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내와 시간이 남아 아이들을 뒤로한 채 수영장에 갔다.
둘이서만 가니 마음이 더 홀가분한 건 왜일까?
평소에는 아이들 돌보느라 제대로 수영을 하질 못했는데 오늘은 편하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4시에 다다른 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 둘이 레인을 하나 잡고 자유형으로 평형으로 쉬지 않고 여러 바퀴를 돈다.
나는 숨이 가빠 한꺼번에 겨우 2바퀴까지만 돌 수 있었고 아내는 나보다 수영을 더 잘한지라 한꺼번에 3바퀴 이상은 돌고 있다.
2바퀴 돌고 잠시 쉬고 2바퀴 돌고 잠시 쉬고를 반복하다 어느새 지쳐 시계를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힘들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샤워하고 로비에서 아내를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나온다.
여자들은 씻는데 참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주 느낀다.
아내는 얼굴이 벌게져서 묻지도 않았는데 나오자마자 이야기를 한다.
샤워장에서 어떤 어르신을 만났단다.
그런데 그 어르신의 피부가 너무 너무 고우셨단다.
그래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어봤단다.
아내
“어르신 피부가 너무 좋으셔요. 60대로 보이시는데 피부 관리 정말 잘 하셨네요.”
어르신
“60대는 무슨, 나 70대여. 피부 관리 비법 알려주랴?”
아내
“ 예? 70대요? 그렇게 안 보여요. 정말 젊어 보이세요. 이게 다 피부 때문이겠죠? 도대체 피부관리 비법이 뭔가요? 의학의 힘인가요? 아니면 DNA의 힘인가요?”
어르신
“바로 꿀이야. 꿀을 아주 조금 짜서 로션과 함께 바르면 된다네. 꿀을 너무 많이 섞으면 안 돼야.”
이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며 당장 오늘부터 꿀을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자고 한다.
콜!
이젠 꿀을 바르자.
다음날, 토요일이지만 회사에 일이 있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다들 자고 있다.
나만 일찍 일어나서 나간다.
아 억울햐~
나가기 전 어제 일이 생각나 먼저 꿀을 손에 짜고 그 위에 로션을 짜 손바닥 안에서 잘 섞는다.
그러고는 꿀피부를 기대하며 얼굴에 골고루 펴 바른다.
아 느낌이 참 좋다.
미끈미끈 끈적끈적하다.
그런데 이런... 꿀을 너무 많이 섞었나 보다.
얼굴 전체가 너무 끈적하다.
입술을 혀로 핥았는데 달다.
꿀맛이 느껴진다.
꿀을 조금만 섞으라고 했는데 양 조절 실패다.
로션을 조금 더 바른다.
바르는 양이 자꾸 늘어다다보니 얼굴을 지나 목까지 바른다.
잠시 후 얼굴에 이어 목도 끈적끈적하다.
빨리 나가야 하는데...
세수를 다시 할 수도 없고...
손을 비비며 여기저기 골고루 펴 바른 후 감았던 눈을 뜨려고 하는데...
이런... 끔뻑이 안된다. ㅠ,.ㅠ
끔...은 되는데 뻑...이 안된다.
아 눈이 안 떠진다.
자고있는 아내를 깨워야 하나?
꿀의 끈적임 때문에 뻑...이 안된다.
끔...... 뻐...... 억......
온 힘을 다해 눈을 뜨니 끈적임을 겨우 이겨내며 눈이 떠진다.
난감하다.
다시 감으면 눈이 붙어버릴 것만 같다.
빨리 나가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두 손가락에 물을 묻혀 눈 주위만 씼는다.
거울 속 나를 보니 참 우습다. ㅋㅋㅋ
꿀피부 만든다고 꿀을 이리 처바르다니...
오늘 나가면 꿀을 찾아 헤매는 벌과 나비 엄청나게 꼬이겠다.
두 눈 주위만 겨우 씻은 채 집을 나선다.
추운 날씨에 목폴라 입었는데 폴라티가 자꾸 목에도 달라붙는다.
목 위로 다 끈적댄다.
아~ 오늘 먼지들 다 내 얼굴에 달라붙겠네... ㅜ,.ㅜ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출근 잘했냐고.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 아내가 빵빵 터진다.
배꼽을 잡고 웃는다.
아마 바닥을 뒹구는 것 같다.
어쩐지 일어나 보니 꿀 뚜껑이 열려있더란다.
나보고 “바보”란다. ㅠ,.ㅠ
이런 젠장... 아내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치욕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 다 말랐다.
덜 끈적인다.
혀로 입술을 핥으니 내 입술... 아직도 달콤하다.
내가 생각해도 나 참 웃기다. ㅋㅋㅋ
꿀피부 만들겠다고 꿀을 이리도 많이 처바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