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9일(수)
찬이가 일본과 시간차를 물어본다. 시간차가 없다고 했다. 나는 찬이에게 왜 한국과 일본은 시간차가 나지 않을까 되물었다.
찬이는 난감해 한다. 찬이 숙제다.(결국 다시 한국으로 올 때까지 찬이는 이 숙제를 하지 않았다.)
왜 일본과 시간차가 나지 않을까? 찬이가 좀더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면 이렇게 대답할 생각이었다.
시간이 뭐지?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의미는? 휴대폰에 숫자로 찍히는 시간은 어떻게 정한 것일까?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엔 해가 진다. 반복되는 날들을 잘게 나누어야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단다. 그래서 하루를 열둘로 나누었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중국을 비롯한 동양에서 사용한 십이지는 시간을 부르는 이름이란다.
하루를 열둘로 나눌 때 기준이 되는 건 해(태양)란다. 하루 중 태양의 높이가 가장 높을 때를 오(午)라 부르고 가장 깊은 밤을 자(子)라 불렀다. 서양에서는 하루를 스물네 시간으로 나누었지. 동양의 오 시는 오전 열한 시에서 오후 한 시 사이가 된단다.
그런데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을 때가 지역에 따라 다르기에 문제가 생긴다. 포항에서 관찰할 때 태양 높이가 가장 높을 때와 서울에서 관찰할 때 태양 높이가 가장 높은 시간이 다르단다. 포항에서 먼저 높아지고 서울은 그 다음, 강화도는 서울보다 늦게 태양 고도가 높아진단다. 그래서 한 나라의 시간을 정할 때 대개 그 나라 수도나 한복판을 기준으로 시간을 정하게 된단다.
어느 나라의 시간을 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을 표준경선이라고 한다. 대부분 나라들은 그 나라 가운데를 지나는 경선인 중앙경선이나 수도 가까운 곳을 지나는 경선을 표준경선으로 삼는다. 중국은 베이징을 지나는 동경 120도를 표준경선으로 삼고, 일본은 중앙경선인 동경 135도를 표준경선으로 삼는다. 우리 나라는 동경 127도 30분인 중앙경선을 우리 나라의 시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일본의 중앙경선인 동경 135도를 우리 나라 시간의 표준경선으로 잡고 있단다. 다시말하면 우리 나라는 일본 시간을 그대로 쓰기에 일본과 시차가 나지 않고, 중국과는 1 시간 차이가 있게 되었단다.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 이승만 대통령 때까지는 우리 나라도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독자적인 시간을 사용하다가,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과 시간을 같도록 맞추었단다. 자존심보다는 편리함을 택한 것이란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지.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니까 우리 나라에서도 한국말로 수업하지 말고 영어를 쓰자는 생각인데, 네 생각은 어떠니?
일본 식민지로 35년간 지배받은 뼈아픈 우리 역사를 기억하지? 그때는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나중에는 우리 이름조차 일본식으로 바꾸도록 하지 않았니. 해방 이후 우리말에 스며든 일본말 독소를 없애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여전히 우리말 속에 일본어 영향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말과 언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겠지. 300년 가까이 중국을 지배한 만주족은 지금 자신들의 언어를 거의 잃어버리고 중국에 동화되어 버렸단다.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 성립된 이후 만주족들은 중국어를 사용하게 되었기에, 고유 문화와 민족의 정체성을 거의 잃어버렸단다.
이런 얘기가 나올까봐 찬이는 일부러 피한 것인지 모른다. 다음 일본 여행 때 또 물어볼 생각이다.
* 기행문 작성일 : 2008년 3월 2일
* 여행 기간 : 2008년 1월 9일(수)-13일(일)
* 여행을 떠난 사람 : 연오랑 세오녀 찬이(가족)
* 환전 100 엔 =864.61 원
* 연오랑의 다른 기행문은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http://cafe.daum.net/meetangkor)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댓글 오키나와 다녀오셨군요......정말 가보고 싶은 곳인데......
아하~ 나도 다른 어린이들에게 친절히 설명해줘야지..ㅋ 난 딱 초딩 수준이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