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嶺南)이라는 말은 고개(嶺)의 남(南)쪽이라는 말이고, 고개는 조령 즉 문경새재를 지칭한다.
‘새재’는 날아다니는 새와 넘어 다니는 고개를 의미하는 순우리말로, 한자로 표기하면 ‘조령’(鳥嶺), 즉 ‘새들도 넘기 힘든 고개’를 뜻한다.
이 고개가 크게는 산하의 남단과 북단을 나누는 분수령이다.
조령산(鳥嶺山 1,026m)은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을 나누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이루는 산이다.
이화령에서 3관문으로 이어지는 대간 코스와는 달리 조령산의 속살들을 두루 살펴보기 위해서 대간능선 서쪽 충북 괴산방면을 원점회귀로 잡았다.
이쪽 방면에는 암릉이 발달해 있어 주위 조망이 탁월하고, 대간 능선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린 계곡 또한 수려히다.
조령산은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의 주봉으로 북동쪽으로 터지는 조망이 압권이다.
물론 이 조망은 신선암봉 쪽으로 가면서 더욱 뚜렷하게 각인되지만 처음으로 오른 사람들에겐 여간한 감동이 아니다.
산하의 하늘금 중 열손가락 안에 든다는 부봉을 비롯, 그 너머 바위산의 전형인 국립공원 월악산이 꿈결 같은 산너울을 이루며 다가온다.
동쪽으로 바라보이는 주흘산의 풍광도 넋을 빼앗기는 마찬가지.
신선암봉(939m)은 조령산보다 높이는 낮으나 직벽으로 흘러내린 곳곳의 대슬랩이 압권이다.
촛대능선으로 오르면서 좌측 상단으로 펼쳐지는 신선암봉은 사뭇 위압감을 지아내게하고, 기암괴석과 노송들이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촛대능선은 암봉과 암릉이 많아 다소 힘들지만 웬만한 곳은 로프가 있고 우회로가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고, 시간을 넉넉히 잡는다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자 했던 날.
인생에 활력을 잃고 의기소침한 사람이 있다면 이 코스를 강권해 드리고 싶다.
그래서 조령산은 물론, 이웃한 뭇산들의 신성들을 영접하며 새로운 활력을 되찾기를 바란다.
코스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연풍리 절골마을입구~에바다기도원~촛대바위능선~조령산~신선암봉~공기돌바위~새터갈림길~중암~절골마을 순이지만 필자는 중간에 절골로 탈출하고 말았다.
촛대바위 능선이 강조되는 약 9.5km 원점회귀 코스로 전체코스는 넉넉히 6시간은 잡아야할 것.
산행궤적
절골갈림길에서 신선암봉 방향 오르막으로 10여분 오르면 885봉에 닿는다.
그 봉우리에서 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며 우측으로 신선암봉의 수려한 경관을 바라보려고 했지만 그 등로는 오래 묵은 듯 잡목가지가 옷자락을 잡아 당겨
2~30m 내려가다 포기하고 절골갈림길로 되내려오고 말았다. 그 거리가 왕복 6~700m 정도일 것.
고도표
참고용 <부산일보 개념도>
네비엔 '에바다기도원'을 입력하였다.
우리 버스는 연풍IC에서 내려와 새로난 도로를 타고가다 '신풍교차로'를 놓치고 '수옥교차로'에서 내려오게 된다.
조금 두르게 된 셈이지만 이참에 버스안에서나마 도로에 인접한 '원풍리마애불상군(보물97호)'을 살펴보았는데, 에구~ 그만 휘리릭 지나치고 말았다.
좀 천천히 가자고 할 껄.쯥~
그래서 자료용으로 가져왔다.
3번 국도 옆 신선암봉을 바라보고 있는 원풍리마애불상군은 높이 30m 가량의 커다란 암벽에 6m의 크기로 새긴 2구의 고려시대 불상이다.
수직 절벽의 큰 암석을 우묵하게 파고 비슷한 모양의 두 불상을 나란히 배치한 마애불로 우리나라 이불병좌상(二佛竝坐像)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이다.
양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코와 뺨이 패었으나 대체로 제 모습이 남아있는 얼굴, 가늘고 긴 눈, 넓적한 입 등 얼굴에 미소를 담고 있어 자비로운 느낌을 준다.
신라말기 여상조사나 고려 때 나옹대사가 조성한 것이라고 하나 조각특성으로 보아 고려중기인 12세기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자료요약>
예전엔 '신풍휴게소'였지만 지금은 새도로가 나면서 거의 무용지물이 되버린 공간이다. 차가 대있는 곳에서 남쪽 150여m 지점에 좌측으로 절골입구가 보인다.
신풍리 표석에서 돌아본 휴게소 주차공간.
좌측으로 꺾어...
안내판들이 가리키는 데로 상구 도로를 따라 걸어야 산길에 접어 들 수가 있다.
