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대의 경험은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 큰 상처로 남아 있다. 그것은 여러가지 후유증 내지는 강박증세를 낳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사대주의에 대한 예민하고 과도한 강박증인 듯 하다.
사대주의의 문제는 역사서술, 정치, 외교, 사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급되기 때문에 그 모든 증세를 다 거론하려면 길고 복잡한 글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대중국외교에 대한 부분만 거론하고자 한다.
사대주의 증세의 하나로 주요하게 거론되는 것이 조선의 중국에 대한 저자세적이고 종속적인 외교이다. 왜 우리는 중국을 그렇게 섬기려고만 하는가? 만주에서 거란, 여진이 일어나고, 중국과 갈등이 발생할 때, 같은 몽골리안 계통끼리 단결해서 중원으로 치고 가지 못하고, 중국의 편에 서거나 현실 보존만 하려고 했는가?
이같은 사대주의 외교란 한마디로 관념적, 종속적, 비자주적 외교정책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정말 그랬던 것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외교란 국가안위와도 직결된 지극히 냉정하고 너무나 현실적인 현상이다. 같은 민족, 같은 국가 내에서는 감정적 호소, 비이성적 정책이 먹힐 수도 있지만 외교에서는 약간의 소지도 없다. 가족 간에는 말로 부탁을 하거나 담보없이 돈을 꿀 수도 있지만, 타인이나 기관에게서는 어림도 없는 경우와 같다.
옛날 사람이라고 이것을 모르지 않는다. 우리 곁에 상존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선시대의 대중관계가 굴종적, 비자주적, 불평등 관계라고 비난하지 말고, 우리 선조들이 그런 손해와 모욕을 감수한 현실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
수나라와 당나라가 고구려를 집요하게 공격한 이유는 고구려가 만주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삼국시대가 종식되고 5호 16국을 겪으면서 두가지 교훈을 얻었다. 1) 중원 내부의 국가가 붕괴하면 주변의 이민족이 침입해 온다. 2) 그 중에서 제일 위험한 지역은 만주이다.(만주가 왜 경계대상 1호인지는 강의안 참조 바람)
한국은 여기에 두가지 교훈을 더 하여 얻는다. 3) 만주에서 세력이 일어나 중원을 침공할 때는 반드시 조선을 먼저 공략한다. 4) 중국이 분열하면 만주에서는 반드시 세력이 일어난다.
군사학의 명제 중의 하나가 전술은 바뀌어도 전략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이다. 만주에서 일어난 세력이 중국을 공격하고자 하면 그들의 배후 (간도와 한반도)의 기습에 취약해 진다. 이 전략적 상황은 변할 수가 없었다.
삼국시대 모용씨의 침입, 거란의 침공, 몽고의 침입, 홍건적의 침공, 후금과 청의 침입(병자호란) .. 삼국시대 이래 북방민족의 침입사는 모두가 이 전략적 공식과 부합한다.
혈통적, 인류학적으로 만주의 민족은 한족인 중국인보다는 우리와 가까울지 모른다. 심지어 고려시대 금나라를 세운 여진족의 왕가는 고려인의 후손이었고, 금이라는 나라 이름도 김씨 성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해서 우리를 침공하는 나라는 늘 그들이었다. 고려와 조선의 통치자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중원 왕조의 안정을 바랬고, 그들이 만주를 견제하는 정책에 협조했다.
이것이 우리가 사대외교라고 말하는 외교의 정확한 이유이다. 이것을 관념적이고, 굴종적이고, 비자주적 태도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말이 나온 김에 이같은 역사적 대중외교정책의 구조를 현대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보자. 21세
기에 한중관계는 고려,조선의 경우와는 크게 다르다.
첫째, 중원과 만주는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즉 한국과 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매개해 주던 현실적 조건이 사라졌다.
둘째, 현시점에서 중국의 경제적 이해와 충돌하는 첫번째 국가는 한국이다. 중국은 이미 60-70년대 한국의 경제를 받치던 저임금, 노동집약형 산업을 거의 점령했다. 동시에 이들 산업은 벌써 인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중공업,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이행해야 하는데, 그것이 지금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다.
