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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신기한 철두공과 무시무시한 화시분 무공을 연마하면 인마할수록 머리카락이 짧아진다느니 하는 말은 그가 강친왕 왕부에서 오응웅이 거느리고 있는 금정문의 시종들에게 들은 소 리였다. 그 라마는 그의 머리통을 보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무림에 확실히 금정 문이라는 문파가 있는데 철두공(鐵頭功)이 매우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 는지라 말했다. [나는 너의 머리통이 나의 칼에 맞고서도 끄덕없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위소보는 말했다. [내 충고하는데 그대는 역시 시험해 보지 않는 것이 좋소이다. 그 칼이 되튕겨지면 그대가 밥 먹는 것을 더 이상 보증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 오.] 그 라마는 말했다. [나는 믿을 수 없다.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말아라. 내 곧 너를 내 려치겠다.] 그는 계도를 쳐들었다. 위소보는 칼빚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 꼈다. 속으로 만약 그가 정말 한 칼로 자기의 머리를 내려친다면 머리 가 둘로 나누어지는 것은 물론, 몸뚱어리도 두 쪽이 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첫째로 정말 이 라마가 손을 쓴다면 속임수를 쓰는 이의에는 달리 몸을 빼낼 도리가 없었고, 둘째로 그는 내기 거는 것에 버릇이 들어 있었다. 그는 라마가 자기가 위협하는 말을 듣고 나면 자기의 머리와 목덜미를 감히 내려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기를 걸게 되었는데, 이 내기 는 바로 자기 자신의 생명을 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때 자기 자신의 생사는 이 라마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 러나 이기고 지는 것 역시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더 군다나 이 한 번의 커다란 내기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가 만약 내기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라마가 칼을 들고 마구 내리치게 된다 면 자기와 백의 여승, 아가 세 사람은 끝내 그의 칼에 죽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아가라는 나이 어린 미녀가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자기를 바 라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위소보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정극상을 한 번 바라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너는 왕부의 공자이지만 이 갈보의 아들과 비교해 볼 때 그 누가 더 영웅답단 말이냐? 제기랄, 너는 감히 나처럼 이곳에 서서 상대방에게 머리를 한 칼로 내려치라고 말 할 수 있느냐?) 상결은 서장어로 말했다. [그 꼬마는 무척 요사한 데가 있으니 그의 정수리나 목을 치지 않도록 해 라.] 위소보는 말했다. [뭐라고 하는 것이오? 그는 그대에게 나의 머리를 치지 말라고 했던 것 은 아니오? 그대들은 음흉하고 교활하여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다 니, 그것은 안 되오.] 그 라마는 말했다. [아니, 아닐세. 대사형께서는 나에게 그대의 허풍치는 소리를 믿지 말 고 단칼에 그대의 머리통을 두 쪽으로 쪼개라고 했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계도는 허공에서 아래로 뚝 떨어졌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혼비백산했다. 가슴 가득히 끓어오르던 영웅의 기 개는 삽시간에 사라져 버리고 급히 목을 움츠리며 부르짖었다. [내 목숨은 끝장났구나!] 