서 한눈에도 이것이 산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山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산의 이름’이나 ‘산의 기세’나 ‘높다’와 같이 ‘산’에서 연상되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그래서 山(산)은 (1)둘레의 평평(平平)한 땅보다 우뚝하게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部分). 메 (2)산소(山所) (3)사물이 많이 쌓여 겹치거나, 아주 크거나, 매우 많은 것에 비유한 말, 또는 그것 (4)산이나 들에 절로 나는 것을 뜻하는 말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메(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②산신(山神: 산신령), 산의 신(神) ③무덤, 분묘(墳墓) ④절, 사찰(寺刹) ⑤임금의 상(象) ⑥산처럼 움직이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큰 산 악(岳),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여러 산악이 잇달아 길게 뻗치어 줄기를 이룬 지대를 산맥(山脈), 들이 적고 산이 많은 지대를 산지(山地), 산과 물으로 자연의 산천을 일컫는 말을 산수(山水), 물건이나 일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임을 산적(山積), 산과 숲 또는 산에 있는 수풀을 산림(山林), 크고 작은 모든 산을 산악(山岳), 산 꼭대기를 산정(山頂),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무덤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산소(山所), 산 속에 있는 절을 산사(山寺), 산과 산 사이로 골짜기가 많은 산으로 된 땅을 산간(山間), 산의 생긴 형세나 모양을 산세(山勢),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촌(山村),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강과 산으로 자연이나 나라의 영토를 강산(江山), 높고 큰 산으로 크고 많음을 가리키는 말을 태산(泰山), 높은 산을 고산(高山),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신령스러운 산을 영산(靈山), 연달아 잇닿은 많은 산을 군산(群山), 조상의 무덤이나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선산(先山),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나무가 무성하여 푸른 산을 청산(靑山), 돌이나 바위가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을 토산(土山), 유용한 광물을 캐어 내는 산을 광산(鑛山),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들 가까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야산(野山),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산류천석(山溜穿石), 산에서의 싸움과 물에서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세상일에 경험이 많음을 산전수전(山戰水戰),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으로 산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명(山紫水明),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한 음식을 산해진미(山海珍味), 경치가 옛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음을 산천의구(山川依舊) 등에 쓰인다.
