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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6일 일요일 백두대간33회차 소백산 종주
자유인 산악회
백두대간 33회차: 죽령 – 제2연화봉 – 연화봉 – 제1연화봉 – 천동계곡 갈림길 – 비로봉 – 어의곡리
산행거리 : 약 19km 산행시간 : 약 9시간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1516856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1516859
거리 19 km
소요 시간 8h 16m 2s
이동 시간 7h 6m 26s
휴식 시간 1h 9m 36s
평균 속도 2.7 km/h
최고점 1,470 m
총 획득고도 823 m
난이도 보통
백두대간 (白頭大幹) 33– 소백산 (小白山)
양산박
철쭉이 폈다하여 꽃꿈안고 찾았더니
늦추위 꽃샘바람 여지없이 당했고나
꽃이야 괜치않다 살았으니 다행이지
철쭉꽃 없더라도 실망하긴 예이르네
물참대 고광나무 계곡가득 피어있네
발걸음 팔자걸음 꽃과함께 가자꼬나
09시 50분 죽령 들머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출발
2 주만에 다시 찾은 죽령 휴게소
충북 단양에서 지난 목요일(5월 23일)부터 열리고 있는 철쭉축제 기간이라 소백산이 무척 붐빌것이라는 예상이다. 자유인 산악회에서는 오늘 22기에서는 소백산을, 23기에서는 지리산을 가는데다 지맥팀에서도 산행계획을 잡고 있어 자유인이 총출동하는 날이다. 한문희 총대장님은 23기를 인솔하여 지리산 만복대를 따라 갔다. 우리 22기는 오랜만에 참여한 김 용호 대장이 인솔하는데 선두와 후미가 교신하는데 사용하는 무전기도 없어 소통 방법이 난감하다.
결국 계획했던 산행구간을 줄여서 국망봉을 다음 회차에 오르기로 하고 오늘은 비로봉에서 어의곡리로 하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소백산(小白山)은 그 이웃해 있는 태백산과 함께 양백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름 앞에 작을 소(小)자가 붙어 있지만 결코 작은 산이 아니다. 이미 지나온 구간인 묘적봉 – 도솔봉 구간도 소백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었으며 북쪽으로는 국망봉을 거쳐 고치령까지 연결된다. 소백산의 주능선이라 할 수 있는 연화봉(蓮花峰 1394) – 비로봉(毘盧峯 1439) – 국망봉(國望峰 1420)의 마루금은 지리산이나 덕유산 등 다른 큰 산들과 마찬가지로 봉우리로 오르는 거리가 꽤 길고 경사가 심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산이다.
소백산은 봉우리 이름에서 불교색채을 띄고 있다. 도솔봉은 석가모니 부처가 이 땅에 오기 전 머물렀으며 앞으로 올 미래불인 미륵불이 이 땅에 오기 전 머물고 있다는 천상의 세계인 ‘도솔천’에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고, 연화봉은 역시 불교 세계를 상징하는 꽃인 연꽃에서 유래하였다. 소백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은 석가모니 부처를 일컫는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을 줄여서 붙여진 이름이니 그야말로 소백산은 불교의 환경에 묻혀 있는 산이라 할 수 있겠다.
2016년 철쭉 꽃 필 때 처음으로 이 산을 찾은 이후 또 한 번 찾아왔었다. 철쭉은 절정기가 조금 지난 때에 보았지만 넓게 퍼져 있는 군락지가 산을 찾은 산님들을 꽃으로 덮어 버릴 만큼 풍성했던 기억이 난다. 겨울철 비로봉을 거쳐 천동계곡으로 하산했던 두 번째 방문은 매섭도록 차가운 바람이 기억에 생생하다. 나름대로 추위에 대비한다고 옷을 꽤 끼어 입었고 얼굴을 가리는 안면가리개도 착용했었지만 마루금에 올라선 순간부터 비로봉을 거쳐 주목관리소(朱木管理所)에 이르는 주능선 구간에 몰아치는 칼바람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오늘 아련한 추억이 서려 있는 소백산을 다시 찾는다. 들머리인 죽령에서 버스 하차후 각자 행장을 차리고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임도 입구에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발 빠른 선두팀은 김용호 대장이 인솔하여 앞장 서고 발 느린 별동대는 이현구 대장이 이끌고 출발했다. 중간 어느 지점에서 점심을 먹을 때 만날 테지만 오늘은 수 많은 인파 속에 묻혀 가는 길이나 만큼 각자도생(各自圖生) 모두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손수 조심하고 무사히 하산하는 것이 각자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오늘은 비로봉까지 오르고 나서 어의곡으로 하산한다.
