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솔향수목원
, 전화번호:033-660-2322,주소:강원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산 147-1
정선군 북면 노추산 모정의 탑을 걸으며, 백복령 고갯길에서 메밀전에 막걸리 한 잔 ~~
노추산 모정의 탑으로 가는 길, 오늘도 변함없이 백복령 구비진 길 따라 버스는 오른다.
정선 임계를 지나고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지방도로변에 버스가 멈춘다. 두 시간 가까이 달려오다 보니 점심시간이란다.
도로변에 있는 식당 하나,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듯 깔끔한 한식 뷔페로 들어가 식사부터 시작된다. 강릉 맛집으로도 올라와
있는 이곳 식당(벌말식당)은 메뉴도 다양하고 오가는 길 배가 출출하다면 들러 먹어도 괜찮을 듯 하다.
버스를 타고 지나치는 밭 전경은 정선의 고지대인지라 배추와 양배추 당근이 주재배였고 당연히 대표적 특산물 강원도 감자와
옥수수는 빠질 수 없는 풍경 중 하나였다. 가지런히 정리된 듯한 밭풍경과 인부들의 농약치는 모습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흐려 일하기에는 딱 좋은 듯 했다. 햇감자와 옥수수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데 아직 고지대의 이곳은 조금 늦게
나오려는지 감자꽃이 피기 시작하고 이모작인지 금세 심은 듯한 무와 배추 모종도 나란히 나란히 줄서기하며 심어져 있었다.
식사후 식당 마당에서 바라본 밭 전경 그리고 자두와 노추산으로 가는 길
식당에서 10여분 가다보니 '노추산 모정탑길' 이정표가 보였다.
모두들 하차하니 시원한 계곡물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며 여름날은 어디로 숨은 듯 걷기엔 그만인 날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통과하니 전날 내려 물이 불어난 계곡이 콸콸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있었다. 흘러흘러 남한강의
상수원이고 아우라지가 되는 줄기 계곡 송천이다.
즐기는 마음으로 어딘가 나서다 보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다.
풍경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길 위의 사람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해와 구름이 밀당하는 하늘 속 구름도 아름답고 구비구비
흘러가는 냇물과 소리 젖어있는 청량한 산길 모두가 아름답다.
노추산...
11년전 산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아 지난 기록을 훑어본다.
'아하, 이 곳이지. 아하, 이랬지. 아하 여기를 갔었지', 기록은 이래서 좋은 것이다. 다시 보고 다시 느끼고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즐거움, 이런 흐뭇함으로도 가볍고 아주 작은 행복을 느낄수 있다.
산행이 아닌 모정의 탑 길을 걸으며 이번 숲해설 탐방은 시작된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이다.
신라 때의 설총과 조선시대의 율곡 이이가 이 산에서 학문을 닦아 중국 노나라와 추나라의 기풍을 이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율곡선생 구도장원비
- 이 비석은 조선 선조때 율곡 이이 선생이 노추산에서 학문을 닦으며 쓴 글을 새긴 돌이다. 비석에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지금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있다. 이는 전국 각지의 유생들이 비문을 보면 관운이 있다하여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고 하며,
당시 마을에 살던 황씨가 유생들이 찾아와 선비 행세를 하며 번거롭게 하자 비석의 글씨를 쪼아 땅속에 묻었다고 한다.
박가선씨가 꿈에 비석위치를 암시받고 나무 밑을 파보니 비석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세웠으나 오랜 세월이 지나며
행방이 묘연하던 것을 대기리 마을회와 강릉시가 기증받아 구도장원(아홉번 장원급제)을 한 율곡선생의 기운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전해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비를 세웠다 -
탱글탱글 다래 열리고, 병아리난초 좁쌀풀꽃 말나리
비가 많이 내렸었나 보다. 촉촉하게 젖은 노추산 자락, 모정의 탑길은 눅진하고도 이제 막 풀을 베고 난 풀내음으로 코를 벌렁이게 만든다. 주황빛 말나리와 노루오줌이 주(主)를 이루고 큰까치수영과 여물어가는 다래도 보인다. 데크 다리를 건너면서 하나하나 정성들여 쌓은 돌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되는 길 양옆 돌탑들은 오가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탑들이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이다. 한 명이 걸을 수 있는 폭이 전부이고 그 옆으로는 26년간 3천개의 돌로 탑을 쌓았다는 '모정'을 엿보며 걸어가는 길이다.
두 아들을 먼저 보내고 한 서린 가슴을 부여잡으며 그 아픔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었겠는가. 돌 하나에 실은 어미의 심정이 오롯이 들어가 있는 3000개의 돌탑들이 뭇 사람들을 다시금 생각케 하는 탑길을 걸어가 본다. 주워 모은 돌들과 모두의 염원을 비는 주변 사람들이 가져다 주는 돌로 그 사람들의 이름과 날짜 등이 기록되어 있었고 빽빽하게 쌓아올린 안정적인 돌탑들이 스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양옆 사열하고 있었다. 전국의 모정이 모여있다고 봐도 될 듯 하다.
계곡 주변에는 그야말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정렬되어 쌓아져 있는 돌무더기들, 그리고 그녀가 탑을 쌓으면서 기거했던 움막, 실제로는 마을에서 지내주는 제사 터가 있는 곳이 그녀가 머물렀던 곳이고 지금의 움막은 돌쌓는데 필요한 물품 들이 보관되어 마을사람들이 굴피집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제 몸 하나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기거했던 것이다.
계곡에서의 시간으로 유쾌하게 보내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간다.
오면서 보았던 병아리난초를 다시 또 보고, 보지 못했던 야생화를 담으면서 되돌아가는 길, 흐르는 물처럼 시간은 유유히
흘러가고 세월도 흐르고 숲해설도 어느듯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두어 달 동안 끈끈하게 지내왔던 정들이 처음보다
두터워지고 새로운 '관계'라는 틀이 또 만들어지려 한다. 사람 살아가는 일이 별개인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다.
버스에 탑승하여 돌아가는 길에는 백복령 고개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 잠시 정차하여 수수부꾸미와 메밀전병 감자전
그리고 막걸리 한잔에 오늘의 숲해설도 마감하려 한다.
되돌아가는 백복령 구비진 길 위로 안개는 뿌연 장막으로 앞을 가리지만 이틀 후 다시 올 이 길을 또 기다려 본다.
노추산 가는길, 병아리난초 이질풀 붉은토끼풀 노루오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