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22
류인혜
* 하나님의 손가락
- 시스티나 예배당 <천지창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을 보기 위해서 시스티나 예배당으로 들어간다. 들어가기 전에 가이드가 다음 방에서는 각자 관람하고 15분 후에 반대편 벽 앞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두세 번쯤 되풀이했다. 그게 무슨 상황인가, 궁금했는데 광장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림 앞에서 설명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기대를 안고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발걸음이 딱 멈추어졌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경이로웠다. 그곳에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모두 천정만 올려다보고 있다. 표정의 엄숙함에 저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한 발짝, 나도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말없이 묵묵히 걸으며 천정에 시선을 집중한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걸으며 어떻게 하면 목이 뒤로 더 기울어져 미켈란젤로의 역작을 자세히 볼 수 있을까, 열심히 올려다본다.
시선이 두 개의 손가락에 닿는 순간 숨이 멎었다. 하나님과 아담의 손가락이 교감한다. 갑자기 가슴이 둥둥 뛰었다. 쉴새 없이 두근거린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봐도 자세히 보기에는 너무 멀다. 마른 침이 꿀꺽 넘어간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이 그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바라보는 마음은 단순한 명화 감상의 수준이 아니었다. 그림을 보며 충격에 가까운 감동은 드물다. 도저히 와 보지 못할 것이라고 아예 포기하고 있었던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 여기에 왔다. 유명한 그림을 직접 본다는 것과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선지자를 만나보는 감격은 도저히 말로는 무엇이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장엄한 느낌이다.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화가의 천재적인 재능과 인내심과 그것을 보려고 이곳에 온 사람들까지, 그 모든 것이 감동이었다. 4년 반 동안의 세월을 누워서만 보낸 그 끈질김을 어찌 감탄만 할 것인가! 오랜 세월을 지났어도 사람들의 모양이 실제처럼 표현된 생생한 색깔도 무척 아름다웠다.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는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믿게 될 것이다.
성경 속의 수많은 인물이 그려져 있다니… 아는 이들을 찾는다. 너무 멀어서 누가 누군지 구별이 잘되지 않는다. 아…! ‘다니엘’이라는 이름을 읽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보고 또 올려 보았다. 포로로 잡혀간 바빌론에서도 믿음을 지켰던 다니엘…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하루 세 번씩 기도하던 성경 속의 인물이다. 이것으로 여행 중의 모든 아쉬움과 불편이 말끔히 사라졌다. 단지 이 그림을 보기 위해서 로마에 온다고 해도 충분히 값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괴테는 로마에 온 후 여러 날이 지나서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를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그저 놀랄 뿐이었다. 그 거장의 내면적인 확고함과 남성다움, 그 위대함은 어떠한 표현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없었다.”(『이탈리아 기행』 186쪽)라고 기록한다.
‘확고함과 남성다움’에서 괴테의 안목을 놀라워한다. 하나님이 아담에게로 향하는 손가락의 확고함과 아담이 하나님께로 뻗은 손가락을 받치는 팔 근육의 아름다움은 과히 남성다움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당신이 흙으로 빚은 첫 번째 사람 아담에게 남성의 건강함을 선물로 주셨다.
솔방울 정원에 걸려 있던 또 하나의 안내판에 올려진 그림은 ‘최후의 심판’이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많이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벽면의 그림은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었다. 지혜로운 관계자들이 밖에서 충분히 설명을 듣게 한 것이로구나, 비로소 알아챘다.
<천지창조>
1508∼1512년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프레스코화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으로부터 시스티나 성당 천장을 장식할 그림을 그리라는 명령을 받고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높이 20m, 길이 41.2m, 폭 13.2m의 천장에 천지창조를 중심으로 한 그림을 그렸다.
천장의 수평면은 9등분 되었는데 제단 쪽에서부터 천지창조의 이야기를 전개했다. 그는 입구에 있는 《술 취한 노아》부터 그리기 시작하여 9개의 장면을 8개월 후에 완성했다. 1910년부터 9개의 그림 주변을 메워나가기 시작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예언자 7명, 이방의 예언자인 무녀 5명, 그리고 8개의 삼각 부분에는 그리스도의 선조들, 그리고 천장 사각의 모서리에는 이스라엘을 구한 성인을 그렸다. 20개의 기둥 위에는 4인 1개 조의 젊은 군상을 그렸다.
기적은 1512년 10월에 일어났다. 조수 1명 두지 않고 완성하였고, 만성절인 11월 1일 제막식을 하였다. 그는 프레임 등의 일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혼자서 작업을 했으며 등이 휘는 육체적 고통도 겪었다. 이 그림은 그 후 여러 번 덧칠과 복원을 거듭했으며 1982년 일본의 한 방송사 후원으로 최초의 작품과 유사하게 복원되었다.
수백 명의 인물이 제한된 틀 속에서 율동적으로 배치된 거대한 유기체와 같은 이 천장화는 양과 질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다. 미켈란젤로의 인물들의 육체 묘사와 그의 종교의식이 돋보인다. 교황은 《아담의 창조》를 보고 하나님을 무서운 존재로만 여겼는데 미켈란젤로의 신은 온화한 모습이라며 감탄하였다 한다. 이 작품은 이후 화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미켈란젤로(Buonarroti Michelangelo 1475~1564)는 1534년 로마 새 교황 바오로 3세의 의뢰를 받아 시스티나 성당의 안쪽 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6년 후 1541년 <최후의 심판 Last Judgment>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