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존자의 일기 - 범라스님 편역본]
#73. 아난다 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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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아난다 보리수
큰 달님을 중심으로 밝게 빛나는 별처럼
유명하신 분들을 제법 많이 보여 주었다.
그들과 똑같이
이 교단의 책임을 잘 이끌어 가는 주인들의
훌륭한 마음들도 드러내었다.
이 교단의 이익을 위하는
신남 신녀들의 공덕도 드러냈다.
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지금 보일까 한다.
그것은 바로 내가 심은 보리수이다.
이 보리수를 심은 원인이 있다.
갖가지가 구족하게 갖추어져 있어도
부처님께서
제따와나 정사에서만 지내실 수는 없었다.
제도해야 할 중생들에게 법으로 도움을 주시려면
이곳저곳으로 다니셔야 했다.
부처님께서 가시면 상가 스님들도 같이 따라간다.
이때 제따와나 정사는 텅 빈 채 남아 있게 된다.
스님들께서 가득할 때는 풍성하다가
상가 대중들이 안 계시면 바싹 말라버린 것 같았다.
절에 오던 신남 신녀들은
절에 오지 않고는 배길 수 없어서 다들 오고는 했다.
그렇게 왔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절에 와서 꽃이나 향을 올릴 곳도 없었고
부처님 대신 의지하고 예배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가지고 온 꽃과 향을
부처님께서 거처하시던 곳에 수북히 쌓아 놓고 갔다.
중요하게 여겨서 가져왔던 공양물을
적당하게 예배도 못 올리고
되는 대로 던져두어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모든 신도들을 대신해서
이 사실을
절 창건주 아나타 장자가 자세히 여쭈었다.
아나타 장자는 나와 매우 가까웠다.
그리고 나는 부처님과 가까웠다.
그래서
부처님께 말씀드려 주도록 나에게 부탁해 온 것이다.
중요하게 의지하여서 여쭈어온 대로
나 역시 부처님께 빨리 가서
“부처님,
중요하게 예배할 탑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하고 여쭈었다.
원하는 것을 말씀드리기 전에
그 기초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아난다여,
①다뚜 새디(사리탑)
②빠리보가 새디
(부처님이 사용하시던 물건, 발우, 가사,
부처님이 성도하실 때 계시던 보리수)
③옥대사 새디
(부처님의 모습을 닮은 등상불)
이렇게 세 가지 새디(탑)가 있다.”
부처님께서
내가 알려는 것에 대하여 대답해 주셨다.
여기에 힘을 얻어서
“부처님,
부처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
그런 탑 모두를 세울 수 있습니까?”
“아난다여,
모든 탑을 다 얻을 수는 없다.
다뚜 새디는
나 여래가 빠리 닙바나에 든 다음에 생길 수 있다.
옥대사 새디 역시 지금 분명한 것이 없어서
존경할 만한 것이 없다.
나 여래가 사용했던 마하 보리수는
나 여래가 있는 동안에도
예배해야 할 탑으로 합당하다.
존중 예배할 만하다.”
“부처님,
부처님과 상가 대중 스님들께서
다른 곳으로 떠나 가셨을 때
이 제따와나 정사에는
의지하고 예배할 만한 대상이 없습니다.
마하 보리수 나무에서 씨를 가져다
이 제따와나 정사 대문 근처에 심고 싶습니다.
부처님.”
“좋다. 아난다여, 심어 주어라.
그러면 이 제따와나 정사에
나 붓다가 언제나 머물고 있는 것처럼
풍성해질 것이다.”
이렇게 허락을 내리셨기 때문에
나는 보리수 심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
꼬살라 대왕,
아나타빼인다까 장자,
위사카 어머니와
손이 닿는 대로 신남 신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들의 도움으로
제따와나 정사 대문 근처에
보리수 심을 구덩이를 파는 일이 끝났다.
마하 보리수에서 씨앗을 얻는 일은
마하 목갈라나 테라께 부탁드렸다.
마하 목갈라나 테라께서는
마하 보리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익은 열매를
땅에 떨어지기 전에 가사로 받아서 나에게 주셨다.
씨앗을 얻은 그날
보리수 심는 행사를 하려고 꼬살라 대왕에게 알렸다.
차례차례 계획했던 대로
해가 뜨겁지 아니한 오후에 꼬살라 대왕이 도착했다.
보리수 심는 잔치를 크게 하려고
많은 대중들을 보통 때보다 더 많이 데리고 왔다.
위사카와 아나타 장자 역시
이 행사를 빛내기 위해서
온 가족 친척들과 함께 잘 차려 입고 모두 도착했다.
대중이 모두 갖추어 모이자
나는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
황금으로 된 큰 항아리를 내렸다.
그 황금 항아리에
갖가지 향수를 부은 깨끗한 흙을 넣었다.
그러나 그 다음 보리수 열매를 심는 일은
내가 직접 하지 않았다.
신남 신녀들이
의지하고 모실 보리수를 심어야 하는 것이니
모든 신도의 대표가 되는
꼬살라 대왕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손에
보리수 씨앗을 제법 한참 들고 있었다.
그 다음 그는 자신이 심지 아니하고
아나타 장자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보리수 열매를 들고 있는 동안
대왕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보리수를 심으려는 잔치였으므로
성대하게 갖추고 왔더라도
그의 속마음은
어느 한 가지 어려운 것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넓고 큰 꼬살라국 전체를 다스리는 대왕이
자기를 건너서 아나타 장자에게 건네준 것은
내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했다.
장자의 호사와 대왕의 부귀를 비교하면
대왕의 부귀 호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화려하다.
그러나
대왕의 호사는 오래 머물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쳐들어 와서 침략했을 때나
자기 혈족, 자기 아들 가운데
역적이 나와서 왕위를 넘겨줄 수도 있다.
한 나라의 왕이 지위를 잃었을 때는
죽음을 당하는 확률이 많다.
반면 거부 장자의 재산은
왕의 재산만큼은 크지 않더라도 언제나 풍성하다.
아들 손자 이어가면서
이보다 더 크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왕들도
그 나라의 자랑거리인 장자들에게
위험을 주어 괴롭히거나 무너뜨리지 않는다.
그 재산에 걸맞는 칭호로 치켜준다.
이렇게 대왕은
자기 부귀가 아나타 장자만큼
튼튼하지 않다고 그때 생각한 듯했다.
내 생각이 틀린지 맞는지는 다음에 알 것이다.
어쨌든 아나타 장자는
꼬살라 대왕의 손에서 보리수 열매를 받아서
황금 항아리 안의 진흙을 파고 보리수 열매를 심었다.
그 순간
다섯 가지 천상의 아름다운 선율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내가 직접 주도하여 심었기 때문에
그 씨앗에서 새싹이 나온 나무를
아난다 보리수 라고 많은 이들이 불렀다.
부처님께서도 관정식을 하는 뜻으로
보리수에 물을 부으시고
그 아래서 하루 저녁 내내
과의 선정(팔라 사마빠따)에 드셨다.
꼬살라 대왕이 직접 선두가 되어
거행한 보리수나무 심는 잔치가
크고 화려하게 잘 치러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