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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정기 연주회를 마치고, '한사모' 회원들과 함께...>
한 뼘 악기로, 열 뼘 즐거운 인생!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 제5회 정기연주회 후기
* 일시 : 2016년 3월 11일(금) 오후 8시
* 장소 :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글 : 박동진
(한사모 운영위원, dongjin0101@dreamwiz.com
)
사진 : 이창조
(한사모 회원, lc191@hanmail.net
)
사진 : 윤현희
(한사모 사진위원, heeyoon82@gmail.com
)
사진 : 이규선
(한사모 사진위원, yks2153@empas.com
)
'할매, 할배들이 펼치는 세종문화회관에서의 향연'
- 할미꽃하모니카앙상블 공연 후기 -
홍매화 향기 남녘바람에 실려 오는가 싶었는데
시샘 많은 겨울바람이 손 벌려 가로막고 서있어
바람 차가웠습니다. 물오름달 열 하룻날은.
D데이가 가까워질수록 마음 달아오르고 가슴 설레는 건 웬일인지요?
공연을 2시간 앞둔 6시.
한사모에서 마련한 '깡장집' 저녁식사 자리에
앙상블 단원과 한사모 임원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식사하기 전 ‘할미꽃하모니카앙상블’ 지휘자 최승준 교수가
‘지화자 좋다’는 건배사로 단원들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생활예술 오케스트라 축제인 ‘모두들 위한 오케스트라’ 향연에
‘한 뼘 악기로 열 뼘 즐거운 인생’이란 주제로
우리 '할미꽃하모니카앙상블'이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제5회 정기연주회를 펼치는 날입니다.
꿈의 무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시민예술제와
제2회 생활예술 오케스트라축제 본선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으니 자격은 충분할 터.
별빛에서 이야기 찾는 마음으로
기억 한구석에 남아있는 내력 더듬어 봅니다.
처음 창단한 것이 2009년 11월.
그리고 오늘은 2016년 3월 11일.
세월이 흘러 ‘꿈의 무대’로 여기던 곳에서 연주할 만큼,
이만큼 자랐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대견한 일 아닌가요.
물론 그 세월 속엔 열 말의 땀과
천만번의 한숨이 깃들어 있기는 하지만요.
공연 1시간 전.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티겟부스(장주익, 고영수 님)며 꽃다발 보관소(오준미 님),
대기실(최경숙, 안명희 님), 현관(이경환 님)에서
운영위원들이 잘 훈련된 병사처럼 앞장 서서 능숙하게
일을 나누어 맡아 처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사진촬영을 하시는 세 분(이창조 님, 윤현희 님, 이규선 님)이 땀흘리고
저는 집안 일이 있어 부득이 못 나온 김영자레아 회원을 대신해
이것저것 후기 메모하기에 분주해 집니다.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이창조 님은
리허설 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3시부터 나오셔서 힘들 법도 한데
아무런 내색 없이 취재에 열중이십니다.
2시에 나오신 이경환 회장님은 분장실, 리허설 장소도
이리저리 둘러보고 단원들의 할인주차권을 사기 위해
4층 사무실과 지하 주차장으로 분주히 왔다 갔다 하고
단원 식사 장소도 미리 챙겨야 하는 등 무척 바쁩니다.
로비에서 잠깐 만난 윤정아 님에게
'연습하느라 힘들지 않느냐’고 살짝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말씀하십니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뭘.”
그 말 한마디에 갑자기 얼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즐기는 것보다 위대한 힘은 없다는 말을
일깨워주는 말씀이 분명합니다.
연주회를 꼭 보러 오겠다던
함수곤 대표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으나
박현자 님이 바쁜 짬 내 찾아주시는
한사모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셨습니다.
단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바쁜데도 찾아주신 박경재 총장님을 비롯,
많은 내빈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오늘 오신 모든 분들이 모두 다 내빈이지요.
예쁘게 차려 입은 어린애들 모습이 귀엽습니다.
로비에서 북적거리는 모습이
세종문화회관 본관 로비와 다를 바 없습니다.
대기실 분위기는 평온해 보였으나
긴장해 있는 것이 역력했습니다.
10분 전, 입장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들립니다.
공연히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전체 좌석 443개.
빈자리가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마침내 공연시간 8시.
함박눈보다 더 하얀 웃옷과 먹물보다 더 진한 검정색 바지,
그리고 봄날 나비의 날갯짓처럼 하늘거리는 붉은 줄무늬 스카프를
목에 두른 단원들이 세련된 모습으로 들어섭니다.
관중들이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로 맞이합니다.
최승준 지휘자가 이경환 한사모 회장님을 소개합니다.