초여름 맑은 날씨에 소백산을 오른다.
햇볕이 따갑다. 월요일에 비가 올거라는 예보가 이번에도 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씨가 청명하다. 소백산 제 2연화봉까지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 위로 띄엄 띄어 나무 그늘이 어어져 따가운 햇볕을 가려준다. 간간이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은 땀을 식혀주고 엎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가면서 나누는 농담섞인 대화는 등을 밀어준다.
철쭉축제 기간에 맞춰 전국의 산악회를 통해 찾아 온 산객들이 넓은 임도를 가득 메우고 그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아마도 경사가 비교적 심하지 않은 죽령코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 코스로 사람들이 집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방문객 숫자가 굉장히 많다.
햇볕 따가운 날엔 쉬엄 쉬엄 또 쉬엄
지난주 황장산 구간에 만발했던 <쇠물푸레나무>꽃은 다 지고 붉은 <철쭉꽃>이 많이 보인다. <붉은병꽃나무>도 윗쪽으로 갈수록 싱싱하다. 비록 천문대와 기상관측소로 인해 이렇게 도로가 닦여져 있지만 길 주변은 아직 소백산 원래의 환경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산사나무>꽃도 활짝 피었다. 낮은 지역에는 벌써 열매가 익었을 <보리수나무>도 꽃이 만발했다. <고추나무>, <고광나무>, <함박꽃나무> 등 봄꽃과 여름꽃이 혼재한다. <쥐오줌풀>과 <노랑민들레> 그리고 <장대나물> 등 연화봉까지 이어지는 7 km 임도는 초여름 햇볕을 받아먹고 살아가는 풀 나무들의 아우성으로 시끌시끌하다.
보리수나무꽃
고광나무꽃
위로 오를 수록 붉은병꽃나무 꽃이 신선하다
제 2연화봉에는 강우 관측소와 대피소가 있고 산길은 그 건물이 있는 봉우리를 비스듬하게 돌아서 진행한다. 백두대간 제 2 연화봉이라 쓰여진 이름돌 앞에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산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진행하니 나무로 전망데크를 설치해 놓았는데 미세먼지로 인해 약간 흐릿하지만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과 그 너머 제1연화봉 그리고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까지 녹음에 덮여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포장도로는 연화봉까지 계속 이어진다. 제 2연화봉에서 연화봉까지는 경사진 부분만 포장이 되어있고 평지나 완만한 경사길은 비포장 도로이다. 길가에는 <산장대>와 <벌깨덩굴> 그리고 벌써 2주전에 만발했던 <미나리냉이>꽃이 많이 보인다. <참조팝나무>도 곧 꽃을 피울 듯 봉오리가 송글송글 맺어 있다.
연화봉 정상 200 미터 전에는 국립 천문대가 자리잡고 있다. 경주 첨성대 모양을 딴 건물이 특이해 눈길을 끈다.