그 한칼은 그의 정수리에서 석 자 되는 곳에 이르러 이미 변화를 일으 키고 있었다. 계도는 빙글 반원을 그리더니 회중포월(懷中抱月)이라는 일초로 변했으 며, 칼은 회전하여 바깥 쪽으로 휘어지게 되었고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등줄기를 내려치게 되었다. 그 한 칼에 실린 힘은 지극히 컸다. 위소보는 격렬한 아픔 때문에 제대 로 서 있지 못하고 그 라마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오른손의 비수가 즉시 그의 가슴팍을 세 번을 잇따라 찌르게 되었고, 곧이어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사타구니에서 기어나오며 부 르짖었다. [어이쿠! 어이쿠! 그대는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군.] 그 라마는 입으로 흑흑 숨을 내쉬는 소리를 내며 계도를 돌렸는데 그 바람에 그만 자기의 얼굴을 내려치게 되었고, 고슴도치처럼 웅크리더니 및 번 몸을 뒤틀다가는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위소보는 본래 그가 한칼로 자기의 가슴팍을 내려쳐 주기를 바랐다. 자 기는 보의가 있어서 몸을 보호하기 때문에 목숨을 잃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네 명의 라마가 놀라서 도망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라마는 그의 가슴팍을 내려치지 않고 등을 후려쳐 그 자신을 라마의 품속으로 뛰어들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되자 그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비수로 그를 몇 번 찔렀 다. 그러나 이렇게 되자 별수없이 상대방의 사타구니로 기어나올 수 밖 에 없게 되어 너무나 낭패한 꼴을 보이게 되있는데 위급한상태에서 목 숨을 건지자니 영웅이고 개망나니이고 돌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음 순간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부님, 저의 등 뒤에도 역시 신공을 연성하게 되었습니다. 이것 보십 시오. 쿨록, 쿨록, 이 한칼을 되툉겨서 그를 죽였습니다. 정말 묘합니 다. 정말 묘해요.] 계도가 되튕겨서 그 라마의 얼굴에 상처를 낸 것은 사실이나 그 상처는 무척 가벼운 것이었다. 비수에 세 번 찔린 것이 바로 치명상이었다. 그러나 상결 등 세 사람은 그 가운데의 내막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정말 계도가 반탄되어 사람 을 죽였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수 장 밖으로 몸을 날리면서 소리 높이 그 라마의 이 름을 불렀다. 위소보가 몸에 보의를 입고 있어 몸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백의 여 승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다. 아가도 두 번이나 그에게 칼질을 했으나 상처를 입히지 못했던 관계로 이 점에 대해서는 별로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감히 정수리를 내밀어 칼에 시험하자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그의 용기에 탄 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위소보는 매우 놀라는 바람에 자기도 모 르게 오줌을 싸 바짓가랑이가 축축히 젖게 되었으나 그 사실을 아는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라마가 휘두른 그 한칼에 실린 힘이 너무나 막중해서 하마터면 그의 등줄기의 늑골을 분지를 뻔했다. 위소보는 짚더미에 몸을 의지하고는 참을 수 없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백의 여승은 말했다. [빨리 그에게 설삼옥섬환을 먹이거라.] 아가는 위소보에게 물었다. [알약은 어디 있죠?] 위소보는 말했다. [내 품속에 있소. 그러나 나는 살 수 없게 되었소.] 아가는 그의 품속에서 옥병을 꺼내 알약을 몇 알 꺼내고 다시 마개를 막고는 옥병을 그의 품속에 넣어주고 입을 열었다. [빨리 먹어요.] 