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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사진가 열전] 첫 사진전 연 아나운서 신성원
막 생방송 진행을 마치고 나오는 아나운서 신성원(36)씨를 여의도 KBS에서 만났다. 경력 10년이 넘는 신씨가 말을 잘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그래도 인터뷰를 하면서 거듭 “어쩜 저렇게 말을 잘 할까”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KBS 라디오 홈페이지에서 다시 듣기를 통해 그가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문화읽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를 할 때와 방송 때의 느낌이 거의 같았다. 차분했고 편안했다. 인터뷰 도중 사진과 방송 일의 연관성을 물었다. 내심 “방송 일을 하다가 생긴 스트레스를 사진에서 풀 수 있었다”는 이야길 듣고 싶었다. 그의 답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게다가 뜻밖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사진 찍는 것과 방송에서 출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저는 일단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길 다 하게끔 합니다. 모두 듣습니다. 진행에 필요한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개입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러다 보면 방송의 흐름에 도움이 되는, 다시 말해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어느 순간 튀어나옵니다. 기다렸다가 그것을 잡아내고 제가 받아서 이야길 연결시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차츰 깨닫고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 상황을 만나면 사람이든 뭐든 모든 대상들이 자유스럽게 물 흐르듯 움직이는 것을 지켜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필요한 것이 저절로 충족되었다고 판단될 때 셔터를 눌러서 잡아냅니다.” 신씨가 아나운서 최초로 사진전을 열었다는 것이 놀랍지 않았다. 직업사진가 못지않은 진지하고 원숙한 사진철학이다.
브룩클린 신씨가 사진과 친해진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2003년 무렵 외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생들과 안부를 주고받기 위해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만들었다. 사는 모습이 서로 궁금했으니 당연히 사진을 올려야 했고 그러다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게 됐다. 사진을 처음 시작한 동기치곤 좀 엉뚱하지 않느냐고 민망해 했지만 글쎄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어쨌든 미니홈피를 위한 사진 수준에서 맴돌다가 “사진을 좀 찍는” 친구와 같이 경희궁의 돌계단을 찍으러 간 적이 있었다. 같은 곳인데도 찍은 사진이 달랐다. 그 때 뭔가 크게 깨달았다. “선택적으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실전에서 배우게 되었다. 2004년 3백만 화소의 캐논 익서스를 구입, 이것저것 찍기 시작했는데 주변의 반응이 좋았단다. 그뒤 400D를 선물 받고 휴가 때 여행을 다니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DSLR을 들고 다니니 더 신경 쓰였다고 한다. 2007년 입사 10년째를 맞았다. 입사하자마자 닥친 IMF와 탄핵 정국 등 나름대로 격동의 10년을 보내는 동안 특히 뉴스 쪽을 많이 담당하다 보니 더 힘이 들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해서 휴직을 신청했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동아시아 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서 1년을 보냈다. 직장 다닐 때보다는 자유로운 시간이 훨씬 많이 생겨서 사진을 찍으러 자주 다녔다. 뉴욕대 부설 교육기관인 SCPS에서 한 학기 동안 사진 수업을 들었다. 그 교수의 말이 ‘사진 공부하려면 카메라 제품 매뉴얼을 많이 보라’는 것이었다. 이때 사진실력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단다. 넓은 세상에서 부대끼다 보니 마음의 혼란이 치유가 되는 것 같기도 했고 자신감이 생겼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라고 다짐하며 복직했다. 웬걸! 한 번 자유로운 생활을 경험한 탓인지 더 힘들어졌다.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좀 더 진지하게 사진과 접해보려고 2008년 3월 모 대학교의 사진아카데미를 다니려고 했으나 봄 개편과 물리면서 1달 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연말에 문화관련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되어 주로 예술, 문화계 인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많은 위안을 찾게 되었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역시 하고 싶은 일과 관련된 일을 해야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신성원씨는 지난 3월30일부터 4월12일까지 대학로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에서 ‘신성원의 사진일기’라는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첫 개인전이자 아나운서로는 처음 연 사진전에서 그는 2년 전 뉴욕, 쿠바 등지를 돌며 찍은 작품 60여 점을 내놓았다. “사진 전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현재 맡고 있는 프로그램인 ‘신성원의 문화읽기’의 작가가 “신성원이 사진을 좀 찍는다”고 바람을 잡았는데 담당 조휴정PD가 냉큼 반응을 보이더니 사진전을 열고 전시장에서 공개방송을 하는 것으로 일이 급진전되었다. 