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8일 금요일
한달에 한 번 잡지 <전라도 닷컴> 이 배달되어 온다. 그때마다 약간의 짜증스러움으로 대하곤 한다. 그래서 편집장의 말을 읽고 제일 앞에 나온 특집만 읽고 며칠 식탁에 두다가 그대로 서재 한켠에 고이 모셔둔다.
나는 잡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제작년 말까지 <예향> , <참소중한 당신> , <전라도 닷컴> 이렇게 세 가지를 읽었다. <예향> 은 두께도 상당하여 다 읽으려면 일주일이 걸릴 지경이었다. 친구 선배가 편집장이고 내 첫 시집( 아주 가끔) 을 평해서 광주일보에 실어줘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예술계 소식이 나에게 과부하가 생기게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정기구둑을 끊었다. <참 소중한 당신>은 차동엽신부님이 만드셔서 읽기 시작했는데, 김병수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의 말씀이 거의 이 년정도 되어 마쳐버리자 이내 그 잡지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나마 친한 친구가 정기구둑을 시켜줘서 지금까지 읽는다. <전라도 닷컴>은 아는 동화작가 언니가 정기구독을 시켜줘서 그나마 한달에 한 번 꼭 받아 읽는다.
올해 3월호는 이래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잡지는 발춰독을 해야 한다고 했으나 다 읽어보자는 오기(?) 로 독서대에 척 올려놓고 읽었다. 만든 사람들의 정성이 하도 가상하여 읽은 것이다.
농부화가 김순복, 나이 오십 칠세에 크레파스로 시작하여 육십에 드디어 화가로 굳게 일어섰다. 그러나 그녀는 화가 이전에 농부다. 그림의 소재가 농사일, 농사를 함께 농사짓는 아짐들, 자신이 사는 농촌의 풍경이 다이다. 아짐들의 꽃무늬 일복까지 세세히 그리는 화가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갈아먹을 땅이 있고 그림이 있어 행복하다는 그야말로 소박한 김순복씨가 나에게 길잡이가 되었다. 내 그림에도 사람의 체취가 들어가게 그려야지~ 꽃이나 새만 달랑 그리지 말고~~
10년 동안 무등산의 아침을 찍은 김옥열씨, 드로잉으로 먹고 사는 장면들을 고백하는 권승찬도 관심있게 보았다. 이외에도 매화의 다양한 종류 ㅡ 선암사의 선암매, 전남대학교의 대명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지리산 화엄사의 흑매, 고흥 소록도의 중앙공원의 수양매, 담양 소쇄원의 백매와 계당 (정철의 후손의 정자)에 계당매, 순천 금둔사의 남월매, 구례 매천사의 매천매가 유명하다는 정보를 얻었다. 광양의 매화마을만 생각했는데 참 좋은 정보였다. 그리고 부안 부씨 시조가 되는 <미국평화봉사단 소속> 브라이언 베리에 대한 건 정말 대단한 역사적 가치를 둔 내용이었다. 이 밖에도 시인 박남준의 생활과 삶을 조망한 것, 근로정신대 박해옥 할머니에 대한 정보는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는 우리들의 과제였다. 마지막으로 복수초와 고양이, '형' 이 아니라 '성' 이라는 꼭지도 읽어볼만 하였다. 이 잡지에서 나온 시집과 소설집, 사진집에 대한 정보도 내 도서목록을 채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