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코믹스(DC Comics)와 함께 미국의 만화소설잡지시장을 양분한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의 또 다른 영웅적 인물을 요즘 추세에 따라 대형스크린에 구현해냈다. 영화 <토르>(Thor)는 북유럽 신화에 바탕을 둔 서사적 액션 판타지물이다. 영국출신 배우 겸 감독으로 유명한 케네스 브레너(Kenneth Branagh)가 연출했다.
오랜만의 신작에서 그가 동반자로 선택한 작곡가는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이다. <환생>(Dead Again, 1991)을 위시해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 1993), <햄릿>(Hamlet, 1996), <신데렐라>(Cinderella, 2015) 등 다수의 작품에서 도일은 브레너의 작품에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은 바 있다. 두 명인이 다시 의기투합했다는 것 그 자체로 <토르>(Thor)는 2011년의 아주 흥미진진하고 모험적인 스코어들 중 하나로 손꼽힐 기대작이라 할 것이다.
영화는 이름의 시조가 되는 영웅 토르 역에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가 부 왕 오딘(앤서니 홉킨스)의 뜻에 반항한 죄로 북유럽 신들의 요새 아스가르드에서 지구로 추방당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시각을 압도하는 대규모의 영상미와 더불어 코믹한 상황극의 적절한 배합이 관전 포인트.
지상으로 내쳐진 토르는 이제 더 이상 절대 권력의 상징물인 쇠망치 묠니르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토르는 천체관측과학자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먼 분)과 그녀의 동료들에게 필연적 우연으로 발견되고, 그들과 팀을 이뤄 자신의 힘을 되찾으려 힘을 쏟는다. 무엇보다 그는 부친 오딘을 전복하려는 음모를 진행 중인 이복동생 로키(톰 히들스톤 분)의 야욕을 물리치기 위해 신전으로 복귀해야만 한다.
영화에는 또한 <아이언 맨>(Iron Man), <인크레더블 헐크>(Incredible Hulk), 그리고 이후 개봉할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를 포함해 마블 어벤져스(Avengers)시리즈의 일부라 할 만한 배우들, 사뮤엘 엘. 잭슨(Samuel L. Jackson), 스텔란 스카스가드(Stellan Skarsgard), 콜름 피오레(Colm Feore)가 출연해 2012년 화제작이 될 <어벤져스>(Avengers)의 전조적 연합작품으로 후보등록을 마쳤다.
이 모든 유망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영화 <토르>는 실제로 다소 실망스러운 스코어가 아닐 수 없다.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의 명성을 감안하면 중요성이 떨어지는 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패트릭 도일의 스코어와는 다른 사운드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은 작곡가들에게 있어 특정한 방식에 스스로를 제한하거나 참신한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 것 또는 영화에 따라 다른 목표를 두고 전향하는 것에 대해 어떤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 불만을 가져오게 되는 것은 작곡가가 기본적으로 다른 누군가와 같은 소리를 내는데 그치는 무분별한 감각 때문이다. 거기서 작곡가 자신만의 원초적 음성은 더 이상 부재하고 실제로 사라지고 만다. 패트릭 도일에게 스코어를 쓰도록 했으면 기획의도에 맞게 그만의 개성적 소리를 내줄 거라고 여기는 건 당연하다.
<토르>에서는 따라서 <해리 포터와 불의 잔>(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에라곤>(Eragon)과 같은 서사적 범위의 사운드를 그리거나, 마리 셸리(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이나 <환생>(Dead Again)과 같이 생동감 넘치는 액션음악, 또는 <헨리5세>(Henry Ⅴ)나 <리전>(The Last Legion)의 대담한 극적 음악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실제 접하게 되는 것은 그러나 한스 짐머(Hans Zimmer) 산하 작곡가집단인 리모트 콘트롤(Remote Control)의 전형적인 사운드를 능숙하게 변주한 형태의 관현악곡이다. 지난 수년간 <아이언 맨>(Iron Man)과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그리고 <타이탄>(The Clash of Titans)의 음악을 쓴 라민 자와디(Ramin Djawadi), 스티브 잽론스키(Steve Jablonsky), 그리고 지오프 자넬리(Geoff Zanelli)와 같은 작곡가들을 통해 귀에 익은 사운드가 다량 감지된다.
단발성으로 편협하게 급조된 음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 작곡가가 자기 본연의 개성적 스타일을 숨기고 통상적인 스타일에 흡수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누군가의 사운드와 스타일을 전적으로 표방한 모방적 음악이라 해도 과한 비판만은 아닐 만큼 상기 영화들에서 음악은 상통하는 면이 다분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토르>의 영화 제작자들이 왜 그들의 필름에 <아이언 맨>과 다른 유사품들과 유사한 음속의 세계를 도해하도록 했는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긴 하다.
언급했다시피 제작자들은 일련의 마블 코믹스 히어로들을 개별적으로 영화화하는 과정 중 어느 시점에서 수년 내에 모든 마블 캐릭터들을 통합한 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그렇다는 말이다. 또한 전적으로 도일이 이 작품을 전담한 이유는 다른 작곡가와는 전혀 함께 해본 적이 없는 감독 케네스 브레너와의 오랜 친분 때문일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곡가와 감독의 편한 관계 이상으로 도일은 자와디나 잽론스키를 사칭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결과물을 내놨고, 차별성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고인이 된 거장 존 베리(John Barry)가 자신의 이력들 중 수많은 영화들을 거절한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기준에 타협해 절충해낸 음악을 하기 꺼렸기 때문이라는 것은 유명하다.
감독이 어느 작곡가와 유사한 스타일로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그럴 거면 그 작곡가에게 맡기라고 일축했다는 일화가 바로 그것. 엄밀히 다른 감독에 다른 경우라 할 수 있지만, 도일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만, 순수하게 음악 그 자체로는 즐길만한 오락성으로 충만하다.