백두대간 이름돌 앞에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연화봉 (蓮花峰 1394)
연화봉 정상에는 1987년 제 4회 철쭉제를 기념하여 단양군에서 세운 정상석이 멋지게 서 있다.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콘크리트와 대리석으로 단을 세우고 그 위에 커다란 화강암에 한자로 연화봉(蓮花峰)이라 쓴 돌을 얹어 놓았다. 산 이름중에 꽃이름이 들어 있는 산이 몇 개나 될까. 연꽃은 불교와 깊은 관계가 있으며 한국의 불교 사찰은 대부분 깊은 산 중에 있어 왔으니 산이름이 연화봉으로 불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가장 더러운 물에서 자라나지만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꽃을 피우는 게 연꽃이다. 석가모니가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자 모든 이가 그 영문을 몰라 망연히 바라볼 때 가섭 존자가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니 부처께서 말씀하셨다.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이 있으니 그것을 가섭에게 부촉하노라 “ 즉, 마음에 감추어 둔 진리라도 번뇌나 미망에서 깨어나 진리를 깨닫는 마음이 있다고 가섭을 높게 치하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 때 가섭이 석가가 들어 올린 연꽃을 보고 왜 미소를 지었는가에 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입으로 직접 설법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 뜻을 깨우친다는 선(禪)의 수행법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설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 불교는 여백이 많은 동양화와 같이 많은 것을 불자의 마음에 남겨 놓는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연화봉 널직한 정상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 북적거린다.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 북쪽으로는 우리가 가야 할 비로봉과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소백산의 등줄기가 시원하게 벋어 있고 남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산군(山群)이 멀리 도솔봉까지 내려다 보인다.
솜방망이
연화봉에서 바라본 남쪽 - 도솔봉 능선이 조망된다.
북쪽으로 소백산 등줄기가 훤히 보인다.
나무숲속은 야생화의 보고(寶庫)이다
연화봉을 지나면 임도가 끝나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우리는 산길이 시작되는 초입에 펼쳐진 나무그늘에 모여 점심을 먹었다. 습도가 낮은데다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로 인해 주변이 시원하다. 어쩌면 이 기온이 사람이 생활하기에 가장 적절한 환경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그런 환경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차려진 밥상 위로 아주 작은 벌레가 수 없이 내려 앉는다. 진딧물인지 벼룩인지 구분이 안되는데 뚜껑이 열린 밥이나 반찬에 새까맣게 내려 앉는다. 짙은 색깔의 반찬에 앉은 벌레는 눈에 잘 띄지 않으나 하얀 쌀밥에 앉은 것은 흰색과 너무 대비가 되어 입맛을 앗아간다. 그런 연유인지 모두 점심을 재빨리 먹고는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해발 1,300 미터가 넘는 연화봉을 지나면서 이미 고산지대에 접어 든 산길에는 낮은 산에서는 만나기 힘든 식물들이 자생한다. 아직도 <홀아비바람꽃>이 피어 있고 <피나물꽃>도 보인다. 지난 번 방태산에서 아직 덜 핀 꽃을 보았던 <연영초>도 이 곳에서는 활짝 핀 것이 많이 보인다.
바쁜 걸음을 옮기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는데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선홍빛 꽃이 여럿 보이길래 자세히 보니 <큰앵초>군락이다. 2 주전에 천마산에서 한 포기 만났었고 1주일 전에 설악산에서 보았던 큰앵초의 아름다운 자태를 이 바쁜 소백산 산행에서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주변이 온통 짙은 녹음인데 유독 큰앵초꽃만이 밝은 분홍빛으로 빛난다. 마치 오늘의 만남을 준비한 것인냥 꽃이 방금 피어난 것 같다. 아직 덜 핀 봉오리도 몇 개씩 달려 있지만 대부분 갓 피어난 모습이다. 둘 씩 셋 씩 그리고 십여 포기가 한 곳에 밀집하여 피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작년에는 덕유삼봉산과 덕유산에서 만났는데 올해는 소백산에서 이 푸짐함 꽃군락을 만나게 되었다.
설악산에서 보았던 <두루미풀> 군락이 보인다.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잎 모양이 두루미의 날개라면 꽃은 두루미의 긴 목을 연상시킨다 하여 두루미풀이라 이름지었다. 늦여름 열매가 익어갈 때 보석 같은 모양은 자연의 신비감을 느끼게 해 주는 풀이다.