두번째 조건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라 굳이 쓰기가 쑥스럽다. 역사학자로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과거의 한중관계는 완전히 과거 속에 매몰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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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myhome.paran.com/wiz/module.php?comm_no=84159&mn=jwhbbs&bbsno=522638282&mode=read&premode=&idx=460706&page=1&cnum=&sval=&sitem=&skind=&act=1&mdis=1
글이 올라온지는 좀 됐지만 이제사 읽고 카페분들에게 한번 소개해보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글쎄요...'조선'이라는 국가도 많은 왕과 각각의 상황이 다릅니다...조선 초의 사대는 그렇게 맹목적인 사대는 아니었습니다...조선의 사대가 맹목적으로 돌변하는 것은 인조이후부터입니다...광해군의 중립외교는 물론 광해군 자체도 뛰어난 왕이긴 하지만 광해군이 유독 잘나서 기반없이 갑자기 그렇게 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정도의 융통성은 계속 유지되어 왔기 때문입니다...반면 인조는 왕이 되기는 했지만 자신이 왕위에 오른 명분이 없었습니다...그래서 명분으로 갔다 붙인게 '명의 은혜를 모르는 광해군을 천명에 의해서 치고 내가 바로잡았다'죠
즉 자신의 정통성을 세우는 가장 중요한 명분이 명을 섬기는 것인데...스스로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왕위 찬탈자체의 명분을 부정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되어서 그때부터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되지도 않는 중화사상의 맹신이 강화되었고 그와 함께 성리학 원리주의자와 근본주의자들이 날뛰기 시작하면서 꽉막한 국가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죠...조선 전체역사가 사대를 맹신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또한 사대가 굴종이 아니라고 까지 한 것은 아닌데요..위의 제 리플들을 읽어보시면...
즉 자주성, 자주성 말씀하시는데...간단하게 예를 들어서 조선말에 영국사신이 조선과 관계를 맻기 위해 사신을 보내매 조선사신에게 묻습니다...'조선은 자주국가 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럼 중국은 조선의 종주국이 아닙니까?' '그것도 맞습니다' '(서양 관점으로 이해안됨) 그런게 어디있어? 니네 나라 자주국이라메?' '네 자주국 맞는데요?' '너 중국이 종주국이라며?' '그것도 맞아요' '뭔 관계가 그따위야?' 서양식 교육을 받고 서양식 역사 관점으로 보는 현대 한국인들 또한 당시의 조선인의 심리를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겠지요
전부터 계속 이문제가지고 말하게 되는데...'조선이라는 나라가 개같은 나라다'라고 하려면 조선의 역사적으로 전부 병신짓만 해야하는데...실상은 그렇지는 않다는 겁니다...'인조 휘하의 조선은 캐병신이었다' '선조치하의 조선은 안습이었다' 라면 모를까 '조선 전체가 사대에 맹신했던 한심한 나라다' 라고 하려면 정말 어마어마한 연구가 필요합니다...자그마치 500년 동안 계속 그모양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야하니까요...그런 조선이라는 국가가 처한 상황과 각 왕들의 상황, 또 비교대상일 수 있는 고려나 신라의 상황을 무시하고 단순히 '고려와 신라는 중국에 개겼으니 자주적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죠
단순히 신라와 고려가 중국에 개겨서 이겼으니;; 그렇게 생각한건 아닙니다..제 나름대로 반론을 윗글에 적어놓았으니 읽어주셨으면..역사란게 답이 없는 학문이죠..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니...쩝쩝
그럼 조선보다 고려나 신라가 더 자주적이었다...는 이유가..;;; 글쎄요...앞 리플들을 읽어봤지만...딱히 고려나 신라가 조선보다 더 자주적이라고 하시기엔 부족하지 않을까요^^;;
글고..조선시대 거장들인 이율곡,이퇴계이 중국에 관해서 어떻게 쓰셨는지 접해보셨는지요..? 그들의 제자들..또는 그들과 연관된 사람들이 조선정계를 호령했으니 그당시 조선이 정말 명을 섬겼구나를 확신할수있을것같네요..그들은..아시다시피 호란전 사람들이죠...또 조선사서등에서도 명나라 황제의 은혜...언급한적도 정말 많지요. 조선 정도전때는 몰라도 중기를 넘어가면서 조선은 정말 마음속 깊이 중국을 숭배하고 섬겼던것같습니다.
글쎄요...제 전공이 역사쪽이라서...역사에서 사상과 종교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조선을 공부하려면 좋던 싫던 유교에 대해서 공부할 수 밖에 없는데...덕분에 저도 팔자에도 없는 유교 경전을 들여다 봐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황과 이이에 대해서는 원본은 못읽었지만 그들의 사상과 국가 사상등에 관련한 책들은 신물나게 읽어야 했습니다(ㅜ.ㅜ) 근데 유교라는 것 자체가 '천하'라는 것을 중심으로 마치 '가족적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사상입니다...'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것이 문자 그대로의 뜻도 있지만...그런식으로 온천하가 하나의 가족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광해군이야..제 생각에는 왜란 현장을 뛰며 명군의 더러움과 비겁함을 제 눈을 통해서 직접 겪게되었던 것이니 만큼 명에 대한 허구...그리고 명나라 힘에 관해서 잘 파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언급하신 송시열이 일파가 숭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것 역시 사실이나..조선의 명에 대한 숭배와 사대를 그런 식으로만 치부할수야 없죠.
