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역할 수 없는 붉은 위용 모란을 이고 춤을 춘다
음력 섣달그믐 묵은해의 사귀를 쫓으러 오방향 흑·백·홍·황·청 다섯 사내가 춤을 춘다
허리에 팔을 붙이고 빗가락 정읍 장단에 역신의 다리를 걷어내려
처용면을 쓰고 사방을 돌고 돌아 하늘같이 영원한 목숨 신명나게 흔들어 보아라
머나 먼 산과 들에 꽃잎은 떨어지고 강물은 흘러가리
둥글게 돌아 북향 하니 주석 귀고리가 장단을 맞춘다
호방한 처용면상 다리 들어 장엄히 두 팔 뿌린다
해의 시간을 살던 사람들이 달의 시간을 따르는 바다를 알아가고, 어둠으로부터 잉태된 빛이 거세당하여 붉게 끓어오르는 태양의 파도 거품에서 아름다움과 절망 그리고 사랑이 생겨났다는 태초의 이야기처럼 절박한 것들은 처용의 탈처럼 붉은가보다. 불수의근처럼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어찌할 수없는 삶의 퇴마退魔 처용이야기, 부적을 붙이고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다섯 명의 남자가 방향을 나타내는 오색 옷을 입고 춤을 췄다는 궁중무이다. 까마득한 전설을 품고 탄생한 신들의 수많은 이야기, 그중 하나가 울산을 지키고 있는 처용이 아닌가,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가 비틀거린다고 한다. 유네스코 지정문화재 처용무의 맥이 끊어질 지경으로 그 가치가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소식에 더 애착을 느끼며 감상했던 춤판이었다. 기사입력: 2016/06/09 [14:50]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179331§ion=sc74§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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