<큰애기나리>꽃은 좀 시들해졌지만 가끔 보이는 <금강애기나리>는 이름답고 귀한 보석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미색 바탕에 진한 갈색 점이 박힌 새끼손톱만큼이나 작은 금강애기나리는 백합과 애기나리속 여러해살이 풀이다. ‘금강’이라는 접두어가 결코 부끄럽지 않은 자태이다.
홀아비바람꽃
광대수염
밥상위로 진딧물인지 벼룩인지 아주 작은 벌레들이 떨어진다.
큰앵초 군락
금강애기나리
두루미풀
제1연화봉에서 고도를 높이다
그늘 우거진 산길은 제1연화봉 오름이 시작되는 곳에서 끝이 난다. 큰 나무가 없는 작은 평지가 펼쳐지고 이어서 급격한 오름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고 중간에 전망데크까지 있어 쉬엄쉬엄 오르기에 적당한 거리다.
산을 오르고 나서도 오른쪽으로 전망바위가 있어 깍아지른 절벽위에 서면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갈 능선이 훤히 보인다. 나무숲에 막혔던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제1연화봉 이정표가 있는 나무그늘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상당히 더운 날씨지만 건조한데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주어 힘이 덜 들지만 이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마 꽤 먼 거리를 걸어온 사람들이다. 우리처럼 죽령에서 출발했다면 약 9 km 를 걸어 올라온 것이고 어의곡리에서 온 사람들이라면 또 약 7 km 이상 걸은 사람들이다. 이제 비로봉까지 2.5 km 남았다.
어찌 보면 이 제 1 연화봉과 비로봉의 경계가 천동계곡 갈림길이 될 것 같다. 천동계곡 갈림길까지 오른쪽은 깍아지른 바위절벽이고 왼쪽은 나무 우거진 산비탈이다. 우리가 걷는 백두대간길은 그 절벽 위를 지나는 것이다. 바위 위에 서면 전망이 아름답고 나무 아래 또는 바위 틈새에는 야생화가 자란다. <은방울꽃>도 아직 지지 않고 남아 있다. 길가에 아직 피지 않은 꽃나무는 <털괴불나무>로 보인다. 줄기와 잎에 거친 털이 덮여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그리고 바위 틈새에 지금 막 피고 있는 것은 <당조팝나무>꽃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맘껏 몸을 흔들어 대는 <시닥나무>는 꽃을 사진에 담기 쉽지 않다.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시닥나무꽃은 다른 단풍나무꽃과 달라서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예쁘다.
누군가 먹다 버린 것이 발아해서 자라난 것인지 큰 <꽃사과나무>에 사과꽃이 활짝 피었다. 은은한 꽃향기가 난다. 길가에 자라는 야생 <오미자나무>에도 꽃이 피어 있다. <귀룽나무꽃>도 이 높은 지대에서는 이제 핀다. 모든 것이 계절의 틀에 짜여진대로 그러니까 햇볕을 받은 양만큼 그대로 꽃으로 피어난다.
제1연화봉으로 오르는 길
제1연화봉 오르는 길 전망데크에서 뒤돌아본 풍경 - 연화봉과 제2연화봉이 보인다.
제1연화봉
시닥나무
오른쪽은 깍아지른 바위절벽이다.
은방울꽃
비로봉 가는 길
꽃사과
털괴불나무
주목
당조팝나무
이제 비로봉 다 와갑니다.
