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이라고 뭐 특별하겠는가 마는
그래도 흥환의 세컨하우스에는 어김없이 올해도 꽃이 피었다. 오래 비워도 누가 보든 안보든 인연따라 꽃은 핀다.
우리 가족에게도 꽃이 피었다고 할 수 있는데, 작년에 결혼한 딸에게서 3세가 태어났다는 것. 결국 미송과 요숙은 각각 할배와 할매가 되었다.
요 쪼그만 놈이 요숙의 관심을 몽땅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미송은 애증의 번화가에서 밀려나 고독한 길거리로 나섰다.
천안 아산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다. 아산에 있는 이 길은 원래 철도 선로 였는데 아산시에서 포장을 하고 태양전지 판넬을 덮어 자전거 전용도로가 되었다. 따가운 햇살까지 막아주니 자전거 타기에 딱이다.
60대 후반에 바싹 엎드리는 로드 사이클이 쫌 무리이기는 하다. 그래도 누가 보나? 내가 좋으면 그만이제....요숙이야 손주보는 미션이 있으니 사명감이라도 있지만 그저 따라온 내게 무신 할 일이? 엄따. 큰 맘 묵고 나름 장거리에 도전했다... 나이를 무시한 어리석음은 그날 저녁 엉덩이의 극심한 안장통과 찐~한 박카스색 소피의 과보로 나타났다.
...
아직 보름도 안된 손녀도, 또 이를 보는 요숙도 그림이다. (내 눈에는)
36년 ...세월이 흘렀다 . 아가가 아기를 낳았으니.
아무리 아름다운 기억도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기억들은 지금 이 시간과 가까이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젊은 요숙 모습에 눈물이 찔끔 난다. 우야겠노.
...
3개월마다 돌아오는 미송의 건강 점검일은 요숙과 미송의 서울투어 날이기도 하다. 시골 부부는 남산골 한옥마을도 가보고
어이 요숙 치마? 히치하이킹?
아무도 찾지 않아, 공무원만 소복이 앉아있던 청계천박물관 옥상도 올라가 봤다.
...
만남이 가능해지니 미송의 수입도 늘어난다. 투자대비 수익률? ...에헤이
언제나처럼 저녁놀로 또 하루가 저물고
새벽부터 거두어들이는 머위잎 수확으로
요숙의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누가 알겠는가. 그들만의 소꿉놀이를. 머리숙여 절한다. 부디 이 소풍을 감사히 여기기를. 어떤 순간에라도.
첫댓글 정말 멋지십니다~♡
여유로움과 사랑이 찐한 사골육수처럼 우러나는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계시네예~^^
선생님 좋은글 잘보고 감동입니다
영화속에 주인공같은 좋은모습에
어쩌면 그렇게 정교하게 맛갈스러운 글속에 빠져듭니다
늘 행복한 모습 넘보기좋습니다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ㅎ
할매 할배 되심 축하드려요
두분은 항상 부럽습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