“평균 나이 70살 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런 큰 무대에 서게 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보고 들으시고 잘한다고 여기시면
아낌없는 큰 박수 쳐주시기 바랍니다.”
회장님이 겸손하게 인사말을 하십니다.
환영에 대한 화답은 ‘고향땅’입니다.
들을 때마다 가슴 저미는 선율.
고향 없는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만
북녘에 고향을 둔 사람들에겐 그 감흥 더했으리라 믿습니다.
‘아카시아 흰꽃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고
뻐꾹새 울던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
기대 때문일까요?
‘한 뼘 악기’가 50인조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한 소리를 냅니다.
마치 링에 오른 권투선수가 실력 자랑하듯
잽 대신 케이오 펀치를 한방 크기 날리는 것처럼
분위기를 완전 압도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니 어찌 그냥 있겠는지요?
박수 박수. 박수가 이어질 밖에요.
“뭐야 이건 ?”
“프로를 갖다 놓은 거 아냐?”
“저 사람들 정말 70살 넘었다는게 맞아?”
일반 청중인 듯한 젊은이 서넛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시민예술제 본선 때 듣던 소리와는
음 색깔이나 풍기는 맛이 사뭇 다릅니다.
귀 쫑긋 몰입해 듣습니다.
놀람은 경이로움으로 바뀌고
그 경이로움은 내내 가슴을 흔들었습니다.
지휘자의 익살스러운 모습은
고정관념의 파괴’를 보는 듯 신선했습니다.
멋이란 규정에서 살짝 벗어나는 것 아닌가요?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바바리코트 깃을 약간 세우는 것이며....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소리는 커져갑니다.
곡이 흥겨우면 박수를 치고,
익숙한 곡이 나오면 허밍을 하고,
화음이 도드라지면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어느새 무대와 관중은 하나가 됩니다.
어깨 들썩이고, 큰소리 지르고,
손 아프게 박수치기를 얼마나 했던지...
가사 내용 가물거려도 귀에 익숙하고,
소리 친숙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때 그 시절에 있었던 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니까요.
잠시 초가지붕 위에 보름달만 한
박 두어 개가 달려있던 옛집 떠올리고(고향땅),
부드럽고 듣기 편한 음색 지닌 넷킹콜(키사스 키사스 키사스)과
‘지상 최대의 작전’(더 롱기스트데이)에서 연기하던 헨리폰다,
리처드버튼, 숀 코네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습니다.
그뿐인가요 어디?
무대에서 목이 메어 더 이상 노래 부르지 못하는 걸 보고
슬그머니 받쳐주던 줄리 앤드류스의 모습(사운드오브 뮤직)에서
눈물 찔끔 흘리던 일이며,
시가 입에 물고 씨니컬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던
크린트이스트우드(좋은 놈 나쁜 놈 더 추한 놈)도 만났지요.
나이지리아 부족말로 ‘인생은 흘러간다(오블라디오블라다)’는
뜻은 몰라도 그냥 하모니카 소리에 맞춰 흥얼거리다
문득 비틀즈 보다 휘파람으로 멋지게 연주하던
사람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눈길 끄는 코드 하모니카를 비롯한
크고 작은 하모니카로 천상의 화음을 연출하는
4인조 '모던하모니카앙상블'의 연주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킵니다.
“우리 할아버지 멋쟁이”,
“우리 할머니 브라보.”
객석에 있던 손자손녀에겐 더 없이 좋은 추억거리로 남겠지요만
또한 그것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자랑스런 선물 아니겠는지요?
때로는 흥겹고 어느 때는 실바람처럼 하늘거립니다.
봄바람에 나부끼는 꽃잎도 이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마 청중들도 나름대로
상념에 빠져드는 걸 어쩌지 못했을 테고요.
어린애의 울음처럼 투명하면서도 맑은
트라이앵글 소리가 도드라집니다.
하프가 세련된 도시 처녀의 모습이라면
기타는 순박한 시골처녀의 수줍은 미소를 닮았고,
키보드는 피아노와는 또 다른 음색으로 음율을 조율합니다.
하모니카, 기타, 키보드, 트라이앵글은 찰떡궁합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무대에서 혼신의 힘으로 연주하는 연주자의 손놀림이며
몸동작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관중의 열정과 박수와 허밍은
또 하나의 새로운 악기로 태어납니다.
경이로운 광경입니다.
갈수록 진화하는 건 인공지능뿐만이 아니라
선율을 아름답게 빗는 할미꽃하모니카앙상블의 실력입니다.
잠 줄이고, 수다 떠는 재미 줄여가며....
뻐꾸기 울음소리, 잠자리 날갯짓 소리,
산새들 잠투정 소리 수없이 듣고서야 득음한 것 아니겠는지요?
