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도보 대행군 기행록(19)
19. 호남 순례 마치고 경남 하동에 들어서다(구례구역 – 화개장터 34km)
8월 25일(화), 맑고 무척 더운 날씨다. 아침에 아들의 전화, 무더위가 심한데 남은 일정 마무리 잘 하세요. 아내도 날마다 파이팅을 외친다. 가족은 생존의 힘, 서로를 보듬자.
6시 20분에 아침식사, 이틀씩 조석을 든 식당의 주인이 싹싹하고 성실하다. 서비스는 친절과 성실이 본질, 모든 분야가 그러하면 좋으리라. 6시 40분에 택시로 황전천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출발장소로 이동하여 이틀 전 걸었던 동해마을, 사성암 주차장, 문척교를 경유하여 종합운동장에 이르는 섬진강 코스를 다시 걷는다. 동해마을 정자의 편액에서 확인한 사실, 모기가 많아 깊이 잠들기 어렵다. 때마침 모기들이 떼를 지어 일행들을 괴롭힌다. 이윤희 대원의 위트, 일본의 하이쿠를 인용하며 얼마나 행복한가, 올해도 모기에 물리다니. 그렇다, 해마다 모기에 물릴 수 있음도 복된 일 아니런가.

모기 많은 동해마을 출발에 앞서 잠시 유의사항 전달
잠시 걸어 마고마을에 이르니 섬진강의 유래를 적은 나무판이 보인다. 그 내용, 지금의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에서 발원하여 남해의 광양만으로 흘러들어가는 강으로 길이는 212.3km다. 남한에서 한강, 낙동강, 금강에 이어 네 번째로 긴 강이다. 이름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1385년(고려 우왕 11년) 왜구가 섬진강 하구를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고 전해지고 있어,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이곳에 세운 큰 두꺼비 석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다.

섬진강의 개요와 두꺼비 설화를 담은 나무판
섬진강변 두 시간 걸어 서시천과 합류하는 지점에서 읍내 쪽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 휴게, 오전부터 무척 덥다. 읍내 중심부 거쳐 공설운동장 부근에서 숨을 고른 후 하동방향의 강변길로 들어선다. 폭우로 넘친 물의 흔적이 역력하고 군부대의 지원활동도 한창인 현장을 지난다.
예사롭지 않은 햇살, 이번 걷기 중 가장 힘들다. 구례읍 지나 토지면에 들어서서 한 시간여 걸어 이른 곳은 토지면 오미리, 오미정 정자가 기품 있고 그 옆의 국가민속문화재 제8호 운조루 고택이 운치 있다. 운조루(雲鳥樓)는 조선 영조 52년(1776년)에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柳爾冑)가 지은 것으로, 조선시대 양반가의 대표적인 집이다. 집의 문화적 가치도 중요하거니와 이 집에 서린 훈훈한 이야기가 더 정겨운 곳,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타인능해(他人能解, 누구 나 열어 먹을 만큼 가져갈 수 있다는 뜻)라 쓴 쌀독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집인데 그 덕인지 숱한 난리와 격변의 세월에도 훼손되지 않고 원형대 로 보존된 것을 자랑한다.

품격을 갖춘 고택, 운조루
점심은 이 마을의 오미녹색농촌체험관 들녘식당의 뽕잎밥상, 점심 후 인근 찻집에서 오미자와 아이스커피 등을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차 파티는 원주의 박태수 회원(전직 초등학교장)의 협찬, 멀리 격려의 뜻을 보낸 호의가 고맙다.
오후 걷기는 이날 최대의 난코스인 석주관 가는 산길 걷기, 두 차례 폭우 피해를 입은 산길의 힘든 여정을 감안하여 노약자는 4km 구간을 차량으로 이동하고 베테랑들은 산길 걷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행이 산길의 피해상황이 크지 않아 무난하게 완보, 석주관 밑의 국도 따라 한 시간여 걸으니 구례 땅 벗어나 하동의 화개장터에 접어든다. 화개장터 초입의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4km의 강행군을 무사히 마쳐 다행이다. 오늘로 18일째, 그간 서울과 경기도를 지나 충남 거쳐 전라남북도를 종주하고 남은 5일간 경남의 하동‧산청‧합천을 아우르는 마지막 일정에 차질 없으라. 내일은 태풍 예고로 긴장, 밤새 무슨일이 날는지 지켜보자.

색다른 발상의 뽕잎밥상
* 하동 입성에 앞서 한 바탕 소동, 하동군보건소에서 걷기일행을 선별진료하겠다는 소식을 접하여 잠시 당황하였으나 없던 일로 귀착되어 다행이다. 코로나 여파가 심각한 것을 새기는 계기, 모두들 경계할 일이다.
출발 때부터 일행과 함께 한 김명중 씨가 오늘까지 걷고 천안으로 귀환하였다. 남은 구간은 미리 걸었으므로 마지막 날 합류하여 마무리 함께 하겠다며. 함께 걸으며 한 몫 잘 감당하였으니 푹 쉬었다 오시라. 지난 토요일에 함께 걸었던 이은지 회원이 휴가를 얻어 저녁에 화개장터로 달려왔다. 그 열정 함께 나누며 열심히 걷자.
저녁식탁에 하동군청에 근무하는 김성채 학예사가 합석하였다. 백의종군길을 포함하여 한국체육진흥회의 할동에 큰 힘을 보태는 지역인사, 헌신적인 협조와 노고에 감사하며 박수를 보낸다.
첫댓글 응원합니다
난코스를 더위와 싸워가면서 무사히 걷고 계시다니 안심이 됩니다. 태풍이 오고 있으니 조심들 하시고 남은 일정 파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