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봉준호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는 소식때문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101년 한국 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92년 오스카 역사도 새로 썼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세계 영화 산업의 본산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자막의 장벽과 미국과 영국 등 백인 사회의 높은 벽인 오스카의 오랜 전통을 붕괴시키고 작품상을 포함해 총 4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입니다.
한국 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후보에 지명된 것도, 수상에 성공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 오스카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아울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것도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1955년 황금종려금상,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 이후 64년 만이며, 역대 두 번째입니다.
'기생충'의 봉준호감독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샘 맨데스 감독의 '1917'를 필두로 '아이리시맨'(마틴 스코세이지) , '조조 래빗'(타이카 와이티티) , '조커'(토드 필립스), '작은 아씨들'(그레타 거위그),'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백),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작품상 수상자로 그 이름이 전세계에 울려 퍼졌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당연히 오늘 오스카 시상식의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봉준호감독을 위해서 열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습니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수상자로 네 번이나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입니다. 리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수상했습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어로 된 영화라는 것입니다. '기생충'은 우리말로 된 순수한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기생충'이 처음입니다.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자로 세 번째 무대에 올라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거장 감독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표시했습니다. 특히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 대해서는 자신의 스승이자 자신이 영화감독을 하도록 만든 분으로 정말 자신이 존경한다는 말로 대선배에 대한 존경심까지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오 등분 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해 큰 웃음과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봉감독의 오늘 역사적인 대 사건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저는 봉감독이 있어 오늘 너무 행복했다는 말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지금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리 저리 편을 갈라 서로 헐뜯고 욕설하고 상대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주 심각한 사회병을 앓고 있습니다. 또한 빈부격차의 문제로 경제적 갈등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로 인한 경제적 갈등은 우리나라뿐아니라 전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를 봉감독만의 독특한 시각과 감독으로서의 센스 그리고 봉테일로 통하는 그의 꼼꼼함이 오늘 이런 쾌거를 이뤄낸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 쾌거가 봉감독 한사람의 힘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 예술계의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작은 성취 그리고 또 다시 도전이 이어지고 연결돼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국시장을 비롯한 전세계에 이미 한류의 맛을 충분히 들인 BTS 방탄소년단 등 K-POP이 분위기를 다잡고 그 여세를 몰아 봉준호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예술계에 우뚝 금자탑을 올린 것이라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