위소보는 손을 뻗쳐 받아야 했으나 일부러 손을 쳐들 수 없는 듯 가장 했다. 아가는 어쩔 수 없이 그 알약을 그의 입 속에 넣어 주었다. 위소보는 그녀가 희고 부드러운 손길로 알약을 입 안에 넣는 순간 입을 내밀고는 그 손에 입맞춤을 했다. 아가는 급히 손을 움츠렸으나 어느새 손등에 입맞춤을 당하게 되자 그 녀는 아야, 하는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위소보는 큰소리로 말했다. [사부님, 저 라마들이 말한 것은 개방귀를 뀌는 것과 같군요. 나의 머 리를 친다고 해놓고서는 저의 등을 후려쳤어요. 이제 세 명이 남았는데 제자는 이제 격산타우신권을 펼쳐서 그들을 모조리 죽이겠습니다.] 상결 등은 그 말을 듣고 다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세 명의 라마들 은 몇 마디 상의를 하더니 화섭자를 꺼내서는 몇 무더기의 짚단에 불을 붙여 짚단 더미가 있는 곳으로 던졌다. 처음 세 개의 짚단은 공교롭게 도 공터에 떨어졌다. 상결은 다시 한 묶음의 짚단에 불을 당겨서는 앞으로 수 장 달려 나오 면서 힘주어 내던지고 두 손을 들어 가볍게 후려치는 시늉을 하면서 몸 을 보호했다. 위소보가 신권을 써서 습격을 할까봐 방비를 한 셈이었다. 그는 즉시 뒤로 몸을 날려 물러섰다. 상결이 던진 그 짚단이 날아와서 짚단 더미에 떨어지자 즉시 불길이 치 솟았다. 위소보는 백의 여승을 짚단 더미에서 기어나오도록 끌어당기면서 사방 을 살펴보았다. 서쪽 산바위 사이에 동굴이 하나 있는 것 같아 그는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말했다. [아가, 그대는 빨리 사부님을 부축해서 저쪽 산동굴로 가 피하도록 하 시오. 나는 저 라마들을 막겠소이다.] 그는 상결 쪽으로 두 걸음 다가서며 부르짖었다. [그대들은 정말 대담하구려. 놀랍게도 이 도련님의 격산타우신권이나 호두금정신공(護頭金頂神功)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말이오. 상결, 그 대는 우두머리이니 빨리 달려나와 이 도련님의 주먹을 맛보도록 하시 오.] 상결은 무척 신중을 기했다. 일시 다가들지를 못했다. 그러나 경서를 손에 넣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군다나 열 명의 사제가 모조리 목숨을 잃었는데 이대로 손을 털고 물러 난다면 한평생 쌓은 위명이 그만 땅에 떨어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우리 라 생각했다. 거기닥가 백의 여승의 발걸음이 완만했고 또한 그 나이 어린 소저의 부축을 받아 걸음을 옮기는 것을보고는 만약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니 정히 좋은 기회인데 설마 하니 눈앞의 이 어린애마저도 이길 수 없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어 린애의 무공이 괴이하여 맞는 사람은 족족 쓰러져 죽는 것을 보자 일시 망설이며 결정하지를 못했다. 위소보는 고개를 돌려서 백의 여승과 아가가 이미 동굴 가까이 다가간 것을 확인한 다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그대가 감히 나와 무공을 겨룰 수 없다면 내가 달려가 사람을 죽이겠 소. 그래도 그대들은 도망치지 않겠다는 것이오?] 그러나 그 한마디의 말로 마각을 드러낸 꼴이 되었다. 상결은 속으로 생각했다. (너에게 정말 재간이 있어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어쩨서 그대로 달려들 지를 않는단 말인가? 나에게 도망치라고 하는 것을 보면 마음속으로 나 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는 전신의 뼈마디에서 우두둑 우두둑 하는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한 두 걸음 다가섰다. 위소보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야단났다. 이번에야말로 무슨 간계로 그를 죽이지?) 이때 등 뒤의 짚단 더미는 이미 기세 좋게 타오르고 있어서 불길이 그 의 몸에 닿을 지경이었다. 그는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먼저 동굴로 숨었다가 다시 천천히 방법을 강구하기로 하자.) 