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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깡패들아, 시장실 침대 없다는데.." 멈추지않는 2차 가해
허정원 입력 2020.07.24. 05:01 수정 2020.07.24. 06:19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2차 가해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A씨를 공격하는 논리는 4년여에 걸쳐 비서실에 근무하다 최근 사건을 신고한 것에 대한 의도를 문제삼는 것과 A씨 측이 증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이들 주장에는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이 상당수 발견된다. 최근에는 피해자의 변호인이나 지원단체에 대한 비난, 나아가 해당 사건이 여권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인터넷상 2차 가해 발언에 대해 A씨 측 김재련 변호사는 23일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람들은 보고 싶은 만큼만 본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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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로 사람을 죽였다”
친여권 성향의 페이스북 페이지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는 모임'에는 최근 “장례를 치르는 날 노랑머리(김재련 변호사)와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난리를 부렸다”며 “시장실에 침대가 없다는데 어디서 낮잠을 깨웠느냐. 음란 문자와 속옷(증거)을 내놓으라”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무고로 사람을 죽였다’, ‘조직화된 정치 이슈 부각 냄새가 난다. 공작이다’ 등 댓글 80여개가 달렸다.
“비서 하라고 요구한 것도 성추행인가”라는 글도 올랐다. 작성자는 “말단 공무원이라도 ‘비서직을 거부합니다’라고 강력히 요청할 권리는 있다”며 “자기 권리는 스스로 찾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7월 A씨가 비서실로 처음 차출될 당시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 건 A씨 탓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A씨는 비서로 근무한 4년 동안 매 반기 인사이동 시기마다 부서 이동을 요청했고 상사와 인사담당자 등에게 고충을 호소해왔다고 한다. 서울시 담당직원들이 내놓은 반응은 “예뻐서 그랬겠지” “인사이동은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라” 등이었다는 게 피해자 지원단체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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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추행이라면 추행인가”
피해자 대리인과 지원단체에 대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장영승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들은 시장님께 사과할 여유뿐만 아니라 삶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과연 시장님이 사과하지 않으셨을까”라고 비판했다. 그는 “고소인에게 죄송스러움과 미안함을 전한다”면서도 “감히 조언한다면 우선 대리인을 내치시라”고 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서울시의 출연기관이다.
앞서 22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통의 경우 피해 증거를 숨기는 피해자를 나는 본 적이 없다”며 “증거가 없으면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박원순을 성추행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를 멈추기 바란다”고 썼다. 이 외에도 YTN 라디오 진행자인 이동형 작가와 박지희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다 추행이 되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무슨 말만 하면 2차 가해라 한다”, “4년 동안 뭘 하다가 이제 와서 세상에 나서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등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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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내용 말하면 말하는 대로 공격”
“피해자와 변호인 지원단체 흠집 내기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진실을 부정하고, 피고소인과 관련자를 비호하려는 것”이라는 게 피해자 지원단체의 항변이다. 이들 단체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30년간 2차 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보며 수많은 여성시민도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 본 단체가 피해자를 지원하는 건 여성들이 대상화, 도구화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가 빈약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며 “피해자가 구체적 피해를 말하면 그것을 이유로, 내용을 제시하지 않으면 또 그것을 이유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책임 전가이자 2차 가해”라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피해자를 색출하겠다’고 한 인사에 대한 관련 자료도 수사기관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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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포기할만한 고통…허위 고소 실익 없어”
여성·법률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겪을 고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변호사는 “유명인이나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한 고소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야 할 만큼 악영향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며 “과거 안희정 전 충남시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역시 온갖 악플과 협박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사건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자신의 신상과 증거를 공개했다가 큰 후유증을 감내해야 했다. 그는 저서 『김지은입니다』를 통해 “꼭 이름에, 얼굴까지 드러내놓고 이야기해야만 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미투 이후 나의 일상은 산산이 조각났고 파괴됐다”고 적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가 실형을 받기까지 신상털이 등 긴 과정을 혼자 견디고 싸워야 한다”며 “그 모든 고난을 혼자 견뎌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대, 지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목소리를 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증거를 내놔라’, ‘가해자가 억울하다’고 함부로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허정원·이우림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