절골입구의 이정표. 사실 이 이정표들은 사용하는 '앱'에 따라 차이가 나고 있었다.
절골입구.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고...
다시 느티나무를 지나면...
안내판.
에바다기도원 앞을 지나도 되지만 필자는 좌측으로 들어가 기도원 앞 도로에서 접속한다.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뀐 뒤 바라보이는 안내판에서 100m더 걸어야만 이정표와 묘지가 있는 산길 입구가 나온다.
안내판을 지나며...
등고선이 선명한 안내판.
안내판이 있는 지점의 이정표.
안내판에서 딱 100여m, 1분 만에 우측 산길입구.
산길입구의 이정표.
한 송이 나리꽃이 피어있는 묘지를 지나 숲속으로 스며든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헥헥거리며 30여분간 오르자 이윽고 터지는 조망. 좌측 신선암봉이다.
멀고 가까운 곳으로 일렁이는 산물결.
오래간만에 참여한 우슴님.
도드라진 바위에 올라 주변조망을 살피는 그녀를 살짝 당겼다.
좌측이 신선암봉이면 중앙으로 뻗어내린 능선이 필자가 하산을 시도했던 능선일 것. 포기는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칼바위.
우측으로 도드라진 바위에 올라...
주위 조망을 살피다...
여성회원들이 잇따라 올라와...
만세 환호성.
이 지점이 지형도상 '조령산 7지점' '소나무 전망'이다.
다시 전망바위.
하강.
하강하기 직전.
하강을 시도.
고정로프에선 한 사람씩 차례대로...
하강.
이제 다시 난이도 높은 암벽을 만나...
오롯이 로프에 체중을 실어야 한다.
어렵사리 먼저 올라와 내려다보니 연리지와 우슴님이 쑥떡쑥떡...아하~ 우회루트를 고민하였나 보다.
그래서 우슴님과 미소님은 우회로를 통하여 둘러 올라온 뒤, 뒤에서 까꿍.
와~ 살아있넹. 옥분 씨.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는 바위 틈새에 예쁜 모습으로 피어있는 양지꽃.
고사목.
<photograph by 연리지> 지금보니 포기한 중간능선이 더 위압감으로 다가온다.
준족인 현자총무는 오늘은 빨리 가지않고 우리와 보조를 맞추었다.
처음 참여하신 미옥 씨 친구분. 처음 와서 너무 힘드셨겠지만 이쯤되면 고통보다 환희가 더 크지 않을까?
너럭바위에서 건너 뭉툭바위를 바라본다. 저 바위가 촛대바위? 저렇게 뭉툭해서야 초를 꽂을 수 있을까?
이 너럭바위에서 바라보는 신선암봉과 필자가 하산시도한 중간능선.
우리는 촛대바위가 바라보이는 너럭바위에서 점심보따리를 풀었다.
식사 후 하강을 해야하지만 필자는 좌측으로 우회하여 건너 보이는 날등(빨간 실선)을 탔지만 끄트머리에서 건너지 못해 돌아서야만 했다.
파란색 실선은 진행로.
끄트머리에서 건너지 못하고 일행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필자. 뒤돌아 가서...
하강 코스를 돌아보는 모습.
하강코스.
아까 돌아간 지점을 바라본다. 나무를 잡고 타잔처럼 내려설 수 있었을까? No다. 이 바위 끄트머리에 위험하여 올라설 수 없었다.
촛대바위를 지나자 암릉은 끝이 난 줄로 알았지만 ...
<Photograph by 연리지>
하강 암릉을 만난다. 그 사이 864봉에서 성호씨 내외에게 식사하도록 하였고, 탈출로를 확실하게 해 놓겠다고 하였다.
성호 씨 내외가 맨 후미에서 따라오는 줄 몰랐으니 ㅉㅉ.
올려다보는 조령산 정상(중앙의 두루뭉실한 봉우리).
밧줄을 잡고 하강을 완료하자 10여m 거리의 안부에 탈출로가 있다. 성호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864봉에서 마지막 밧줄하강 지점 안부에서 좌측으로 탈출로가 있으니 조심스레 탈출을 감행하라 하였다. 그 탈출로는 조금 가파르지만 제법 반질반질한 편.
나중에 확인해보니 계곡 상류에 내려서자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험로였다고... 으례히 계곡으로 나는 길은 아주 반듯하게 나지 않는 법.
안부 탈출로에서는 암릉은 끝이나고 오르막이 시작된다. 가쁜 숨 몰아쉬며 백두대산 주능선에서 일행들의 꽁무니를 물었다.
주능선의 이정표.
이제부터 백두대간 능선은 유순해지고...
쭉쭉빵빵 소나무 참나무들이 공존하며 자라는 능선을 따르자...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문채'님이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 대기중이다.
큼지막한 정상석 앞면에는 한글판, 다른 면엔 한자.
그 옆엔 충청 출신 여성 산악인인 '지현옥' 추모목이 서있다.
