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책인 〈시의전서〉동치미 담그는 법과 비교해도 알 수 있듯이 동치미와 배추통김치의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젓갈과 재료배합 부분이다. 동치미는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해산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어 담백하고 깨끗한 맛을 우선시 하는데 비해 배추통김치는 젓갈, 해산물, 고기육수 등을 활용해 아미노산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감칠맛을 추구한다. 젓갈, 고기육수 등을 달여 발효가 막 시작된 김치에 부어 국물이 자작하다는 점에서 국물을 추가로 넣지 않는 현대의 통김치와 다른 형태이다. 따라서 남파고택의 반동치미는 20세기 초반 배추통김치의 제법이 계승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남파고택의 반동치미는 십자로 무나 배추를 자르고 그 안에 갖은 채소와 과일을 새우젓국과 고춧가루로 버무린 소를 넣은 다음 3일 뒤 새우젓국물을 붓는다. 전통 전라도식 배추김치는 찹쌀풀을 쑤어 걸쭉하게 양념하여 배추에 바르고 국물을 전혀 붓지 않으므로 전라도식 배추김치가 아닌 서울 경기식 배추통김치와 흡사한 형태이다.
사실 남파고택의 반동치미는 서울 경기식 배추김치의 형태로, 과거에 전라도에서는 배추동침이로 불렸던 김치가 동치미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계승되어 왔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경성식 배추통김치를 전라도지역에서 배추동치미로 불렀고 현재는 전라반지라는 이름으로 몇몇 가문에서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제조법을 상세히 살펴보면 20세기 초반 전라도 지역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다는 배추동치미의 조리법과 유사한 부분이 발견된다.
남파고택의 반동치미십자로 무나 배추를 자르고 그 안에 갖은 채소와 과일을 새우젓국과 고춧가루로 버무린 소를 넣은 다음 3일 뒤 새우젓국물을 붓는다.
동아일보 1935년 11월 12일자 김장김치 제조법 소개 기사에 따르면 경성(서울의 옛 명칭)의 배추김치가 전라도에서 배추동치미로 불리며 전라도 지역에서 많이 먹는 김치라고 소개했다. 기사에 실린 전라도식 배추동치미의 제조방법을 보면 배추, 무, 파, 마늘, 실고추, 밤, 배, 익힌 쇠고기, 굴, 청각을 양념하여 배추 켜 사이에 집어넣고, 짚으로 맨다. 절여둔 무와 배추를 한 켜씩 넣고 고추, 생강, 마늘을 베 헝겊에 싸서 넣고 유자도 사이에 넣는다. 김치가 완성되면 여기에 멸치국, 무 삶은 물, 소금을 섞은 국물을 붓는다.
동아일보 1937년 11월 12일자에도 배추동치미 제조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배추, 무를 주재료로 마늘, 생강, 파, 배, 밤, 준치젓, 청각, 갓, 유자, 실고추가 들어간다. 고추, 생강, 마늘 등의 향신양념을 베 헝겊에 싸서 넣어 양념이 흩어져 외관이 지저분해 보이는 것을 방지한 것이 얌전한 모양새를 중요시 했던 반가식 김치 제조법을 따르고 있다.
전라도 양반가의 김치로 남파고택의 반동치미와 흡사한 형태의 김치를 전라도반지라고 부르는데 유독 남파고택에서만 반동치미라는 명칭으로 20세기 초반의 경성 배추통김치 즉, 전라도 배추동치미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주목할 만하다. 통상 멸치젓을 많이 쓰던 전라도식 김치와 달리 새우젓을 사용하고 김치간국물을 부어 만드는 서울 경기식 김치제조법이 전라도 양반가에 유입된 배경은 종가와 왕실, 근기(近畿)지역 양반가와의 교류 흔적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