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꾀에 넘어가다’
‘거짓을 참으로 알다’
‘속다’의 두 가지 뜻입니다.
그런데 이 속고 속이는 데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속았을 때는 대부분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과
속은 사람이 자기가 속은 것을 모를 때에는 무척 즐거워한다는 사실,
그리고 더욱 결정적인 것은
속인 사람의 문제도 없지는 않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속는 것이라는 점까지,
속는다는 것은 허위를 사실로 착각한 상태일 터인데
대부분 허위야말로 사실보다 더욱 사실처럼 보인다는 것,
사실은 그 자체를 사실이라고 말할 필요를 못 느끼지만
허위는 그것이 사실처럼 보이기 위한 온갖 장치를 동원하기 때문인데
속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은
화려하여 꼭 사실 같은 허위에 현혹될 일이 아니라
담담한 사실을 선택할 줄 아는 눈을 뜨는 일,
속고 속이는 데에는 개인적인 것도 있고
집단적인 것도 있으며
역사적인 것까지 다양한데
속이는 데에도 갖가지 유형들이 있습니다.
허위를 교묘하게 사실처럼 위장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사람을 혼란에 빠트려 판단을 흐리게 한 다음
위장된 허위를 제시하는 것이 있고,
단 한 번의 속임수로 끝이 나는 일과
지속적으로 속임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살면서 남에게 속아 본 일은 있으나 남을 속인 일은 없는 것 같은데
이제는 어느 정도는 속지 않는 방법을 알 만큼은 산 듯 합니다.
화려한 것이거나 현란한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는데
세상을 속여먹는 무리들이 넘쳐나는 이 역사를 안타까워하며 지켜보는 아픔까지는
아직도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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