말씀하신게 전적으로 틀렸다고 부정하는건 아니고....단지 그쪽으로만 생각할수도 없을 것 같네요...제 의견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나중에 사대관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한번 써보겠다고 이미 이카페에 계속 다짐중인데...그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서(제 지식의 일천함과 표현력의 한계) 아직 사실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약간 기본 베이스를 깔면 사대주의, 또 책봉조공관계라는 것이...(사실 둘이 동의어도 아닙니다) 천하에 '천자'라는 '어르신'을 중심으로 '예'에 따라서 다스리자는 것입니다...(이건 사대주의와는 다르지만 책봉조공의 개념이) 명절때 작은집에서 이것저것 해가고 또 그러면 큰집에서 그럼 또 작은집이 집에 갈때 한보따리 해주는 것처럼 책봉과 조공도 기본적인 개념은 그런 논리로 행해집니다...(또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만-_-;;상당히 복잡하죠
요는 조선인들도 바보는 아닙니다...사상서에야 그렇게 적기는 하지만 그게 그사람의 진심은 아닙니다...그렇게 중국을 떠받든다는 이이가 '우리의 체제는 중국과 달라서 많은 변혁이 필요하다...중국의 것이 옳은 것도 있지만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우리에 맞는 것은 행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라고 계속 국정에서 입아프게 떠듭니다만...밑에 제글 중 십만양병에 관한 글을 보면 그 자료가 있습니다...그것 뿐이 아니라도 이이는 계속 '조선'을 강조한 사람입니다...학문적으로야 '중국'을 논하지만 그것을 맹신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인조가 '조선을 대표하는 왕'은 아니겠지요...역사 이전에 외교란 각 시대마다, 아니 매년 매시각 상황에 따라서 정말 엄청난 변화를 하는 행위입니다...그것을 인조때 사대주의를 맹신했다고 '조선전체가 그모양이었다' 라고 하는 건 성급하지 않을까요...같은 조선이라도...같은 한반도 국가라도 상황에 따라 대처는 다르고...또 수뇌진의 능력에 따라서 또 다릅니다...조선 500년 역사에서 조선이 무능했던 시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마찬가지로 유능한 부분도 찾을 수 있겠지요...문제는 설사 유능한 부분과 무능한 부분을 다찾아서 갯수를 세어보니 무능한 부분이 많더라고 해서'조선은 무능했다'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동북공정을 예를 들어 중국측에 유리한 자료들도 찾을 수 있고 한국측에 유리한 자료들도 찾을 수 있습니다...문제는 두 자료를 쌓아두고 '어느쪽의 양이 더 많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겠지요...서로의 자료를 교차하고 그게 왜그리 됐느냐를 따져야 하겠지요...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찌질한 부분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쌓아둘 수 있습니다...하지만 그것이 '조선'이란 국가가 찌질하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웅 표현하기가 어려운데-_- 완벽한 국가란 없습니다...어느국가나 장점과 단점은 찾을 수 있습니다..다만 장점이나 단점에 너무 혹해서 그것이 전체를 평하는 기준이 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렇네요...조선의 크나큰 단점으로 부각된 점들은 500여년동안 지속적으로 조선 민중의 삶을 수차례 피폐하게 만들며 결국 조선을 망하게 하고 맙니다. 왜란,호란 이전에도..이후에도.. 수정할 시간은 충분했습니다..하지만 결국 실패했고 민중은 또다시 피해를 입게되죠..고종,명성황후에게도 역사를 바꿀..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기득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전 조선의 이런무능한 점을 비판하고 싶군요. 오죽했으면 지식인들 조차 왜란직후 조선은 망하는게 좋았을 것이라고들 말하죠.
뭐 아마존님도 '고려빠'가 아니듯이 저도 조선이 딱히 '잘났다'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저도 조선은 왜란이후 망했어야 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다만 윗글에도 표현했듯이 장점이나 단점에 너무 혹하시지는 마셨으면 합니다...또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어느나라 기득권이나 마찬가집니다만...딱히 그게 조선만의 무능인지는 모르겠군요...고려만 해도 최씨정권이 자신의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원과의 대결을 결정한겁니다만...또한 왜란, 호란 이후에 전후 복구...상당히 신경씁니다...'명군'이라는 영정조가 바로 전후 복구시기의 군주입니다만...
'결국' 실패했다...라고 하시면 할말은 없지만 노력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어느나라의 기득권층이 자신의 기득권을 순순히 내놓겠습니까? 또한 조선민중의 삶이 피폐한건 맞지만...사시사철 전쟁인 삼국과 고려와 비교해서 특출나게 피폐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만...'조선은 싫다'라고 이미 결론을 내놓으시고 계신건 아닐까요^^;; 호불호야 개인의 감정문제이니 옳고 그름이 없지만 그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