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사람’ 정필도 목사 잠들다
故(고) 정필도 수영로교회 원로목사의 유언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목사는 지난 21일 별세 직전 병상에서 성도들에게 “적당히 살지 말고 믿음으로 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졌다.
고인은 지난 2월 13일 수영로교회(담임목사 이규현)에서 마지막으로 한 설교(하나님은 우리를 행복한 인간으로 만드셨다)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을 받으면 우리는 행복할 수밖에 없다”며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면서 살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복을 주신다”고 했다.
최홍준 부산 호산나교회 원로목사는 “고인은 부산성시화운동에 앞장섰고 나는 이 운동의 부교역자라는 마음으로 평생 그분을 따랐다. 고인은 항상 문제가 있을 때 하나님 앞에서 기도했던 ‘기도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최 목사는 “부산성시화는 모든 시스템이 부산을 거룩한 도시로 만드는 역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며 “지금까지도 부산성시화는 견고하게 서 있으며, 불교 도시를 기독교 도시로 만든 것에 자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정필도 목사님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고인은 목회와 선교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었던 분이라 늘 동질감을 느꼈다”며 “고인은 하나님의 2가지 명령 즉 전도(Great Commission)와 사랑(Great Commandment)에 사로잡혀 평생을 사셨다”고 추억했다.
수영로교회 관계자는 “정 목사는 본인 이름으로 된 차나 집이 없다. 살고 있는 집이나 사용하는 차는 모두 교회 명의”라고 했다.
한 성도는 “자기 이름으로 된 집 한 칸 없이 청지기적인 삶을 보여줬다”고 했다. 다른 성도는 “이 시대의 참 목회자다. 큰 교회를 세우고도 교만을 경계했다.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했다.
고인은 강단이 기도로 채워지면 예배당이 채워진다는 믿음에 따라 항상 기도하면서 목회했다. 전도사 시절 강단에서 눈물로 기도했고 3개월 만에 성도가 107명으로 늘어나는 경험을 했다. 1975년 연고가 전혀 없는 부산에서 개척할 때도 기도로 결정했다. 이런 목회 철학은 그의 저서 ‘교회는 무릎으로 세워진다’에 잘 나타나 있다. 성도들이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불평할 때도 “입 다물고 기도하라”고 했다.
고인은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수학했다.
1975년 부산 수영로교회를 개척해 36년 동안 목회한 뒤 원로목사가 됐다. 그 동안 수영로교회는 약 3만5천 명 성도의 지역 최대 교회로 성장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장과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현 아신대) 재단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에 “공군 군목 제대를 앞두고 당시 서울 유명 교회 5곳에서 청빙 요청이 들어와 ‘먼저 찾아오는 교회로 부임하겠다’고 주님 앞에 기도했는데 가장 먼저 찾아온 곳이 부산 지역에 개척을 원하는 교회였다”며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기도 가운데 수많은 사람이 모인 장면이 보였고 ‘이 많은 양떼를 버리고 어디로 가겠느냐’는 마음을 주셔서 선택했다”고 했다.
고인은 그렇게 개척한 수영로교회를 36년 동안 담임하면서 지역 최대 교회로 키웠다. 교회는 무릎으로 세워진다는 책 제목처럼 그는 평생 쉼 없는 기도와 성령의 인도를 따라 목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은퇴 이후에는 동남아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선교에 힘쓰면서 원로목사의 아름다운 인생 2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교회는 무릎으로 세워진다’ ‘교회는 목사만큼 행복하다’(이상 두란노), ‘하나님의 사람’ ‘성령의 사람’(이상 생명의말씀사) 등이 있다.
정필도 목사(82세)는 3월 21일 별세했다.
부산 수영로교회 설립자 고인은 지난 2월 24일 급성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왔다. 故 정필도 원로목사의 천국환송예배는 25일 수영로교회에서 드렸다.
고인의 유해는 창원공원묘원에서 하관예배를 드린 후 안장됐다.
장례는 부산성시화운동본부장(葬)으로 치러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신실 사모, 아들 성은, 딸 은애, 은영이 있다.
/언론인홀리클럽 공동취재단
사진 설명 :
정필도 수영로교회 원로목사가 2000년 무렵 부산 수영로교회 옛 예배당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수영로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