▶️ 重(무거울 중, 아이 동)은 ❶형성문자로 부수(部首)에 해당하는 里(리)는 단순히 자형(字形)상 이 부수(部首) 글자에 포함되었다. 음(音)을 나타내는 東(동, 중)과 사람(人)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 합(合)하여 '무겁다'를 뜻한다. 重(중)은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움직이거나 動(동)할 때의 손에 오는 느낌, 무게, 무거움, 또 일을 충분히 하다, 겹친다는 뜻에도 쓰인다. 또 童(동)이라고 써서 重(중)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았다. ❷회의문자로 重자는 ‘무겁다’나 ‘소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重자는 里(마을 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마을’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重자는 東(동녘 동)자와 人(사람 인)자가 결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東자는 본래 끈으로 사방을 동여맨 보따리를 그린 것이다. 금문에 나온 重자를 보면 人자 아래로 東자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등에 짐을 지고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重자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무겁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보따리에는 곡식의 씨앗과 같은 매우 중요한 것이 담겨있다. 왜냐하면, 重자에는 ‘소중하다’나 ‘귀중하다’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重(중, 동)은 (1)무엇이 겹쳤거나 둘이 합쳤음을 뜻함 (2)크고 중대함을 나타냄 등의 뜻으로 ①무겁다 ②소중하다, 귀중하다 ③자주하다, 거듭하다 ④무겁게 하다, 소중히 하다 ⑤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조심하다 ⑥보태다, 곁들이다 ⑦붓다(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 부어 오르다 ⑧더디다 ⑨겹치다 ⑩아이를 배다 ⑪많다 ⑫두 번, 또 다시 ⑬심히 ⑭늦곡식, 만생종(晩生種) ⑮젖 ⑯짐 ⑰무게, 중량(重量) ⑱위세(位勢), 권력(權力) ⑲임시 신위(神位) ⑳사형(死刑) 그리고 ⓐ아이, 어린이(동)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벼울 경(輕)이다. 용례로는 매우 귀중하고 소중함을 중요(重要), 같은 것이 두 번 이상 겹침을 중복(重複), 매우 중요하게 여김을 중대(重大), 중요한 자리에 있어 비중이 큰 사람을 중진(重鎭), 같은 사물이 거듭 나오거나 생김을 중출(重出), 거듭 겹치거나 겹쳐지는 것을 중첩(重疊), 매우 위중한 병의 증세를 중증(重症), 큰 힘으로 지구가 지구 위에 있는 물체를 끄는 힘을 중력(重力), 태도가 점잖고 마음씨가 너그러움을 중후(重厚), 중요한 점이나 중시해야 할 점을 중점(重點), 중요한 자리에 임용하는 것을 중용(重用), 무겁게 내리 누름으로 강한 압력을 중압(重壓), 중요한 책임을 중책(重責), 부담이 많이 가게 과하는 것을 중과(重課), 건물 등의 낡고 헌 것을 다시 손대어 고침을 중수(重修), 공경하고 중하게 여김을 경중(敬重), 매우 조심스러움을 신중(愼重), 높이고 중히 여김을 존중(尊重), 다른 사물과 견주어지는 사물의 중요성을 비중(比重),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함을 엄중(嚴重), 매우 귀중함을 소중(所重), 귀하고 소중함을 귀중(貴重), 가벼움과 무거움으로 중요하지 아니한 것과 중요한 것을 경중(輕重), 어떤 일에 중점을 둠을 치중(置重), 몹시 무거움을 과중(過重), 더 무겁게 함 또는 더 무거워짐을 가중(加重), 몸의 무게를 체중(體重), 매우 중요함이나 더할 수 없이 소중함을 막중(莫重), 점잖고 묵직함으로 친절하고 은근함을 정중(鄭重), 한 말을 자꾸 되풀이 함을 중언부언(重言復言), 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온다는 뜻으로 한 번 실패에 굴하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남을 권토중래(捲土重來), 밖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참고 감추어 몸가짐을 신중히 함을 은인자중(隱忍自重),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김을 애지중지(愛之重之), 복은 거듭 오지 않으며 한꺼번에 둘씩 오지도 않음을 복불중지(福不重至), 죄는 크고 무거운 데 비하여 형벌은 가볍다는 뜻으로 형벌이 불공정 함을 이르는 말을 죄중벌경(罪重罰輕), 무거운 물거운 지고 먼 곳까지 간다는 뜻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음을 이르는 말을 부중치원(負重致遠) 등에 쓰인다.
