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인의 장벽에
무시로 인동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에 책력도 없이
삼동이 하이얗다.
눈이 와서, 온통 하얀 겨울 속에서, 죽은 줄 알았던 자작나무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 따뜻하게 타오른다. ‘자작나무’가 주요 모티프로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불에 잘 타는 나무의 성질이 잘 표현되어 있다.
겨울을 배경으로 세속을 떠나 인동차를 음미하듯 조금씩 마셔보는 노주인의 캐릭터가 떠오른다. 가는 세월 가라는 듯, 노주인은 무심하다.
그런데 엄동설한의 추위에 서정적 주체는 파란 순이 돋아난 ‘무’의 모습을 발견한다. 단연 그 풍경은 희망이나 생명의 에너지다.
일제의 고난 속에서 초연해서 살아가려는 시인의 마음을 인동차를 마시는 노인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다른 시처럼 색채의 대비와 감정의 절제가 돋보인다.
-한상훈
첫댓글 세월에 몸을 맡기면서 뭔가 희망을 바라는 노인의 마음이 담겨있군요
네
감사합니다
올만에 정지용 시인의 시를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