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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참 만만치가 않습니다.
하고싶은 일을 하라고 해서 한 번 해볼까 하면,
기다렸다는 듯 해야할 일이 떡!허니 가로막곤 하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제가 인생후반기를 위해 듣고있는 '인생학교' 라는 곳이 있습니다.
입학식에서 학장님이 꼭 참석해야한다고 강조하던 한 번 뿐인 워크샵이
둘레길을 도는 10주차 주말에 겹쳤습니다.
그동안 OT부터 9차까지 빠짐없이 참석했던 100인 원정대도,
입학이 단 한 번 허락되는 인생학교의 워크샵도 제게는 모두 소중했습니다.
처음엔 둘레길을 걸은 후 따로 워크샵에 합류할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워크샵장소는 대중교통으로 따로 나서기 힘든 인천의 옹진군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고심끝에 둘 다 가능한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인생학교워크샵은 은평구의 불광역 근처에 있는 캠퍼스에서 10시에 출발합니다.
둘레길 10차 코스는 그곳에서 멀지않은 국민대 근처에서 9시에 시작하구요.
함께 걸을 수는 없지만
아침 일찍 원정대에 참석했다가 10시까지 약속장소로 오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 후 따로 10차, 11차(이날은 시험과 겹쳤습니다) 나머지 구간을 걸으면 되는거죠.
미리 확인해 보니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아쉽지만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계획대로 저는 9차를 걸었던 다음날
남은 구간을 완주하기 위해 지도 한 장 들고서 집을 나섰습니다.
평소 편하게 쓰던 모자를 벗고 원정대 모자를 쓴 후 목걸이까지 차고 나니 왠지 마음이 놓였습니다.
방대장님과 진행을 도우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7기 100인 원정대가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첫번째 스탬프가 있던 곳과 팔각정이 있던 곳에서 길을 지나쳐 되돌아가야했고
갈림길이 나오는 길에 표지판이 없어 당황도 했지만 나머지구간은 마주 오는 분들께 물어가면서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도봉탐방센터를 눈앞에 두었을 때는 얼마나 기쁘던지요.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완주했다는 흥분으로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빨간 우체통을 찾아 마지막 스템프를 찍고나니
스스로 자랑스러워 봐주는 사람도 없건만 괜시리 어깨가 으쓱거렸습니다.
이제 완주는 해두었으니 좀 더 여유있게 상황에 대처하면 됩니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요. 모두 부질없고 쓸데없는 고민이었습니다.
고민조차 필요없는 강력한 변수가 나타났어요
완주를 하고 돌아온 그 주 금요일 오후에 딸이 응급으로 안과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신마취에 입원을 해서 토요일 제가 계획한 시간에는 병원에서 딸의 휠체어를 밀며 진료실을 돌고 있어야 했습니다.
하나님은 때때로 심술맞습니다.
어느 하나 놓치기 싫은 내 맘을 아셨는지
이번엔 엄마로서 선택의 여지도 없이 만들었습니다.
"하고싶은 일을 하십시오."
누구나 꿈꾸는 삶이죠. 해야할 일과 하고싶은 일.
마음은 하고싶은 일로 기울고
몸은 해야할 일로 기울고
'혼자 다니기 싫어서 동행하나?..'
잠시 원망스러운 맘에 문득
얘네 둘이 친군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욜 종일토록 내게도 한 번뿐인 삶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하늘을 향해 뱁새눈을 떴습니다.
하나님이 대체 무슨 심사일까?
이건 아니잖냐!!고 항의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이 공들여 세운 계획을 단숨에 꺾어버리는 게 신의 능력은 아니지 않냐고.
하나님이 가끔 귀차니즘이 생기는 건 아니냐고
따져보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내가 주저앉을 사람이 아닌 거 하나님도 아실 때가 됐는데 여전히 모르시나봅니다.
결국 저는 원정대에 출석하지 못했습니다.
단 한 번 입학에, 단 한 번 있는 워크샵도 못갔습니다. 하핫
더구나 지난번 조장님에게 직접 만나서 출석하고 전달하겠노라 당당히 말했던 스탬프북.
아침에 국민대에서 전해주려고 병원에 가지고 갔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로 수요일까지 제 가방에 그대로 있었습니다(스탬프북은 이후 조장님이
수욜까지 직접 내면 된다기에 지난 수욜 창포원에 갔더니 휴무일이라고 닫혀있더군요. ㅠ
다행히 이기백선생님께 연락해서 스파이접선하듯 신설동역 구내에서 만나 전달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주신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하핫
너무 기가막히면 웃음이 나온다더니 정말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엔 치뤄야할 시험이 눈 앞에 있었습니다. 잠시 잊어야합니다.
11차였던 토욜 시험을 마치고 창포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일정보다 빠른 3시경 도착하면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꼭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늘 그랬듯이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일정이 모두 끝나있었습니다.
제가 창포원에 도착했을 때
원정대는 물론 저희 조도 해산하여 근처에서 뒷풀이 중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쉬운 맘에 창포원사무실에 들러서 마무리회의중이신 방대장님과 선생님들 곁에 앉아
건네주신 따뜻한 차를 마시며 특별한 저만의 11차 원정대 일정을 마쳤습니다.
최선생님께 체험활동으로 만들었던 목걸이 재료도 받았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는 늘 마음을 그득히 채워줍니다.
둘레길을 걷는 내내 그랬습니다.
문득 '그들도 나와 같다면' 하는 마음에 용기를 냅니다.
7기 원정대 모임이 있었으면 합니다. 흩어지지 않는 100인 그대로의 모임요.
11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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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첫댓글 오마나~~우째 이런 일이~~
정말로 당황스런 응급수술도 있으셨고~~많은 일들이 있으셨네요.
따님의 빠른 완쾌를 바라겠습니다.
평소에는 큰 목소리로 왈가닥같은 제가~~
8조님들 주변을 조용히~기웃거리며~~늘품님이 안보이셔서 속으로 많이 궁금했었습니다.
그 어려움속에서도 완주하심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따스하신 분들의 배려에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인생학교 워크샵도~나중에 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11월11일에 반갑게 뵈어요.
그쵸?ㅎㅎ 워크샵은 끝났어요. 단 한 번 입학 가능, 단 한 번 있는 워크샵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11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뵈요.😊
그러셨군요 최근 산행에서 뵙지 못했던것 같아요.
혼자서 대단하십니다. 22.39K라지만 훨씬 더 많이 걸으셨을듯 합니다.
하고싶은거 하고 사시는 당당함,열정,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늘 행복하세요~
선생님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밤 되시고 11일에 뵈요.😊
은근기대했는데 역시나 멋지십니다 딱딱 맞아떨어지면 재미없어서 시샘하신듯 합니다 등산중 알바하면 그걸 은근 즐기기도 합니다 새로운 길이니까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대장님! 늘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11일에 뵙겠습니다.🤗
완주 축하드립니다.~~~
반사드립니다.^^ ㅎ 11일 반갑게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