▶️ 水(물 수)는 ❶상형문자로 氵(수)는 동자(同字)이다.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물을 뜻한다. 본디 물 수(水)部는 시내의 뜻이었다. 부수로 쓸 때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로 쓰는 일이 많다. ❷상형문자로 水자는 ‘물’이나 ‘강물’, ‘액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水자는 시냇물 위로 비가 내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水자의 갑골문을 보면 시냇물 주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물’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水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액체’나 ‘헤엄치다’, ‘범람하다’와 같이 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水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氵자나 氺자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水(수)는 (1)오행(五行)의 하나. 방위(方位)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 빛깔로는 검정을 나타냄 (2)수요일(水曜日)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물 ②강물 ③액체(液體), 물과 관련된 일 ④홍수(洪水), 수재(水災), 큰물(비가 많이 와서 강이나 개천에 갑자기 크게 불은 물) ⑤수성(水星: 태양에 가장 가까운 별) ⑥별자리의 이름 ⑦물을 적시다, 축이다 ⑧물을 긷다, 푸다 ⑨헤엄치다 ⑩물로써 공격하다 ⑪평평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시내 계(溪), 바다 명(溟),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메 산(山), 큰 산 악(岳), 뭍 륙/육(陸), 불 화(火),빌 공(空)이다. 용례로는 물 속에서 몸을 뜨게 하고 손발을 놀리며 다니는 짓을 수영(水泳), 축축한 물의 기운을 수분(水分), 물속에 잠김을 수몰(水沒), 물을 보내는 통로를 수로(水路), 물의 겉을 이루는 면을 수면(水面), 홍수로 인한 해를 수해(水害), 물에 의해 발생하는 힘을 수력(水力), 물의 깊이를 수심(水深), 저수지에 설치하여 수량을 조절하는 문을 수문(水門), 물의 양을 수량(水量), 물 속에서 자라는 풀을 수초(水草),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라는 수어지교(水魚之交), 깊고 넓은 물에는 큰 고기가 깃듦을 수관어대(水寬魚大), 물이 흐르면 자연히 개천을 이룬다는 수도거성(水到渠成), 물이 흐르면 고기가 다닌다는 수도어행(水到魚行), 흐르는 물과 하늘의 뜬구름이라는 수류운공(水流雲空), 물이 빠져 밑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수락석출(水落石出),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라는 수어지교(水魚之交), 물과 불은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수화불통(水火不通),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 등에 쓰인다.
▶️ 複(겹칠 복, 겹칠 부)은 ❶형성문자로 复(복)은 간자(簡字), 復(복)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옷의변(衤=衣; 옷)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复(복)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复(복)은 같은 일을 되풀이 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衣(의)는 옷, 複(복)은 옷을 겹쳐입다, 사물이 겹쳐지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複자는 ‘겹치다’나 ‘거듭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複자는 衣(옷 의)자와 复(돌아갈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复자는 성(城)을 나왔다가 되돌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돌아가다’나 ‘중복되다’라는 뜻이 있다. 複자는 이렇게 ‘중복되다’라는 뜻을 가진 复자에 衣자를 결합한 것으로 ‘옷을 겹쳐 입다’라는 뜻을 표현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複자는 단순히 ‘겹치다’나 ‘거듭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複(복, 부)은 ①겹치다 ②거듭되다 ③겹옷(솜을 두지 않고 거죽과 안을 맞붙여 지은 옷) ④겹 ⑤솜옷, 그리고 ⓐ겹치다(부) ⓑ거듭되다(부)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홑 단(單)이다. 용례로는 여럿이 겹치고 뒤섞여 있음 또는 마음이나 생각 등이 뒤숭숭하고 어수선 함을 복잡(複雜), 그대로 본떠서 만듦을 복제(複製), 두 자리 이상의 수 또는 명사나 대명사가 가리키는 사물이 둘 이상임을 나타내는 말을 복수(複數), 두 가지 이상이 거듭하여 합침을 복합(複合), 둘 이상으로 겹치는 방식을 복식(複式), 어떤 사물을 본뜨거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음을 복사(複寫), 두 가지 이상의 빛깔이 합쳐서 생긴 빛깔을 복색(複色),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은 셈을 복리(複利), 진짜를 그대로 본떠서 그리거나 깎은 모양을 복형(複形), 같은 것이 두 번 이상 겹침을 중복(重複), 둘 이상이 복합하여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물체를 복합체(複合體), 두 가지 이상이 합쳐져 있는 것을 복합적(複合的), 그대로 본떠서 만든 물품을 복제품(複製品), 일이 얽히고 설키다 갈피를 잡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복잡다단(複雜多端), 미묘하고 복잡하다는 말을 미묘복잡(微妙複雜) 등에 쓰인다.