음악 없는 세상을 상상해 봅니다.
음악 따윈 없어도 살아가긴 하겠지만
그건 삶이 아니라 생존이 아닐는지요?
앙코르 곡 ‘비 내리는 고모령’의 가슴 아린 선율이 애잔하게 흐르자
관객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따라 부릅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소리의 알갱이들이 가슴으로 파고들어 달뜨게 합니다.
이 감흥 오랫동안 간직하면 좋으련만...
하지만 어쩌겠는지요?
아쉬움 참고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요.
관중들 매너는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곡이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했고
허밍으로 화합했으며, 때로는 합창으로 동참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관중 또 어디 있겠는지요?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고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우리들에게 좋은 음악 들려주신 할미꽃앙상블단원들에게
백만 송이 장미 드리는 마음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원만한 연주회를 위해 진행을 맡아준 운영위원님들,
여러가지로 격려해주시고 도와주신 한사모 회원님들,
좋은 그림 만들기 위해 장시간 땀 흘리며 애써주신
사진위원 님들에게도 큰 복 있을진저.
할미꽃하모니카앙상블의 놀라운 성장은
모두가 최승준 교수님의 지도력 덕분이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할미꽃하모니카앙상블 윤정자 단장을 비롯하여
24명의 단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피땀 흘려 노력하고
쉬지않고 연습한 결과인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제5회 정기연주회를 빛낸 사람들
(존칭은 생략하였으니 양해바랍니다. 팜플렛에 게재된 순서에 따름)
[하모니카] 윤정자, 이정수, 이영례, 윤삼가, 소정자, 박현자,
김정희, 정광자, 신애자, 김운자, 김채식, 임명자, 오기진,
양정옥, 이복주, 박정임, 김소영, 이달희, 정전택, 김민종,
이석용, 김영신, 이병란, 이유지, 박효경,
[기타] 임병춘, [타악기] 윤정아,
[콘트라베이스] 김미환, [키보드] 이일규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이여 꿈은 이루어진다.
이젠 뉴욕의 카네기홀에서의 연주를!
[모던하모니카앙상블]이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욱 빛나는 연주회를 만들어 주시고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동아일보 심규선 대기자님, 바쁘신 중에도 취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동아닷컴에 기사를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첫댓글 박동진 운영위원님, 감사합니다.
갑자기 후기를 부탁드렸는데도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늘 좋은 글을 보내주시고 많은 도움 주셔서 고맙습니다.
연주회의 성공을 감축드리오며 수고하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남원 김재관 님의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일전에 지리산 고로쇠물을 잘 마시고도 인사 못 드렸어요. 감사합니다. 어리 드림
@어거스트 리 이창조 선생님~.고맙습니다-^^-.내내 건승 하시옵소서~!!!
박동진 운영위원님,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동아일보에도 사진과 기사가 대문짝 만큼 크게 보도된 것을 보고 참 기뻤어요. 여러분들의 노력과 협동과 성원이 좋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어리
"힐미꽃하모니카앙상블 공연" 후기를 접하면서 너무 감동적이고 생생한 멋진 글에 흠뻑 빠져 읽고 또 읽고하였습니다.
" 한 뻠 악기로 열 뼘 즐거운 인생" 누리는 단원들에게 이리도 큰 격려와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감사함뿐입니다
보람있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여주신 이경환회장님, 최승준교수님, 윤정자단장님,운영위원님, 한사모회원 모든분
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공연이 있기까지의 기적같은 일은 함대표님의 자랑스러운 작품이라고 외쳐봅니다.
어쩜 글을 이렇게 맛있게 쓰시는지 입에 착착 감기는 느낌입니다.
한사모의 보배이신 박동진 운영위원님!! 할미꽃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게 하시어 이거 뺄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회장님을 비롯하여 한사모 회원 모두가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시기에 모두가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회원 여러분 !!1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큰절 올립니다
박동진 운영위원님, 수고하셨습니다. 존경합니다.
연주회에 친구를 초대하여 함께 보았는데 저는 물론 친구가 깜짝 놀라더군요."힐미꽃하모니카앙상블" 공연의 높은 수준을 보고 감탄했데요.너무 멋졌어요.이제는 정말 외국 무대에 스셔야 할것 같애요.모든분들 합심하여 정말 좋은 작품 만들어 내셨습니다.박동진 운영위원님 멋들어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졸필을 탓하지 않고 예쁘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 예쁜 사람은 꽃잎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다고 하던데 어쩌면 글쓴이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해주시는 분들의 마음 또한 순백의 눈보다 더 아름다울 것입니다. 과분한 말씀 격려로 알고 가슴에 묻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