산 동굴 속으로 숨는다고 생각하자 그는 속으로 기쁘기조차 했다. 산 동굴 안이 만약 어두워서 사물을 볼 수 없다면 다시 아가에게 손장난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곧 그는 허리를 구부리고 그 죽은 라마의 손에서 호파음의 손바닥을 집 어서는 품속에 갈무리했다. 이때 상결이 다시 몇 걸음 더 다가서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부르짖었 다. [이곳은 너무 더워 신공을 펼칠 수가 없구려. 그대가 사내라면 저쪽으 로 가서 겨루도록 합시다.] 그는 몸을 돌려서 산 동굴 쪽으로 달려가 동굴 안으로 쑥 기어 들어갔 다. 백의 여승과 아가는 어느덧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 동굴은 기실 절벽이 움푹 꺼져 있는 곳에 지나지 않았고 몸을 숨길 만한 곳이 못 되 었으며 또 그 안도 생각처럼 어둡지가 않았다. 아가가 바로 백의 여승 겉에 앉아 있어 손짓 발짓을 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지라 위소보는 약간 실망하고 말았다. 상결과 두 명의 라마는 천천히 동굴 앞에 이르렀다. 그러나 삼장의 간 격을 두고서 그 자리에 멈춰섰다. 상결은 부르짖었다. [그대들은 이미 막다른 길에 들어섰으며 달아날 길이 없게 되었소. 얘 들아 횃불을 가져오너라.] 두 명의 라마가 한 묶음의 보리 짚단을 집어서는 그의 손에 쥐어주었 다. 위소보는 말했다. [매우 좋소. 그대는 빨리 횃불을 던져 우리가 타죽는지 안 죽는지를 두 고 보시오. 그보다는 사십이장경이 불타게 되는 것이 더 빠를 것이외 다.] 상결은 불붙은 짚단 더미를 높이 쳐들고서는 동굴 입구 쪽으로 던지려 고 하다가 그 말을 듣고는 그 말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을 불태워 죽인다면 그 한 권의 경서마저도 불타게 될 것이 아 니겠는가? 그는 횃불을 옆에 내던지고 부르짖었다. [빨리 경서를 내놓으시오! 부처님 나리께서 자비를 품고 있으니 만큼 그대에게 한 가닥 살 길을 열어 드리리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우리 사부님께 열여덟 번의 큰절을 하시오. 우리 사부님께서는 자비를 품고 계시니 그대들에게 한 가닥 살 길을 열어 주실 것이오.] 상결은 크게 노해서는 불붙은 짚단 더미를 집어들어 동굴 앞으로 던졌 다. 한 차례 짙은 연기가 바람을 따라 동굴 안으로 몰아쳐 들어왔다. 위소보와 아가는 매워서 눈물을 흘리며 크게 기침을 했다. 이때 다른 두 명의 라마들도 다투어 불붙은 짚단을 던져댔다. 위소보는 말했다. [사태, 그 경서는 이미 소용이 없게 되었으니 그들에게 내주어 먼저 완 장지계(緩將之計)를 펼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가가 그 말을 고쳤다. [완병지계(緩兵之計)라고 해야 말이 돼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들은 병졸이 아니잖소?] 아가는 연신 기침을 하여 그와 입써름을 할 수가 없었다. 백의 여승은 입을 열었다. [그것도 좋겠지.] 그녀는 경서를 그에게 내주었다. 위소보는 큰소리로 말했다. [경서는 이곳에 한 권이 있기는 한데 내가 내던지겠소. 만약 불에 던져 져 태운다 하더라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오.] 상결은 그가 경서를 내놓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혹시나 경서가 불 속에 떨어져 타게 될까봐 즉시 몇 조각의 커다란 바 위를 들어서는 짚단에 던졌다. 그의 힘은 엄청나고 겨냥 또한 정확하여 불붙은 짚단은 대뜸 돌에 맞아 불이 꺼지고 말았다. 위소보는 그가 큰 돌을 던지는 힘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어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그가 커다란 돌을 동굴 안으로 던진다면 우리들 세 사람은 모두 다 얻어맞아 죽게 될 것이지만 경서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 와 같은 생각을 그가 할 수 없게 만들어야지.) 상결은 부르짖었다. [빨리 경서를 던져라.]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좋아. 