▶️ 疑(의심할 의, 안정할 응)는 ❶회의문자로 어린아이가 비수(匕)와 화살(矢)을 들고 있어 위험하여 걱정하니 의심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疑자는 '의심하다'나 '헷갈리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疑자는 匕(비수 비)자와 矢(화살 시)자, 疋(발 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疑자는 이러한 글자의 조합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疑자를 보면 지팡이를 짚고 고개를 돌린 사람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옆으로는 彳(조금 걸을 척)자가 있으니 이것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疑자는 이렇게 길 위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거나 주저하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으로 '헷갈리다'나 '주저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의심하다'나 '믿지 아니하다'와 같은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疑(의, 응)는 경서 가운데서 의심이 날 만한 것의 글 뜻을 설명시키던, 과거(科擧)를 보일 때의 문제 종류의 한 가지의 뜻으로 ①의심하다 ②헛갈리다 ③믿지 아니하다 ④미혹되다, 미혹시키다 ⑤두려워하다 ⑥머뭇거리다, 주저하다 ⑦괴이하게 여기다 ⑧비기다(=擬) ⑨같다, 비슷하다 ⑩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⑪시샘하다 ⑫헤아리다, 짐작하다 ⑬의문(疑問) ⑭아마도 그리고 안정할 응의 경우는 ⓐ안정하다(응) ⓑ한데 뭉치다(응) ⓒ집결하다(응) ⓓ멈추다(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의심할 아(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믿을 신(信)이다. 용례로는 의심하여 분별에 당혹함을 의혹(疑惑), 의심하여 물음을 의문(疑問), 마음에 미심하게 여기는 생각을 의심(疑心), 의심스러워 괴이쩍음을 의아(疑訝), 의심하여 두려워함을 의구(疑懼), 서로 의심하여 속 마음을 터 놓지 아니함을 의격(疑隔), 의심스러워 마음이 어지러움을 의란(疑亂), 의심하고 업신여김을 의모(疑侮), 반신반의 함을 의신(疑信), 의심하여 망설임을 의애(疑捱), 의심하여 어김을 의위(疑違), 의심하여 두려워함을 의파(疑怕), 의심하여 놀람을 의해(疑駭), 의심쩍고 명백하지 못함을 의회(疑晦), 의심하며 놀람을 의경(疑驚), 의심스러운 생각을 의념(疑念), 의심스러운 일의 실마리를 의단(疑端), 꺼리고 싫어함을 혐의(嫌疑), 의심나는 점을 물어서 밝힘을 질의(質疑), 마음속에 품은 의심을 회의(懷疑), 의심스러움이나 의심할 만함을 가의(可疑), 크게 의심함을 대의(大疑), 의혹을 풂을 결의(決疑), 어려워서 의문스러움을 난의(難疑), 의심이 많음을 다의(多疑), 괴상하고 의심스러움을 괴의(怪疑), 의심을 받음이나 혐의를 받음을 피의(被疑), 의심스러운 바를 환히 깨달음을 오의(悟疑), 시기하고 의심함을 제의(懠疑), 의심쩍은 생각을 가짐을 지의(持疑), 의심이 생기면 귀신이 생긴다는 뜻으로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대수롭지 않은 일까지 두려워서 불안해 함을 이르는 말을 의심암귀(疑心暗鬼), 의심을 품는 일을 행하여 성공하는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의사무공(疑事無功), 의심이 나는 일은 억지로 자세히 캘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의자궐지(疑者闕之),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함 또는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함을 이르는 말을 반신반의(半信半疑), 많은 사람이 다 의심을 품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군의만복(群疑滿腹), 믿음직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차신차의(且信且疑), 여우가 의심이 많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대하여 의심이 많아 결행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을 호의불결(狐疑不決), 어렵고 의심나는 것을 서로 묻고 대답함을 일컫는 말을 난의문답(難疑問答), 여름의 벌레는 얼음을 안 믿는다는 뜻으로 견식이 좁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하충의빙(夏蟲疑氷), 여우가 의심이 많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대하여 의심이 많아 결행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을 호의미결(狐疑未決), 죄상이 분명하지 않아 경중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가볍게 처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죄의유경(罪疑惟輕) 등에 쓰인다.
