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신문 인터뷰]
공동체 힘으로 법원읍 전체를 상품화하자
- 이성수 법원읍 해바라기 상인회 회장
2천여 평을 환하게 밝힌 해바라기가 장관이다. 해바라기는 먼 북아메리카에서 건너와 낯선 땅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되어 이젠 토종 식물처럼 여겨진다. 성인 키만큼 쭉쭉 뻗은 줄기 끝에 다소 부담스러울 만큼 커다란 꽃이 가로등처럼 환하다.
해바라기 씨앗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선호도가 높은 식물성 기름으로 사용하고 꽃잎은 덖어서 차로 마신다. 그뿐만 아니라 고혈압, 골다공증, 류머티즘, 요도염, 지혈, 치통, 해열에 좋다며 씨와 줄기를 한약재로 이용하기도 한다. 태양의 정기를 모두 담은 해바라기는 한마디로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식물이다.
파주시 법원읍에는 해바라기를 닮은 사람이 있다. 공동체의 힘으로 법원읍 전체를 상품화하고자 하는 이성수 해바라기 상인회 회장이다. ‘꽃이 해를 향해 핀다’는 향일규(向日葵)처럼 법원읍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느라 이성수 회장의 마음은 온통 마을공동체에 가 있다. ‘해바라기 상인회’는 1회 해바라기 축제를 주관한 ‘법원읍 상가 번영회’가 2회 때 ‘법원읍 상인회’로 바뀌었다가 법원읍 대표 축제인 ‘해바라기’를 넣어 바꾼 이름이다. 해바라기는 재물과 부귀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꽃말은 우러러 경배한다는 ‘숭배(崇拜)’, 일편단심, 기다림이다. 그런 의미를 모두 담았다.
파주의 특산물 장단콩을 이용한 두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시설 점검 준비로 바쁜 사임당 두부에서 이성수 회장을 만났다.
본인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법원읍에서 태어나 자랐고, 군대에서 제대 후 부산에서 8년 정도 있다가 고향으로 다시 왔습니다. 떠나있던 시간이 있으니, 지역에 그동안 못했던 봉사를 하며 사는 건 어떻겠냐는 친구의 말에 하나둘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상인회 총무를 시작으로 지금은 해바라기 상인회 회장, 파주시 소상공인 연합회 회장, 문화협동조합 대표, 사임당 두부 협동조합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럼 먼저 법원읍을 대표할만한 해바라기 축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지금 4년째 하고 있는데, 축제를 하기 전에 그곳은 나대지였습니다. 원래는 오현리 군부대가 나가면서 주민 이주지로 계획해 터를 마련한 거였는데, 해당 700가구 중 40가구만 이주를 해 비어있게 된 땅입니다. 오랜 기간 나대지로 있다 보니 국방부에서 땅을 내놓았고, 부동산과 업자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시내에서 2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그럴 수는 없다는 의견이 모여서 당시 차정만 읍장님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야4리 심현덕 이장님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셔서 주민들이 들깨 공동 경작하던 곳을 ‘해바라기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예전 법원읍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길거리에서 달러를 주울 만큼 경제가 활성화되었던 곳인데, 법원 시내 상가 40%가 비어있어 상가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다 ‘볼거리를 만들면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에 의견이 모인 것입니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진행 과정은 어땠나요?
모두 함께 의견을 나누고, 서로서로 손을 보태고 힘을 모아 주셨으니 가능한 일이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민 쉼터 조성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꽃밭을 가꾸고 더 나아가 지역 축제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관련된 분들과 가까운 연천과 제주도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습니다. 국방부 동의받는 것부터 시작해, 덤프로 흙을 가져와 포크레인 등 중장비로 열흘 간 정리하고, 씨앗을 심어 꽃을 가꾸며 준비했습니다. 오천여 평 중 천 평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이천여 평에 심은 해바라기는 축제 첫해에 텐트 40동을 마련해 성황리에 운영되었습니다. 당시 최종환 시장님이 오셔서 나머지 땅에도 다 심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에서 땅을 사주시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파주시에서 가지고 있는 시 부지와 국방부 땅을 교환해보겠다고 했는데 올해 확정되고 나면 이제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법원읍 축제가 아니라 파주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좋아서 참석 인원을 계산할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러다 자세한 데이터가 있어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젊은 층이 많이 오고 특히 임산부들이 태교를 위해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변 상가는 축제하는 동안 매출이 늘어난 곳이 많았고, 2주간 금·토·일요일 방명록만으로도 17,500명이나 되어 평일까지 어림잡으면 25,000명 정도 찾아주셨습니다. 축제가 거듭될수록 찾는 분들의 만족도가 높은 축제, 지역민들이 함께 행복한 축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수많은 꽃 중에 ‘해바라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연천 호로고루성 주민자치위원장님을 만나 그곳 해바라기 축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볼거리도 좋지만, 씨앗을 수확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20일 가까이 연천을 오가며 해바라기 심는 방법과 가꾸는 법, 또 활용 방법 등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제주 김경숙 해바라기 농장에서 씨앗을 구매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꽃을 심을 때부터 주민 화합의 장이 되고, 꽃 피면 축제를 열어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이 생기게 됩니다. 다른 꽃 축제는 2~3일, 길어야 1주일이지만, 해바라기는 상대적으로 꽃 피는 기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씨앗으로 기름을 짜거나 씨앗 자체로 판매해서 수익을 올릴 수도 있게 되는 그야말로 6차산업입니다. 지역 주민들도 해바라기를 심으면 수확한 씨앗을 구매해주기로 하고 꽃밭을 가꾸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위해 상인회에서 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상인회 회원은 180여 명이고, 시내 주변에만 250개의 상가가 있습니다. 