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사냥의 거지 도사●
이땅에 사는 동안
기억에 남는 사소한 사건들이
많이 있고
그들의 느낌이 무의식속에
남아서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사십여년 전에 상영된
고래사냥은
오십세의 젊은 어머님이 귀천하신
답답한 시기에
내게 의미없는 즐거운 웃음을 주고
많은 위로가 되었다
심약한 대학생 병태와
자칭 도사인 허풍쟁이 거지
나보다 한살 많은
천재배우 안성기가 연기한
고래사냥은
삶이 별게 아니라는
천진무구한 마음에
가볍고 편안한 행복을 주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허풍쟁이 거지가
낡은 오바를 입고
오바 안쪽에 칼이나 숫가락 등
여러가지 살림도구를
만물상자 처럼 가지고 다니던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나도 한 때는
농고방죽옆의 넝마주이들과
형제친구 처럼
인연맺고 지내던 시절도 있었으니
가난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웃는
거지 도사의 얼굴이
영혼이 맑은
세상을 초월한 벽오금학도의
바보 삼룡이와 같은
진인(眞人)이라 생각했지
오늘 아침에
세수하고 거울앞에 앉았는데
허름한 여성용 머리빗이
눈에 띄길래
머리를 빗고나서
자켙의 오른쪽 속주머니에 넣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다
거지 도사 민우의 행복한 삶을
잠시 흉내내며
바람처럼 자유롭고
물처럼 자연스러운
초월해탈의 경계없는 마음을
나름 즐기고 싶어서
카페 게시글
사 색[思 索]
고래사냥의 거지 도사. 최경수 원장
씨알
추천 0
조회 17
23.02.22 07:45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일도출생사 一道出生死
일체무애인 一切無碍人
영원을 돌아다니다
지친
신 神이 쉬러 돌아오는 자리.
모악산 산모롱이 眞人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