비로봉(毘盧峯 1439)은 원래부터 벌거숭이였나
오후 3시 천동계곡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비로봉 정상까지 600 미터는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벌거숭이 언덕이다. 이 정상부에 어째서 나무가 없는 것인지 그 연유는 모르겠으나 국립공원에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숲을 가꾸려 노력하는 것 같다. 비로봉으로 가는 왼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주목> 군락지가 펼쳐진다. 대부분 어린 묘목을 심어서 키워온 듯 보인다. 그 주목 군락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주목관리사무소까지 설치하여 주목이 잘 자라도록 관리하고 있지만 지금 보이는 것으로는 재선충으로 인해 나뭇잎이 붉게 타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구간에 나무가 없는 탓에 비스듬히 북서 – 남동방향으로 늘어선 능선길은 한겨울에는 바람에 그대로 노출된다. 칼바람이라 부르는 이 소백산 바람은 산꾼들 사이에 그 매서움으로 이름이 자자하다. 어쩌면 이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산림을 가꾸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높은 설악산이나 한라산 정상부위에도 키작은 <눈잣나무> <눈향나무> 그리고 <털진달래> 등이 자라나는 걸 보면 대부분 흙으로 덮여 있는 소백산에 나무를 키우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터이다. 저 주목이 잘 자라나면 차츰 바람도 막아줄 것이고 그러면 점차 산 정상쪽으로 이동하면서 나무를 심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일 듯하다.
여름으로 치닫는 지금도 이 능선에는 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댄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노랑무늬붓꽃> 보호구역이라고 한다. 이미 져버린 붓꽃이 몇 포기 눈에 띈다. 아마 3 주쯤 전에 왔다면 예쁜 노랑무늬붓꽃을 만날 수 있었을 것 같다. 또 작은 안내판에는 <왜솜다리>군락지가 있다고 써 있는데 이 역시 여유를 갖고 자세히 살펴봐야 찾아볼 수 있을 터이다.
주변에 시야를 가로막는 나무가 없으니 조망이 좋다. 미세먼지로 인해 한계가 있지만 비로봉에서 바라보는 마루금은 끝없이 펼쳐진다. 나무가 없이 황량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철쭉이 제대로 피지 않은 탓도 있으리라. 2년전 비로봉 주변에 철쭉꽃이 만발했을 때는 황량함을 느끼지는 않았었다. 앞으로 10여년 지나 저 아래 자라고 있는 주목이 훌쩍 커버리면 이 곳 풍경이 변해있을까.
꽤 넓게 조성된 소백산 비로봉 정상주변에는 정상석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산님들로 북적인다. 우리는 앞서 간 선두팀과 간격을 좁혀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안고 정상석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찍는데 만족한다. 그런 와중에도 황일영님이 줄에 서 있다가 개인 인증사진을 찍자 마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별동대원들이 몰려가 단체 사진 한 장 남긴다.
철쭉이 피지 않은 철쭉축제. 꽃이 없는 철쭉군락을 뒤로 하고 우리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 회차에 걷게 될 국망봉 구간을 먼 발치로 바라보고 우리는 어의곡리로 하산한다. 비로봉에서 5 km 남짓되는 짧은 거리다.
주목관리소
주목 군락지
정상 이름돌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겨우 한 장 남겼다.
소백산 비로봉 이름돌 - 박영묵 큰형님 사진
어의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커다란 정원같다.
이제 막 피고 있는 <눈개승마>가 헝클어진 흰머리 카락을 휘날리고 있다. <금강애기나리>며 <풀솜대> 등 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풀들이 제 철을 맞은 듯 하다. 잣나무 숲을 지나 중턱 안부를 지나니 온갖 흰색 꽃들이 만발해 있다. 지금 이 계절에 흔하게 피고 있는 <물참대>는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노린재나무>꽃은 핀 것도 있고 꽃봉오리가 맺어 있는 것도 있고 이미 진 것도 수두룩하다.
이제 날머리인 어의곡리 주차장까지 1 km 남짓 남았다. 땀이 많이 나지 않았지만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잠시 숨을 돌린다. 차가운 계곡물에 손발을 씻으니 몸이 더없이 개운하다.
<고광나무>는 하얀 꽃이 밤에도 밝게 빛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향기도 은은한 고광나무꽃이 계곡이 끝날 때까지 길가에 굉장히 많이 피어 있다. <층층나무>꽃은 이제 다 져버리고 씨앗이 익어간다. 모든 꽃이 흰색인데 어둑한 계곡을 밝히듯이 <선괴불주머니>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짧은 계곡의 야생화탐방이 끝날 때까지 어쩌면 <산작약>과 <감자난초>를 볼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오늘은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청순한 모습의 산작약은 옛날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었지만 사람들이 무단으로 캐 가는 바람에 지금은 보기 힘들다.