▶️ 無(없을 무)는 ❶회의문자로 커다란 수풀(부수를 제외한 글자)에 불(火)이 나서 다 타 없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없다를 뜻한다. 유무(有無)의 無(무)는 없다를 나타내는 옛 글자이다. 먼 옛날엔 有(유)와 無(무)를 又(우)와 亡(망)과 같이 썼다. 음(音)이 같은 舞(무)와 결합하여 복잡한 글자 모양으로 쓰였다가 쓰기 쉽게 한 것이 지금의 無(무)가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無자는 ‘없다’나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無자는 火(불 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無자를 보면 양팔에 깃털을 들고 춤추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무당이나 제사장이 춤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춤추다’가 본래의 의미였다. 후에 無자가 ‘없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 되면서 후에 여기에 舛(어그러질 천)자를 더한 舞자가 '춤추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無(무)는 일반적으로 존재(存在)하는 것, 곧 유(有)를 부정(否定)하는 말로 (1)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공허(空虛)한 것. 내용이 없는 것 (2)단견(斷見) (3)일정한 것이 없는 것. 곧 특정한 존재의 결여(缺如). 유(有)의 부정. 여하(如何)한 유(有)도 아닌 것. 존재 일반의 결여. 곧 일체 유(有)의 부정. 유(有)와 대립하는 상대적인 뜻에서의 무(無)가 아니고 유무(有無)의 대립을 끊고, 오히려 유(有) 그 자체도 성립시키고 있는 듯한 근원적, 절대적, 창조적인 것 (4)중국 철학 용어 특히 도가(道家)의 근본적 개념. 노자(老子)에 있어서는 도(道)를 뜻하며, 존재론적 시원(始原)인 동시에 규범적 근원임.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실재이므로 무(無)라 이름. 도(道)를 체득한 자로서의 성인(聖人)은 무지(無智)이며 무위(無爲)라고 하는 것임 (5)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없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없다 ②아니다(=非) ③아니하다(=不) ④말다, 금지하다 ⑤~하지 않다 ⑥따지지 아니하다 ⑦~아니 하겠느냐? ⑧무시하다, 업신여기다 ⑨~에 관계없이 ⑩~를 막론하고 ⑪~하든 간에 ⑫비록, 비록 ~하더라도 ⑬차라리 ⑭발어사(發語辭) ⑮허무(虛無) ⑯주검을 덮는 덮개 ⑰무려(無慮), 대강(大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그 위에 더할 수 없이 높고 좋음을 무상(無上), 하는 일에 막힘이 없이 순탄함을 무애(無㝵), 아무 일도 없음을 무사(無事), 다시 없음 또는 둘도 없음을 무이(無二), 사람이 없음을 무인(無人), 임자가 없음을 무주(無主), 일정한 지위나 직위가 없음을 무위(無位), 다른 까닭이 아니거나 없음을 무타(無他), 쉬는 날이 없음을 무휴(無休),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거저임을 무상(無償), 힘이 없음을 무력(無力), 이름이 없음을 무명(無名), 한 빛깔로 무늬가 없는 물건을 무지(無地),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음을 무자(無子),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을 무형(無形),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없음을 무념(無念), 부끄러움이 없음을 무치(無恥),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하는 일 없이 바쁘기만 함을 무사분주(無事奔走), 한울님은 간섭하지 않는 일이 없다는 무사불섭(無事不涉), 무슨 일에나 함부로 다 참여함을 무사불참(無事不參), 즐거움과 편안함에 머물러서 더 뜻 있는 일을 망각한다는 무사안일(無事安逸), 아무 탈없이 편안함을 무사태평(無事泰平), 재미나 취미나 없고 메마르다는 무미건조(無味乾燥) 등에 쓰인다.
