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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대표자, ‘싸이&블로그’. 디카와 폰카의 일상화, 노출증과 관음증의 맞물림 등의 이유로 오늘도 ‘폐인’을 자처하면서 불특정 다수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는 유저들. 그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신(新) 인터넷 놀이터 속으로... ![]()
싸이를 알게되면서 필자는 세상에 이렇게 흥미진진한 공간이 또 있을까 했다. 김희선부터 류시원·최성국까지 온갖 연예인들의 홈피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일상사를 엿보며 왠지 모를 친밀감을 느끼고, 평생 얼굴 한 번 마주칠 일 없을 것 같은 노 대통령·이건희 회장의 며느리 또는 막내딸의 홈피에서는 로열 패밀리의 실생활을 직접 목도하고, 이명박·박근혜 등의 정치인의 홈피 방명록엔 언제 어느 때든 수행원의 제재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싸이라는 공간이었다. ![]() 이런 싸이의 매력, 아니 마력은 순식간에 인터넷 포털계를 장악했다. 싸이월드가 속해 있는 네이트 닷컴이 ‘싸이’의 힘을 빌려 다음(daum)을 물리치고 페이지 뷰(특정 사이트 내에서 이용자들의 클릭 횟수) 1위로 등극한 것. 도토리(사이버 머니)의 판매액만 매달 30억원에 달하며, 회원수도 매년 100%씩 성장해 가입자만 해도 현재 총 8백만 명에 이른다. 참고로 국내 10~30세의 네티즌 인구의 70% 이상이 ‘싸이’에 등록되었다는 이야기다.
월 페이지뷰 78억 건, 월 1인 평균 체류시간 2백21분. 싸이는 꽤 충성도가 높은 사이트다. 이러다보니 ‘싸이홀릭’이란 말은 예사고, 심지어 싸이코월드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 ![]() 싸이 최고의 스타는 단연 김희선과 최성국. 김희선은 촬영 현장 스케치나 본인의 일상적인 사생활을 여과 없는 사진과 말투로 보여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최성국은 코믹한 사진과 개성 넘치는 독특한 리플들을 달아 단번에 싸이 스타로 등극했다. 연예인들은 물론 각종 정치인부터 전두환 대통령의 손녀 전수현, 이건희의 막내딸 등 싸이놀이에 푹 빠진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
21세기의 1인 미디어는 크게 ‘싸이’와 ‘블로그’로 나뉜다. 싸이월드의 포커스가 해당 주인장과의 인적 관계에 맞춰져 있다면, 블로그는 해당 주인장의 관심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싸이 스타들의 인기도는 주로 ‘인물’자체의 인기도에 따라가는 데 반해, 블로그 스타는 그들이 내는 목소리가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탄생된다. 따라서 싸이에서는 유명 셀러브러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블로그에서는 독특한 세계관을 갖거나 관심사가 전문화되어 있고 글발이 되는 평민들이 대거 스타로 등극하게 된다. 특정 분야의 지식 공유를 원한다면 블로그를 당할 바가 없다. 블로그가 배출한 초절정 인기 스타로는 ‘거대한 아스피린’이라는 40대의 아저씨. 블로그계의 톱스타로 통하는 그는 ‘블루문’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가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덧글’을 달 경우 그 사람은 ‘가문의 영광’이라 여겨 대문에 커다랗게 달아놓을 정도. 그 밖에 재밌는 이야기를 올려 블로거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우끼주마’와 한국으로 시집온 일본 여자의 일상을 재밌는 만화로 보여주는 ‘요꼬짱’, 대한민국 맛집과 요리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하이택의 하루’ 등이 초절정 인기 블로그다. 블로그를 하는 연예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미 1촌을 맺은 연예인들이 대거 싸이에 포진해 있는데다가, 싸이가 카메라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올릴 수 있는 데 반해 블로그에서는 사이즈가 너무 작아 사진을 바로 업데이트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 가수 세븐, 박중훈 등이 블로그를 하지만 세븐의 경우 기획사에서 관리해주는 듯한 느낌이 강하고, 박중훈의 블로그 역시 그다지 블로그다운 색깔을 갖고 있지 못하다. 정치인 중에서는 전여옥이 ‘오케이 톡톡히’라는 블로그를 통해 그녀가 직접 쓴 논평과 국회 활동기 등을 올려두고 있을 뿐. 블로그다운 블로그는 오히려 전문성과 튀는 감각을 갖춘 반짝이는 일반인들이 더 훌륭한 편이다. ![]()
최근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미국에 있는 친구 하나가 인터넷을 통해 「파리의 연인」을 보고 박신양에게 빠진 나머지 박신양 와이프가 하는 싸이(최근에 폐쇄 되었다고 함)에 한번 들어가보게 되었단다. 친구는 어린 나이에 언론의 철퇴를 맞은 와이프의 모습이 안되보여, 「파리의 연인」 주제가를 그녀에게 선물했다. 다음날 다시 들어가보니 그녀의 홈피 배경음악이 친구가 선물한 노래로 바뀌어 있음에 깜짝 놀랐다. “어떡해, 미국에 있는 나랑 박신양 와이프랑, 박신양이랑 다 친구가 된 기분인 거 알아?” |
출처 : [레몬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