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스포츠카 포르쉐의 벤델린 비데킹 전 최고경영자(CEO).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됐던 포르쉐와 폴크스바겐의 4년간에 걸친 인수.합병(M&A) 전쟁이 결국 거인 폴크스바겐의 역전승으로 2009년 7월 23일 종료됐다.
양사가 인수·합병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럭셔리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포르쉐가 규모가 16배나 더 큰 유럽의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을 집어삼키겠다고 덤벼들면서였다.
포르쉐는 연간 판매대수가 10만대 미만이지만 상위 계층에 고가 스포츠카를 팔아 막대한 수익을 벌었다. 경기가 좋았던 2005년에는 현금 보유액도 상당했다.
폴크스바겐은 한 해에 6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이지만 일반인들이 타는 대중적인 차량을 생산한다. 주요 브랜드는 아우디, 스코다, 벤틀리, 세아트, 람보르기니 등이다.
1990년대 경영난을 겪던 포르쉐를 구했던 벤델린 비데킹 포르쉐 최고경영자(CEO)는 2005년부터 폴크스바겐 인수 작업을 시작했다. 폴크스바겐에 대한 지분율을 51%로 끌어올리는 등 성과를 올렸지만 그 사이 포르쉐의 부채는 약 100억 유로로 늘어 재정 문제가 심각한 화두로 떠올랐다.
독일의 ‘VW법’ 때문에 경영권을 장악하지도 못한데다 금융위기에 따른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올해 6월에는 폴크스바겐이 포르쉐에 인수·합병 제안을 할 만큼 상황은 역전됐다. 결국 포르쉐는 경영권을 폴크스바겐에 매각하고 폴크스바겐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을 카타르 투자청에 팔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16년간 포르쉐를 경영해 온 비데킹은 이번 인수·합병 결정으로 사임했다. 비데킹은 올해 56세로, 지난 1983년 포르쉐에 입사했으며 1988년 잠시 회사를 떠났다가 1991년 복귀했으며 1993년 CEO직에 올라 포르쉐를 지휘해 오면서 자동차산업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정이 대주주 중 한 명인 페르디난트 피흐 VW 경영감독위원장의 승리인 반면 포르쉐의 비데킹 CEO와 볼프강 포르쉐 경영감독위 의장의 패배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폴크스바겐과 포르쉐는 각각 경영감독위원회(이사회)를 열고 폴크스바겐이 2단계에 걸쳐 총 80억 유로를 투입해 포르쉐를 인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