물론 그 전부터 사진 좀 찍는다는 이야기는 방송국에 조금씩 알려져 있었지만 당황스러웠다. 돌이켜보면 10여 년 전 신씨가 아나운서가 될 무렵도 마찬가지였다. 발표력도 없고 말수도 적었던, 그야말로 조용한 학생이었는데 한 학기 공부하고 시험을 봐서 덜컥 붙어버렸더니 주변에서 너무 놀라는 것이었다. “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이번 사진전도 마치 운명처럼 그렇게 일이 진행되었는데 전시기획을 맡은 양종훈 교수가 “신성원이란 사람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드러나는 사진이다”라고 격려를 해주었다고 한다. 전시장을 찾아온 동료 정세진 아나운서는 “색감이 좋은 사진”이라 했고 “가슴이 설렌다” “쿠바여행을 가고 싶다”는 등 여러 반응을 들으면서 “내가 그런대로 사진을 찍었구나” 싶어서 흐뭇했다. -사진공부를 위해서 본 책이 있다면?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를 봤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능과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개념을 잡아주는 내용들이 좋았습니다. -최근 본 사진전시가 있다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카쉬전을 봤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사진을 찍고 싶지만 최종적으로는 저도 인물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파블로 카잘스의 뒷모습 사진이 긴 여운을 주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그냥 풍경사진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풍경이라도 사람이 들어있으면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됩니다. 지금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초대석이란 코너가 있고 거기서 각계각층의 명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은 못했지만 그 명사들의 평범한 일상을 찍어서 엮어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길거리 연주자를 몇 번 찍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여러 곳의 사진을 모아서 길거리 연주자를 테마로 승화시켜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지금은 일상에 시달리다 보니 평일은 엄두도 못냅니다. 차근차근 서울의 골목길도 찍고 싶고 제주도, 제주도 바다도 찍고 싶어요. -좋은 사진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찍은 사람의 마음이 담겨야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눈으로 본 것을 찍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할 것 같아요. 다시 말해 그 사람의 해석이 들어간 사진이 되겠지요. -다른 생활사진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 자신이 사진을 찍다가 알게 된 것입니다. 인생이 더 행복해졌습니다. 사진을 숙제처럼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찍을 때 행복한 마음으로 찍어야 사진을 보는 사람이 행복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과 관련된 질문은 아닙니다만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을 준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여자들에겐 굉장히 힘든 직업입니다. 화려하게 보이겠지만 그것은 극히 소수에만 해당합니다. 그분들 또한 힘들어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직업입니다. 지금 하는 프로그램에선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일인데 그래서 더욱 긴장해야 하고 그 사람들과 말을 나눈다는 것이 조심스럽고 어렵습니다. -그래도 꼭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학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넓은 마음과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혜로워야 합니다. 차근차근 소양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요? =문화계통의 전문MC로 자리를 잡고 싶습니다. 더 나이가 들어서는…. 사진 잘 찍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신성원씨는 1997년에 KBS 아나운서 공채로 입사 TV와 라디오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거쳤고 현재는 KBS 1라디오(97.3 MHz)에서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시작되는 ‘신성원의 문화읽기’와 KBS 제 1FM(93.1MHz)에서 매일 낮 1시부터 시작되는 ‘KBS 음악실’의 MC를 맡고 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 보내온 사진들을 소개한다. 신성원씨의 동의를 얻어 필자가 다시 테마를 잡아 배열했다. 주로 옆모습이나 뒷모습의 사진들이다. 낯선 곳에서 관광객이 찍은 시각과 차별성이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옆모습의 경우 사진에 찍힌 사람들과 사진가는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비록 사진의 프레임안엔 주인공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주인공이 바라보는 곳, 프레임 바깥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쿠바
파리
자화상 나머지 사진들은 아래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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