대규모에 서사적인 세력으로 영화 전반을 관통하며 확실한 임팩트를 가한다. 장면의 지시악곡, 큐(cue)로써 쓰인 곡들은 발할라, 아스가르드, 그리고 바이킹의 전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들이다. 보편적으로 더 깊고 더 위세를 떨치는 금관악기, 그리고 분명히 검과 쇠망치, 모루 등 바이킹이 살았던 때의 사회를 반영하는 금속성의 타악기를 포함한 소리들의 결합을 들려준다.
장중한 'Sons of odin', 'A new king', 'Ride to observatory' 그리고 'To jotunheim', 스코어의 메인 테마 연주를 내포한 이 곡들은 현악 선율에 의한 극적 감흥에 역점을 둔 한편, 타악을 필두로 박진감 넘치는 오케스트라로 확장되면서 강한 인상을 준다. 'Thor kills the destroyer'는 다른 한편으로 도일의 독특한 표현이 빛을 발하는 소수의 큐들 중 하나다. 영웅적이고 마음을 뒤흔들 만큼 신나는 찬가는 <에라곤>의 테마를 연상시킨다.
다수 포진해 있는 액션음악은 반복적인 패턴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변화무쌍한 현악군, 지배적인 금관악기군, 융기하고 추진하는 타악기의 쓰임새가 동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거기에 전자음악의 방대한 사운드 조각모음을 더하는 형식이다. 영화의 이야기를 여는 'Chasing the storm', 'A new king'의 후반부와 같은 큐들, 마찬가지로 'The compound'와 'Brothers fight'와 같은 후반의 결실들은 대단히 혈기왕성한 고출력의 내폭성 사운드질료들로 차고 넘친다.
도일이 이와 같은 작법에 얼마나 능숙한지 입증한다. 때로 도일은 팡파르가 인상적인 오케스트라 연주를 소개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사운드의 번창을 들려주기도 한다. 현의 질주가 이어지는 한편 금관악기군이 다른 방식으로 각기 열띤 경쟁을 벌이고 특유의 드럼 반복악절이 일련의 종합적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흥미진진한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특히 가장 현저한 곡은 언급한 'The compound'일 것이다. 최상의 액션 큐라 할만하다. 다른 곳에서 'Frost giant battle'과 'The destroyer'와 같이 흥분을 자극하는 큐들은 성가적 합창을 간결하게 보간하면서 장엄한 감흥을 가미한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의 'The creation'(피조물)에 필적할 만큼 압도적으로 어두운 힘을 발산하지는 못한다.
스코어에서 최적의 사운드를 선사하는 일부 대목은 사실상 더 안정되고 감성적인 순간들에서 나타난다. 소기한 바와 같이 'Banishment'와 위협조로 어둡고 음울한 감정을 전하는 'Odin confesses'는 현의 울림으로 가득한 비극적 터치가 더 강한 암시를 주고 'Can you see jane?'의 도입부에 선명한 비올라 연주는 토르와 제인 사이에 싹트기 시작하는 낭만적 관계를 확증하려는 의도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르>를 위한 도일의 음악은 종래에 확립 부단히 재활용되는 영웅적 만화인물의 사운드를 관례적으로 따르고 무사안일하게 끼워 맞춘 오명을 쓸 만하다. 너무 뻔한 “여름 블록버스터”의 관행은 지난 십 수 년 동안 할리우드의 오염원으로의 형틀을 제공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음이다.
쉴 새 없이 대량으로 찍어낸 첼로선율들로 휘젓는 오케스트라 스코어는 <타이탄>과 <트랜스포머스>의 각본을 철저히 공략했고 콸콸 솟고 웅웅거리는 신서사이저 샘플들로 채워진 사운드공식들이 다른 스코어들을 획일화했음에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점점 더 동시대적인 최첨단사운드를 강렬하게 구현해내려는 시도들로 인해 영화음악에도 감각은 있되 감동은 사라지는 추세다.
<토르>도 그와 연동해 나쁘지는 않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은 남는다. 패트릭 도일은 사실 자와디나 잽론스키가 이와 같은 유형의 영화를 위해 쓴 스코어보다 더더욱 흥미로운 소리들의 조화를 취합해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훨씬 더 북유럽적인 특징이 배어나는 사운드질료, 더 확장된 서사적 터치, 그리고 덜 기계적인 음향을 강화했더라면 하는 절실한 요구가 뒤따른다.
-수록곡-
Chasing the Storm 폭풍우를 쫓아서 (3:11)
Prologue 전주곡 (3:09)
Sons of Odin 오딘의 아들 (1:48)
A New King 신임 왕 (3:01)
Ride to Observatory 관측소로 차를 몰다 (2:10)
To Jotunheim 유툰하임으로 (2:19)
Laufey 로페이 (3:40)
Frost Giant Battle 거대 동장군 전투 (4:22)
Banishment 추방 (1:53)
Crisis in Asgard 에스가드에 위기 (2:19)
Odin Confesses 오딘의 고백 (2:43)
Hammer Found 쇠망치 발견 (1:11)
Urgent Matter 긴급사태 (2:21)
The Compound 구내 (7:40)
Loki's Lie 로키의 거짓말 (1:54)
My Bastard Son 나의 서자 (2:39)
Science and Magic 과학과 마법 (2:53)
The Destroyer 파괴자 (2:57)
Forgive Me 용서해다오 (2:40)
Thor Kills the Destroyer 토르 파괴자를 없애다 (1:53)
Brothers Fight 형제들 전투 (6:59)
Letting Go 보내줘 (3:17)
Can You See Jane? 제인이 보이니? (2:23)
Earth to Asgard 지구에서 에스가드로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