계곡이 끝나고 햇볕이 조금 보이자 나무를 타고 오른 <할미밀망>꽃이 제철을 맞은 듯 활짝 피어 있다. 산목련이라고도 부르는 <함박꽃나무>도 한 나무에 꽃이 피고 지고 또 수 많은 봉오리가 찬란한 우주창조의 꿈을 꾸며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길가에 흔하게 피는 <국수나무>도 지금 이 계절이 아니면 꽃을 볼 수 없는 귀한 꽃이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꽃을 만났다. <백당나무>다. 연초복과 산분꽃나무속에 속하는 낙엽활엽수인데 가운데 유성화를 둘러싸고 무성화가 피어 있는 모양이다. 꽃도 예쁘지만 가을에 빨갛게 익는 열매도 아름다워 조경수로도 인기 있는 나무다. 작년에는 삼도봉으로 가는 길에 활짝핀 백당나무꽃을 보았는데 우연챦게 이 곳에서 만나게 되니 무척 반갑다.
탐방안내소 옆에는 <도깨비부채>꽃이 피어 있다. 넓은 잎이 부채로 쓸 수 있을 만큼 커다란데 그 모양이 특이해서 도깨비부채인가?
어의곡 주차장으로 하산한다.
내려가는 길 가에 철쭉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금강애기나리
노린재나무 꽃봉오리
물참대 꽃이 신비하도록 아름답다.
선괴불주머니 - 흰꽃 속에 유일하게 핀 노랑색이다.
고광나무꽃 - 향기도 은은하다.
함박꽃나무 - 산목련이라고도 부른다.
할미밀망 - 사위질빵과 함께 아름다운 장모사랑 사위사랑이 서려있는 꽃이다.
국수나무 - 자세히 보면 예쁜 꽃
백당나무
오후 5시 45분 계곡을 벗어나니 눈 앞이 훤해진다. 산골 마을이지만 아직 해빛이 남아 있다. 조그만 밭고랑 너머 저 아래 양옥집이 옹기 종기 모여 있다. 그 위로는 마치 마을을 덮어버릴 듯 높은 산마루가 위압적으로 서 있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 어의곡리(於儀谷里)는 큰 계곡이란 뜻으로 ‘엉어실’이라 부르던 것을 1914년 전국토지 통폐합에 따라 주변 여러마을을 합하여 어의곡리라 불렀다 한다. 다른 산골 마을에는 낯선 이 발자국 소리를 듣고 먼 데부터 개들이 짖어대는데 이 마을은 의외로 조용하다. 버스정류장에는 산에서 내려온 많은 산객들이 산행을 마무리하고 소백산과 작별한다. 앞서 내려온 우리팀도 주차장 한 켠에 자리를 잡고 간단한 뒷풀이 중이다.
철쭉축제기간이라 산행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도 불구하고 총대장님 없이 그리고 무전기도 없이 움직인 하루였지만 무탈하게 모두 잘 내려왔다. 주차장 한 쪽에 둥굴레, 마른 산나물 등 특산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는데 그 곳을 관리하는 청년이 자기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크다. 밤 하늘에 별들이 밝게 빛나서 좋고 또 이 산 너머 마을에는 석회질이 많아 지하수를 음용하지 못하지만 이 계곡에서 끌어온 물은 맛도 질도 좋아 많은 이들이 떠다 먹는다고 자랑한다.
우리는 다음회차에 또 이 곳을 찾는다. 큰 산을 오르고 나면 큰 일을 한 것처럼 마음이 뿌듯해진다. 태백산에 비해 작다고 하여 소백산(小白山)이라 부르지만 엄연히 큰 산이다. 우리나라 등줄기 산행 일정도 이제 반을 넘겼다. 앞으로 걷게 될 강원도의 험산준령(險山峻嶺)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자못 기대된다.
큰 산으로 둘러 싸인 어의곡리 새밭마을
오늘 하루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