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어느덧 여행에서 돌아온 지 두 주의 시간이 흐르고
개선문
약 일주일 전
여행에 함께 동반했던 분으로부터 간단한 메일을 받았다.
제목이 인상적이다.
"이제는 적응을 해야죠?"라는...
(독백으로 답하고 있었다.
"저는 아직도 파리에 있답니다.")
그럴 것이다. 왜 여행의 후유증이 없겠는가?
아련한 꿈처럼 여겨지고 아직 여행중인 듯
몽상에 빠지고픈 마음이 어찌 쉽게 가시겠는가.
개선문
소중했던 시간들
할 수 있다면 다시 달려가고픈 장소들
다리와 몸은 지쳐도
눈과 마음과 영혼이 흥분되고 행복했던 시간들
사람들은 쉽게 떠나지 못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다음 여행을 스스로 기약한다고 했던가.
어쩌면 나의 이 작업도
미래의 어떤 여행을 꿈꾸는 준비인지도 모른다.
드빌리 다리
여행의 첫 기착지 파리에서의 1박2일을 더듬으며
나는 두 주의 틈바구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이 보면 비웃을 지 모를 일이다.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수박 겉핣기식의 파리기행을
제법 대단하게 성찰한 듯 무려 두 주간이나 끄적이고 있는 일은
해서 낯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보다 나름대로 걱정인 것은
담아 온 서툰 사진들을 정리하며
생각과 느낌들의 정리가 끝날 무렵
제법 큰 여행의 후유증이 비로소
엄습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몽마르뜨의 카페
그럼에도 워낙 홀로 머무는 것에 익숙하고
이제는 홀로의 시간을 즐기는 나름의 비방을
어느 정도 지니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나는
소중한 여행을 그저 흘러간 기억으로만 보낼 수 없다.
아직은 어쩔 수 없이.
샹제리제
어쩌면 미성숙한 미소년처럼
놓아야 할 것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되는
치기 어린 서툰 여행자일 것이다. 나는.
그럼에도 이상하게 또 다른 내 안에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과 모험과 탐구의 마음이 도사려 있다.
유리 피라미드
여행은
또 다른 나의 자아가
세상을 향해 달려나온 시간이었나 보다.
여행은 끝났지만 또 다른 나의 자아는
아직도 여정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아니 이제 겨우
첫 여행지를 떠나려 하고 있다.
나에게 어떤 기쁨과 또 후유증을 줄 것인가는
그에게 아무 문제가 아닌 것처럼...
파리의 비너스
가보지 못한 다시 파리에 간다면
꼭 가고 깊은 곳들을 작은 미련처럼 담아 본다.
무엇보다 꼭 몇 개의 묘지를 찾을 것이다.
보들레르, 모파상, 사르트르, 보봐르가 잠든 몽빠르나스 공동묘지,
베를리오즈, 드가, 스탕달, 에밀졸라, 하이네가 잠든 몽마르트 공동묘지,
무엇보다 쇼팽, 모딜리아니, 비제, 알퐁스 도데,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 발자크, 프루스트가 잠든 페르라세즈 공동묘지를 가고 싶다.
가능하다면 바스티유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를 한 편 보고 싶다.
저녁 시간 시내에서 록키호러픽처쇼를 경험하고 싶다.
모네, 반 고흐, 세잔, 르누아르, 밀레의 작품이 있는 오르세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생각하는 사람'이 기다리는 로댕 미술관,
모네의 주요 작품들이 전시된 마르모땅 클로드 모네 미술관을 보고 싶고
루브르 박물관을 다시 찾고 싶다.
뤽상부르 공원을 한가로이 거닐어 보리라.
더 여유가 있다면 베르사유 궁전을 다시 찾아
자전거를 빌려 타고 드넓은 뒷 정원을 달려 보리라.
몽마르뜨 언덕을 찾아 사크레꿰르 성당에서 기도하리라.
떼르뜨르 광장(옛 몽마르뜨 광장)에서 거리의 화가들에게
몸을 맡겨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라 데팡스 지역의 그랑드 아르슈(신개선문)에 올라가
파리의 전경을 보며 차를 마시리라.
예술의 다리(퐁데자르), 그 나무다리 가운데서
파리의 시민들처럼 와인을 마시고 싶다.
몇 번은 길 모퉁이 어느 카페에서 커피와 시간을 즐기리라.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이 글을 읽는 그대가 파리에 간다면
꼭 그렇게 해 보라. 행복하도록.
* Amour Defendu - Mireille Mathieu *
Le vent d'octobre froissait la riviere
Les plis de ma robe frolaient la bruyere
L'air etait si tendre que j'ai voulu prendre
Ta main qu'une bague m'avait defendu.
La seule faute restera la mienne
J'ai oublie l'autre et j'ai dit "je t'aime"
Les fleurs de la lande,
Aux couleurs de l'ombre
Ont tout recouvert, et mon coeur s'est perdu.
Amour de reve, amour de l'automne,
Quand le jour se leve
C'est l'hiver qui sonne.
On a pris le monde, pour quelques secondes
Mais on ne vit pas, d'un amour defendu.
Il y avait l'autre, il y avait ses larmes
J'ai repris ma faute, j'ai jete les armes.
Les fleurs de la lande
Aux couleurs de l'ombre
Ou l'on s'est aimes, ne me reverront plus.
Amour de reve, amour de l'automne,
Quand le jour se leve,
C'est l'hiver qui sonne.
On a pris le monde, pour quelques secondes
Mais on ne vit pas, d'un amour defendu.
On a pris le monde, pour quelques secondes
Mais on ne vit pas, d'un amour defendu
Mais on ne vit pas, d'un amour defendu.
첫댓글 아 ! 가고싶다......신부님이 쓰신 글을 읽노라니 강한 유혹을 받습니다. 열심히 스크랩해놓고 그 보람을 찾겠습니다.
신부님 솜솔엄마에요. 오늘 개학했구 아이들 다 가고 난 뒤 한가한 시간이예요. 신부님 덕분에 제 여행이 이제야 익어가는 느낌이예요. 당분간 신부님 카페에서 살것 같은데요. 건강하세요.
여유있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이런 넉넉한 마음으로 즐길수 있는 여행. 머리속으로 상상만 해 보아도 즐거운 여행입니다.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뜻이 있어야 길이 있다고 했죠. 막연한 기대보다는" 나는 갈 것이다." 마음에 두고 살렵니다.
신부님의 여행지를 고즈넉히 돌것을 다짐하면서요. 파리를 지나갈때는 신부님 생각을 좀 해 줄께요. 아직도 심장에 火가 강한 신부님~~성령의 불로 태우소서....
신부님, 저예요. 막내 가영이... 나두 이런 카폐를 만들고 싶은데 자꾸만 실패 하게 되요. 이럴 땐 어떻게 해요?? 가르쳐 주세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대하소설 읽듯 몰입해서, 그 보다 좀더 다양한 재미로, 잊고 있던 자아들이 깨어나는 느낌으로, 여행에 대한 꿈을 키우며, 가끔 그 속에서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도 생각해보면서... 그렇게 읽고 있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이런 멋진 신부님과 함께 여행한 분들은 얼마나 행복할지.... 올리시는 사진과 감미로운 글 보며 추억속으로 언제든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테니 말예요? 신부님 여행기 보며 함께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