우리 사부님께서는 그대들이 경서를 읽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불문의 훌륭한 제자라고 말씀하시며 나에게 그대를 해치지 말라고 분부하셨소 ] 그는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비수를 뽑아들고 호파음의 손을 몇 조각으로 잘라 경서 위에 놓고 품속에서 한 병의 화시분을 꺼내 잘려진 손의 피 와 살이 엉켜 있는 곳에 약간의 가루약을 뿌렸다. 그는 자신의 몸뚱어리로 백의 여승과 아가의 시선을 막아 그녀들로 하 여금 보지 못하도록 하고는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사부님께서는 이 사십이장경을 북경의 황궁에서 가져온 것이라 매우 귀한 것이라 했소. 소문에 들으니까 이 가운데 커다란 비밀이 숨 겨져 있는데, 연구해서 알아내게 된다면 바로 불교를 크게 일으키게 되 고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을 믿도록 하게 된다고 했으며, 남자들 은 모두 다 화상이 되고 여자들은 모두 다 여승이 될 뿐만 아니라 어린 애들은 소화상과 소여승이 되고 늙은이는......] 그 말을 하는 순간 토막이 난 손은 점차 누런 물로 변해서는 경서 안으 로 스며들었다. 상결은 그 경서가 황궁에서 가져온 것이고 또 그 가운데는 중대한 비밀 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는 대뜸 마음이 흐뭇해졌다. 불법을 크게 일으킨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나 혹시 그 가 경서를 내놓지 않을까봐 입으로 그냥 얼버무렸다. [불법을 크게 일으키고 불교를 크게 빛내다니 그것이야말로 좋은 일이 아닌가?]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사부님께서는 읽어 보셨으나 그 가운데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 소. 이제 이 경서를 그대에게 주니 그대는 잘 생각해 보시오. 만약 이 가운데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그대는 반드시 천하의 화상들이 머물고 있는 절간이나 여승들이 머물고 있는 암자에 두루 알려야 할 것이며 절 대로 사사로이 욕심을 차려 그대들의 라마교만 일으키려고 하지 마시 오. 그대는 응낙을 하시겠소?] 상결은 응낙했다. [물론 응낙하지. 그대 사부님에게 안심하시라고 이르게.]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만약 알아내지 못한다면 소림사로 건네주시오. 소림사의 화상 들이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청하여 오대산 청량사의 화상들에게 건네주도록 하시오. 그리고 청량사의 화상들이 알아내지 못한다면 양주 의 선지사(禪智寺)로 옮기도록 청을 드려 주시오. 차례로 건네주되 어 쨌든 경서의 비밀을 알아낼 때까지 건네주도록 하시오.] 상결은 말했다. [좋아. 반드시 그렇게 하지.] 그러나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여승은 그저 경서의 비밀이 불법과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구나. 그녀가 진상을 모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녀가 어찌 이렇게 가볍게 내놓겠는가? 흥, 경서를 얻게 된 이후에는 천천히 방법을 강구해서 너희들을 죽여 주마.)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우리 사부님께서는 그대가 이 사십이장경을 읽게 된 후 마음속으로 불 법을 더욱더 닦고 싶어지면 사부님을 찾아오라는 말씀을 남기셨소. 우 리들에게는 아직도 금강경, 법화경, 반야경, 소반야경, 아함경, 노함 경, 소함경이 모두 있소이다 ] 그는 잇따라 십여 권의 불경을 들먹였는데 모두 다 그가 소림사와 청량 사에서 출가했을 때 들은 것이있다. 그 가운데는 물론 적잖은 책들의 이름을 잘못 말하고 있었다. 상결은 그와 같은 말을 듣고 있자니 여간 귀찮지 않았다. 백의 여승의 신공이 두렵기도 하고 또한 그들이 경서를 망가뜨리게 될까봐 겁도 나 서 그저 입으로 얼버무렸다. [그렇지, 내가 그 경서를 다 읽은 후에 다른 책들도 재차 그대의 사부 에게 빌리도록 하지.] 위소보는 잘려진 손이 이미 다 녹아 없어지고 녹은 물이 경서 안팎으로 축축히 스며든 것을 보았다. 그 즉시 위소보는 신발을 벗어 손에 끼고 그 경서를 집어 내던지며 부 르짖었다. [자, 사십이장경이오!] 