'들꽃처럼~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영원한 자연의 품으로 떠난 지현옥을 기리며...'
지현옥(1959년 - 1999년)은 논산 출신의 여성 산악인으로 1988년 매킨리 산 (대한민국 여성 최초), 1991년 무즈타그아타(7546m), 1993년 에베레스트,
1999년 네팔의 안나푸르나 등정 후 하산하다 실종되었다.
예전의 조그만 정상석은 온데간데 없고 키보다 큰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
조령산 정상의 이정표. 신선암봉은 1680m의 거리.
진행방향으로 약 150m 진행하다보면 만나는 전망대에서...
지리공부 좀 하자. 한눈에 펼쳐지는 뭇산들의 신성들을 영접하며 주저리주저리...
북쪽을 살짝 당긴 모습. 신선암봉과 우측 덩치 큰 봉우리는 928봉. 중간에 치마바위가 있는 깃대봉. 신선암봉 뒤로 멀리 신선봉.
북서 방향으로 맨 좌측이 부봉6봉, 맨 우측이 부봉.
주흘산의 마루금이 아스라하다.
데크를 내려서면 안부(상암사터 갈림길 탈출로).
맞은 편 봉우리가 사뭇 위압감으로 다가오자 일행들의 마음이 돌변하기 시작.
상암사터 갈림길(880m) 이정표에...
날개 떨어진 이정표가 땅에 뒹군다. 신풍리로 내려가는 덴 1시간이 걸린단다.
역시 땅에 뒹구는 날개 떨어진 이정표가 신선암봉을 60분으로 잡았다.
상암사 갈림길에서 조금 올라 다시 데크로 내려서면...
신선암봉을 비롯한 절경이 펼쳐지고...
부봉과 주흘산 라인.
그리고 필자가 하산을 시도한 885봉 좌측 능선이 짐작된다.
절터갈림길(해발 810m)에 내려서서...
이정표를 일별한다. 그제서야 지형도에 그어진 능선 갈림길을 확인하고 맞은편 885봉을 오르기로 한다.
885봉을 오르다 우리가 내려온 능선을 뒤돌아보니 가파른 능선으로 데크가 깔려...
살짝 당겨 보았다. 885봉에 올라 암반 너머로 문채님이 기념촬영을 하고...
885봉 서릉을 찾아 숲속을 헤쳤지만 찾는 이가 적은 듯 잡목이 옷가지를 잡아 당긴다.
Gps를 따라 조금 더 진행해 보았지만 방정맞은 생각(밧줄이 낡아 하산 불가 등)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여 후퇴하고 말았다.
다시 되돌아온 절골 갈림길. 왕복 6~700m의 거리를 30분 쯤 걸린 셈.
건계곡을 만나고...
나무 막대기로 쓰러짐을 방지한 지붕바위를 지나자 너덜이 이어지더니...
합수곡을 만나고...
성호 씨 내외분이 내려온 탈출로를 올려다 본다.
많이 가물은 듯 물마른 건계곡을 따라 내려서는데, 무릎 뒷쪽이 불편하기 짝이없다. 하지정맥으로 불편한 다리를 잘못 높혀 잠을 자서 그런가?
'청암사 400m' 갈림길을 만난 지점의 이정표. 선두팀들이 내려온 지점이다.
작은 주차장을 만나...
확인하는 이정표.
다시 5분도 채 되지않아 들머리였던 산길입구에 닿았고...
눈길은 자꾸만 계곡으로 쏠린다. 되도록 주차장 가까이, 또 은폐엄폐가 용이한 은밀한 장소.
개가 죽으라 짖어대는 에바다기도원을 지나...
돌아보는 산자락.
은밀한 계곡 하늘이 내려 앉은 이곳에서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내려선 절골입구.
개망초 흐드러진 파란 하늘 아래 하늘을 받치고 선 신선암봉과 그 우측으로 필자가 하산을 시도한 중간 능선.
우리를 내려준 그 지점에서 우리 버스는 대기중이고...
다시 한 번 올려다 보는 신선암봉과 하산을 시도했던 우측 능선. 정해준 하산시간을 7분정도 어긴 셈이다.
구 '신풍휴게소'에서...
돌아보니 을씨년스런 모습.
-나를 찾아가는 길-
내가 산에 오르는 것은
지금의 내가 싫어서이며
잃어버린 나, 나의 원형을 되찾기 위해서다
일상의 어느 곳,어느 때에도
나의 관계는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거짓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고
속과 다르게 겉을 꾸미고
싫어도 좋아하는 척 해야 하고
불필요한 일도 참아 내야 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속이 타야 하고
어제도 내일도 되풀이 내일이고
- - -중 략- - -
이럴 때면 깊은 계곡, 높은 산정(山頂)에 오른다
산은 말없이 나의 몸과 마음 모두를 비우고
하늘의 영혼으로 새롭게 채워 준다
<이 자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