▶️ 路(길 로/노, 울짱 락/낙)는 ❶회의문자로 저마다 각각(各) 발로(足) 걸어 다니는 곳이라는 데서 길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路자는 '길'이나 '도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路자는 足(발 족)자와 各(각각 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各자는 발이 입구에 도달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各자의 본래 의미는 '오다'나 '도착하다'였다. 반면 足자는 성(城)을 향해 진격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두 글자를 결합하면 '오고 가다'라는 뜻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路자는 통행이 빈번한 길이나 도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路(로)는 성(性)의 하나로 ①길, 통행(通行), 도로(道路) ②도리(道理), 도의(道義) ③방도(方道), 방법 ④사물의 조리(條理) ⑤중요한 자리 ⑥지위(地位), 요처(要處) ⑦길손, 나그넷길 ⑧거쳐 가는 길 ⑨수레 ⑩모(물건의 거죽으로 쑥 나온 귀퉁이) ⑪행정구획의 이름 ⑫크다 ⑬드러나다 ⑭고달프다, 피로하다 ⑮쇠망하다 ⑯모지다(모양이 둥글지 않고 모가 나 있다) ⑰길을 가다 ⑱바르다 그리고 ⓐ울짱, 울타리(락) ⓑ즐기다(락)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길 도(塗)이다. 용례로는 버스나 기차가 정해 놓고 다니도록 되어 있는 길을 노선(路線), 거쳐 가는 길이나 과정을 노정(路程), 길바닥 또는 길 가는 도중을 노상(路上), 여관을 노실(路室), 길바닥 또는 길의 바닥 표면을 노면(路面), 여행의 비용을 노용(路用), 먼길에 지치고 시달리어 생긴 피로나 병을 노독(路毒), 길 옆이나 길의 옆을 노방(路傍), 먼 길을 가고 오고 하는데 드는 돈을 노자(路資), 내왕하는 길의 과정을 노중(路中), 길의 경로를 노차(路次), 도로나 철로의 바탕이 되는 땅바닥을 노반(路盤), 길의 양쪽 가장자리를 노변(路邊), 길의 너비를 노폭(路幅), 길이 갈리는 곳 또는 갈림길을 노기(路岐), 앞으로 나아가는 길 또는 나아갈 길을 진로(進路), 통행하는 길을 통로(通路), 사람이나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든 길을 도로(道路), 여러 갈래로 갈린 길로 갈림길을 기로(岐路), 돌아오거나 돌아가는 길을 귀로(歸路), 여행하며 다니는 길을 여로(旅路), 도덕적으로 그릇되고 옳지 못한 길을 사로(邪路), 살아 나갈 길이나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길을 활로(活路), 갈피를 잡을수 없는 길을 미로(迷路), 배가 다니는 길 또는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하늘의 길을 항로(航路), 기차나 전차의 바퀴가 굴러가는 레일 길을 선로(線路), 물을 보내는 통로를 수로(水路), 지나가는 길이나 밟아 온 순서를 경로(經路), 좁고 험한 길 또는 일의 진행을 방해하는 장애를 애로(隘路), 길가에서 사람을 협박하여 재물 따위를 빼앗는 짓을 이르는 말을 노상강도(路上强盜), 백성이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는다는 뜻으로 나라가 평화롭고 모든 백성이 매우 정직한 모양을 이르는 말을 노불습유(路不拾遺), 길 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은 누구든지 쉽게 만지고 꺾을 수 있다는 뜻으로 기생을 의미하여 일컫는 말을 노류장화(路柳墻花), 경쾌한 수레를 타고 익숙한 길을 간다는 뜻으로 일에 숙달되어 조금도 막힘이 없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경거숙로(輕車熟路), 한 길로 곧장 거침없이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일로매진(一路邁進), 높낮이가 없이 평탄하고 넓은 길이라는 뜻으로 앞이 환히 트여 순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을 탄탄대로(坦坦大路), 길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행로지인(行路之人)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