상결은 크게 기뻐서는 몸을 잽싸게 날려 앞으로 달려나오며 손을 뻗쳐 서는 그 사십이장경을 받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속으로 생각했다. (이 경서는 매우 귀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토록 가볍게 손에 넣을 수 있단 말인가? 혹시 이 가운데 어떤 속임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 무래도 그는 내가 경서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순간에 암기를 내쏠 지도 모를 일이다.) 잠시 주저하는 사이에 두 명의 라마는 이미 경서를 집어들고 말했다. [사형, 이것이 그 경서입니까?] 상결은 말했다. [저쪽으로 가서 자세히 살피세. 괜히 가짜 경서를 손에 넣는 일이 없도 록 하세.] 두 명의 라마는 말했다. [예, 사형의 생각은 매우 치밀하십니다. 그들에게 속아서는 안되겠지 요.] 세 사람은 수 장 밖으로 물러가 황망히 책장을 열어 젖히고는 책을 뒤 적여 보기 시작했다. 상결은 말했다. [경서가 젖었군. 천천히 뒤적이도록 하세. 종이를 찢으면 안 되니까 말 이야. 이 모양을 보건대 가짜인 것 같지는 않군. 그 사람이 말하던 것 과 정말 똑같은데?] 한 명의 라마가 부르짖었다. [그렇군요. 대사형, 바로 이 경서입니다.] 위소보는 그들이 큰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서장어라 이해 할 수는 없지만 그 어조에 매우 기뻐하는 심정은 들어서 알것 같아 부 르짖었다. [이것 보시오. 이것 봐요! 당신네들 얼굴에 엉째서 지네가 기어가지?] 두 명의 라마는 깜짝 놀라 손을 들어서는 얼굴을 몇 번 어루만졌으나 지네고 벌레고 아무것도 없자 욕을 해댔다. [짓궂은 녀석이 그저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기 좋아하는군.] 상결은 수위가 매우 깊은 편이었고 퍽이나 정력(定力)이 강한 편이었 다. 위소보가 소리를 질렀지만, 얼굴에 벌레 같은 것이 기어다니는 것 을 느낄 수 없자,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그저 정신을 가다듬고서 경 서를 뒤적일 뿐이었다. 위소보는 다시 부르짖었다. [어이쿠, 어이쿠! 열몇 마리나 되는 전갈이 그들의 옷깃 속으로 기어 들어 가는구나.] 이번엔 두 명의 라마도 다시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한 라마가 입을 열었다. [저 장난꾸러기는 우리들이 경서를 손에 넣으니 속으로 달갑지 않아서 이상한 말을 해대며 사람을 속이려고 하는군. 저 조그만 도적이 우리 두 사제를 죽였으니 이대로 그의 목숨을 용서해 줄 수는 없지.]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목덜미가 매우 근질근질한 듯 손을 뻗쳐서는 몇 번 긁었다. 그러나 갑자기 열 개의 손가락 끝이 모두 근지러워져 참을 수 없을 지경이라 즉시 팔에 대고 몇 번 문질렀다. 이때 상결과 다른 한 명의 라마 역시 손가락이 근지러운 것을 느꼈으나 일시 별로 주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놀랍게도 참기 어려울 정 도로 근지러워지지 않는가? 손을 쳐들어 보니 열 개의 손가락 끝에서 노란 물방울이 스며 나왔다. 세 사람은 일제히 부르짖었다. [이상하다. 이게 무엇이지?] 두 명의 라마는 이때 얼굴도 크게 근지러워 즉시 손가락을 뻗쳐서는 힘 주어 긁었는데 긁으면 긁을수록 더욱더 근지러워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얼굴에서도 누런 물이 스며 나왔다. 상결은 갑자기 깨달은 듯 부르짖었다. [아이쿠! 야단났다. 경서에 독이 있다!] 그는 힘주어 경서를 땅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보니 자기의 손가락에 서 한 방울 한 방울 노란 물이 마치 땀방울처럼 스며 나오는 것이 아닌 가! 깜짝 놀란 그는 재빨리 흙에다가 얼굴을 몇 번 문질렀다. 두 명의 사제는 힘주어 얼굴을 마구 핥퀴고 있었는데 그에따라 죽죽 상채기가 나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가 해대부가 살던 곳에서 얻은 이 한 병의 화시분은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만약에 완전한 살결 위에다 묻힌다면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 다. 