집수리 봉사, 코로나 방역, 방역에 미온적인 외국인들한테 예방접종 하도록 설득하고 안내하기, 마스크 나눠주기, 지역 단체들과 대청소, 사랑의 산타클로스 밥상, 특화 등거리 조성 등 다양한 분야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집수리 과정을 돕고, 참여하신 분들 음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랑의 산타클로스 밥상’은 법원읍 맞춤형 복지팀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주시면, 상가에서 8~10명 정도의 식사를 준비해 대접하는데, 식당의 80~90%가 동참하고 있습니다. 식당들은 차례가 안 와서 언제쯤 오나 기다릴 정도입니다. 30~40% 할인 쿠폰도 제공하는 등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법원읍 해바라기 상인회 회장이 되고서 한 일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코로나 이후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특히 자영업을 하는 분들은 타격이 정말 컸습니다. 더군다나 3단계, 4단계 올라가면서 더는 앉아서 손님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1인 점포 같은 경우에는 직접 배달을 하면서 음식을 만들고 그럴 수가 없으니 난감했죠. 그래서 지역에 있는 세 명의 청년들에게 배달업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사무실 공간도 제공하고 상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었습니다. 청년들은 고정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법원읍 시내뿐만 아니라 인근 용주골, 주내, 문산 지역까지도 배달 주문이 들어와 상인들은 매출이 많이 늘었습니다.
코로나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늘어난 빈 상가가 다시 채워지고, 모두가 웃으면서 장사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회복이 된다 해도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복구가 되어 ‘그땐 그랬지.’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임당 두부 협동조합’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장단콩을 이용한 두부 사업을 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입니다. 도시재생과와 협력해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노후상가거리 활성화 사업에 공모해 5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법원읍 사거리에서 자운서원로 방향으로 250m 안에 있는 점포에서 파주 특산물 장단콩을 활용한 두부 요리를 한 가지 이상 넣어 특화거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미 명성이 널리 알려진 장단콩 이미지와 더불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3년 전 당시 이수호 과장님이 의견을 주셔서 초당두부로 선진지 견학도 다녀오고 준비를 했지만, 사업비가 없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만 갖고 있었습니다. 과장님이 국장으로 승진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나서주셔서 고대하던 일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특화거리 안에 두부 공장을 짓고, 각각 영업점에 맞게 두부를 활용한 요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장단콩 두부 요리 교습소’를 마련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두부 공장에 가서 한 달 동안 배워왔는데도, 전문가처럼 두부가 완벽하지 않아 계속 연습 중입니다. 그렇게 만든 두부는 그동안 공동체 일에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맛보시게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제조공정 허가가 나면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입니다. 두부를 많이 이용한 곳에는 연말에 ‘이용배당금’도 지급할 예정입니다.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추진력도 남다르시니,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토부 환경개선사업을 신청해 전국에서 27개가 선정되었는데, 법원읍이 그중에서 7위를 했습니다. 간판 개선 사업비 받은 것으로 60년대 복고풍으로 거리 전체를 바꿀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인스타나 페이스북 등 사진 찍어 올리고 싶은 장소로 알려질 테고, 법원읍 전체가 상품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 재생 뉴딜사업 제안을 준비 중입니다. 선정된다면 법원읍 시내에 전신주를 모두 지중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도심 자체가 깔끔하고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으며, 행인들의 도보 길이 편안하고 안전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임대 상가를 매입해서 조합원들의 휴게시설 및 고객 쉼터 그리고 회의 시설 등으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또 상인회가 탄탄해지고 예하 단체들이 조직화 된다면 각 분야별 책임자에게 일임해 체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 이후엔 캠핑카를 구매해 여행도 하고,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 중인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법원읍의 변화 발전되는 모습은 지역의 주민들과 공동체의 노력 그리고 민관협력의 시너지 효과로 보인다. 거기다 ‘리더가 바뀌면…’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성수 회장의 생각이 추진력으로 작용해 지역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 사업을 운영하려면 회원들과 상인들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이제는 “뭐 필요한 거 없어?”라고 먼저 물어봐 주는 분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이성수 회장은 말한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먼저’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음이 여느 때보다 더 크게 와 닿는다. 먼저 나서서 해주는 누군가의 노력은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많을 사람들을 위해 나서서 하는 이성수 회장의 일이 잘될 수밖에. 법원읍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인터뷰 작가 김선희 汀彬
kimsunny02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