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소가든>
재인폭포를 낀 한탄강 옆에 있어서 꿩먹고 알먹을 수 있는 집이다. 볼복과 먹을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집, 그것도 볼것과 먹을것이 한국 최고의 수준인 집이다. 연천지역 특별음식인 매운탕을 한탄강가에서 즐기는 것은 그야말로 신선놀음.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는 선물이 되기에 충분한 식당과 음식이다.
1.식당얼개
상호 :불탄소식당
주소 :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832
전화 : 031) 834-2770
주요음식 : 민물매운탕
2. 먹은날 : 2021.9.13.점심
먹은음식 : 섞어매운탕 소 45,000원
3. 매운탕
여러 재료가 동시에 들어가 있는 매운탕을 주문하였다. 특정 매운탕이 아닌 범박한 이 지역 매운탕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운탕은 국물과 야채 맛이다. 국물에 맛을 내준 민물고기는 조연으로 나앉는다. 어차피 작고 연하고 가시가 많은 민물고기의 육질은 즐기기 어렵다.
야채가 국물을 머금어 환상의 맛을 낸다. 국물은 여러 민물고기 생기를 머금어 싱싱하고 활기있는 맛을 낸다. 신선하고 깊은 맛, 맵지만 견딜만 하고, 짜지 않은 맛으로 수렴되어 밥과 곁들이니 최고가 된다. 수제비 몇 덩이를 넣으니 어죽보다 더 맛있는 수제비탕이 된다.
주요채소는 깻잎과 미나리다. 이미 끓인 매운탕에 고명처럼 얹는 이 채소는 다 익기 전에 국물 맛을 조금 머금었을 때, 건져내 먹으면 채소향과 식감에 국물맛을 통째로 즐길 수 있다. 채소에 살짝 담긴 국물맛에 눈이 번쩍 뜨인다. 상큼함과 개운함, 야! 이런 기분을 횡재했다고 할까.
쫄깃한 수제비. 갓 삶은 수제비를 한 접시 준다. 일단 삶아낸 거라 매운탕에 넣어도 국물을 걸죽하게 하지 않아 좋다. 전분기로 끈끈해지면 국물 맛이 틉틉하게 변해서 개운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뜯어낸 뜨더귀는 두께가 일정하지 않아 식감이 좋다. 쫄깃한 부분, 연하게 퍼져 부드러운 부분이 섞여 있어 맛이 지루하지 않다. 도토리 수제비라고 시중에서 파는 뜨더귀는 기계로 찍어내어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동일한 식감, 그 단조로운 식감만으로 질리는 음식이 되는데, 수제비는 다양한 식감이 강점이다. 국수에서 누릴 수 없는 맛, 그것을 누릴 수 있다.
수제비를 넣으니 약간 걸쭉해지는 거 같으나 국물 맛은 큰 차이없이 맛있다. 그래도 매운탕을 조금 더 먹고 수제비를 넣는 것이 좋을 듯하다.
메기, 참게와 다양한 민물고기 등이 맛을 낸다. 냄비가 빽빽하도록 민물고기가 가득하여 국물맛을 제대로 낸다. 거기다 신선한 민물고기가 맛을 신선하게 한다. 마지막 밥술을 내려놓을 때까지 국물맛이 한결같이 맛있게 여겨진다.
인근 물의 질이 매운탕맛을 좌우한다는 거, 밑반찬에서 알 수 있는 음식솜씨로 맛의 질을 높인다는 거, 다시 한번 확인한다.
튀김. 아마도 빙어튀김인 거 같다. 냄새없이 바삭거리는 식감이 좋다.
붕어찜. 생선육질이 쫀쫀하고 좋다. 속살에까지 맛이 잘 배여있다. 보통 고등어찜으로 먹는 생선찜이 여기 오니 붕어찜이 된다. 신선의 나라에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한탄강 절벽가에 서 있는 집, 식당 자리가 모두 서울의 고급 호텔 스카이라운지보다 낫다. 너무 일찍 와서 비어 있는 식당이 먹고 나올 때는 가득 찼음은 물론 밖에는 줄을 서 있다. 이 시골에서 부지런히 나대는 식당 종업원들이 너무 보기 좋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광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 냄새가 느껴져서다.
식당 창가에서 찍은 풍광이다.
4. 먹은 후
1)
한탄강과 임진강이 가로지르는 곳, 북한 인접지역, 군작전지역, 공통점은 청정성이다. 그것도 한탄강인데, 양질의 민물고기를 구하기에 이보다 더 청정한 곳이 있을까 싶다. 맛없는 매운탕이 비정상으로 여겨질 정도지만, 그렇다고 어디나 다 맛있는 건 아니다. 임진강가 한 유명한 식당을 기대를 한껏 안고 찾아갔으나, 그 비싼 쏘가리탕을 주문했어도 제맛이 나지 않았다. 임진강과 한탄강의 대결에서 한탄강이 이긴 건가.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맛 내는 조리법이 아니면 제맛 찾아먹기는 여기서도 힘들다.
일단 양질의 식재료를 구하기가 쉬운 강점은 최고의 혜택이다. 한탄강으로 둘러싸인 곳은 곧 깨끗한 민물고기로 둘러싸인 곳이라는 말이니, 매운탕이 지역음식으로 자라날 수밖에 없는 지역이어서 어느 정도의 조리법을 겸비하면 좋은 음식 만들기가 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집은 좋은 식재료와 좋은 조리법이 만난 곳이다. 요란한 광고보다 실상이 더 요란하여, 몸과 마음을 쉬면서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상을 줄 만하다. 그래서 생겨나는 문제는 몰려드는 손님, 느긋하게 먹으면서 풍광을 즐기려 해도 모두 나처럼 상받으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니 아쉬워도 대강 먹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절인지, 시골인지 도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꼬리를 물며 들고 나는 손님들, 그중에는 관광객 아닌 단골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지역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함께 받는 맛집이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지역음식이지만 실상은 죽어가는 음식 브이야베스, 나와봐라. 마르세이유를 중심으로한 남불 매운탕인 브이야베스 자랑은 어느 관광안내서나 요란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어디 감히 여기다 댈 수 있을지. 한국은 댐과 호수와 강가 곳곳이 매운탕집이다. 일단 양적으로 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청정성의 식재료, 지역민의 선호도, 그리고 절대적인 맛, 거기다 가격까지 절대로 프랑스의 브이야베스는 우리 매운탕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맛을 알아보고 키워내는 마당 가득한 자동차와 손님들은 이태리 오페라 청중에 다름 아니다. 한탄강 최고 민물고기가 있어도 요리할 줄 알고, 먹고 맛을 분별해내고 애호하는 식중이 없으면 말짱 헛것이다. 이 셋을 다 가지고 있다. 식중의 이런 특징에서도 브이야베스는 우리 매운탕, 특히 한탄강의 매운탕을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
IT분야, 수출입 경제분야,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국은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음식도 그 한 분야가 될 것이다. 그 실체를 이곳에서 다시 확인한다. 음식이 황홀하여 분단의 아픔을 잠깐 잊었다.
2) 재인폭포 구경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코앞의 재인폭포는 먹는 것도 잊게 할 정도의 절경이다. 절경과 절대맛이 함께 있다. 행복한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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