그러나 한 방울의 피라도 이 가루에 닿게 되면 피는 그만 노란 물 로 화하게 되는데 그 부식성이 지극히 강해 피와 살이 썩어 들어가게 되고, 또한 노란 빚깔의 독액으로 변하여 썩어갈수록 그 노란 독액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었다. 이는 바로 화섭자에서 튄 한 점의 불꽃이 커 다란 짚단 더미를 불태워 재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였다. 이 화시분은 피를 만나게 되면 독이 되는 고로 그야말로 천하에서 제일 가는 독약이라 할 수 있었다. 서역에서 전해졌으며 전해져 내려오는 말 에 의하면 송대(宋代)의 무림 괴걸 서독(西毒) 구양봉(歐陽鋒)이 만들 었다고 했다. 이 독액은 십여 종의 독사와 독벌레의 독액을 합성하여 만들었다고 했 다. 그리하여 그 독의 원료가 일단 만들어지기만 하면 그 이후에는 다 시 더 만들 필요가 없이 그저 그것이 피와 살을 녹여 변한 노란 독액을 말리면 화시독분(化屍毒粉)이 되는 것이었다. 두 명의 라마들은 얼굴을 긁어 피가 나게 되자 삽시간에 얼굴은 누런 물로 뒤범벅이 되었다. 그들은 대뜸 큰소리로 부르짖으며 아프고 근지러워 땅바닥에 쓰러져서 는 데굴데굴 굴렀다. 상결은 요행히 얼굴은 긁지 않았다. 그러나 열 개의 손가락 역시 뼈에 사무치도록 간지러웠다. 그는 겉옷을 벗어서는 경서를 싸서 옆구리에 끼고 나는 듯 달려갔다. 그리고는 물을 찾아 손에 묻은 독액을 씻어 냈다. 두 명의 라마는 너무나 근지러워 정신이 흐릿해져서 머리를 들어 바위 에다가 마구 부딪쳤는데 몇 번 부딪치지 않아 둘 다 기절하고 말았다. 백의 여승과 아가는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모두 다 놀람과 의아함에 가득 찼다. 위소보는 화시분이 사람의 시체를 녹여 버리는 것은 보았으나 살아 있 는 사람의 몸에 써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를 못했다. 위급한 판이라 그저 한번 시험해 본 것인데 놀랍게도 일거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 또한 호파음의 그 잘려진 손이 그와 같은 독액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된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화시분을 경서 위에다 그냥 뿌렸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본래 그 잘라낸 손으로 아가를 만지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그와 같 은 대공을 세우게 된 것이었다. 그는 상결이 멀리 도망을 치고 두 명의 라마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는 재빨리 동굴에서 달려나와서 각기 한두 번씩 찔러 주려고 했다. 그 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두 라마의 얼굴은 이미 썩어서 뼈가 보일 지 경이었고 자기가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얼마 후에는 두 무더기의 노란 물로 화하고 말 것 같았다. 그는 즉시 정극상의 겉으로 가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 공자, 나의 이 요사한 방법은 꽤나 영험하구려. 그대도 맛을 한번 보시겠소?] 정극상은 두 라마의 무섭고 끔찍한 광경을 보고 거기다가 위소보의 그 와 같은 말을 듣게 되자 깜짝 놀라서는 뒤로 급히 물러서며 주먹을 쥐 고 몸을 보호한 채 부르짖었다. [그대는, 그대는 다가오지 마시오!] 아가는 동굴 안에서 달려나와 위소보를 향해 호통을 쳤다. [그대는 무엇하려는 거예요?] 위소보는 웃었다. [그를 놀려 주려는 것이오. 그대가 왜 걱정이오?] 아가는 노해 말했다. [사람을 놀라게 하지 말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그가 까무러칠까봐 두렵소?] 아가는 말했다. [왜 멀쩡한 사람을 놀라게 하려는 거예요?] 위소보는 손짓을 했다. [그대가 와 살펴보시오.] 아가는 말했다. [나는 보지 않겠어요.]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