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의 신생아실을 들여다보면 투명한 상자 안에서 이런저런 의료기기들과 더불어 누워 있는 아기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얼핏 보면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수면 캡슐 같기도 하고, 동화 속 백설공주가 마법에 걸려 누워 있던 '유리관' 같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상자 속의 아기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특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점. 이 상자가 바로 그 유명한 '인큐베이터'다.
엄마 자궁처럼 늘 따뜻하고 안락하다 인큐베이터는 외부로부터의 유해한 자극을 최대한 막아주고 되도록 엄마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때문에 '인공 자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엄마 자궁과 흡사한 환경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적절한 온도 유지'. 인큐베이터의 발전사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인큐베이터는 일종의 '보온 박스'라고 할 수 있다. 인큐베이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온도 조절인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태아는 엄마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와 일정한 습도의 환경이 유지되는 자궁에서 지내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나 춥고 더운 날씨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다 바깥 세상에 적응할 만큼 자라면 출산이 이루어지는데, 다 자랐다고는 해도 갓 태어난 아기는 아직 체온 조절 능력이 완전하지 않다. 특히 저체중 미숙아(1962년 WTO 기준은 37주 미만 몸무게 2.5㎏ 미만이었지만, 요즘은 의학이 발달하여 보통 34주 미만 1.8㎏ 미만일 경우를 일컬음)는 모든 신체 기능이 더욱 떨어진다. 미숙아는 몸 부피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체표 면적이 크고 피부 각질층이 완벽하지 않아 증발에 의한 열 손실이 많아서 쉽게 저체온 상태에 빠진다. 또한 주변 환경 온도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서 주변 온도가 너무 높으면 발한 작용을 하기 위해 체온이 상승하는데, 폐의 기능이 완성되지 않아서 무호흡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반대로 주변 환경 온도가 너무 낮으면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열량을 사용해야만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질병에 저항하거나 발육에 써야 할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어 심한 경우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미숙아들에게는 반드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발한 및 발열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엄마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이 때문에 미숙아들이 인큐베이터의 '주 고객'이 된다. 통계상의 수치로 보면 한 해에 태어나는 아기 10명 중 1명, 즉 무려 4만 명 정도의 미숙아들이 인큐베이터 신세를 진다고 한다(2002년 신생아 학회 자료). 물론 미숙아만이 인큐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출생 후 질병 치료를 위해서, 또는 모체에 생긴 질병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때에도 종종 인큐베이터를 이용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출생 후 3~7일 사이에 나타나는 신생아 황달. 신생아에게 황달 증세가 나타나면 인큐베이터 안에서 격리 치료를 받게 된다. 이밖에도 산모가 임신중독증에 걸렸거나 조기파수가 일어나 조산한 경우, 자궁경관 무력증 등으로 아기가 산모로부터 감염의 위험이 있을 때에도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다.
똑같이 보여도 종류나 기능이 다르다 인큐베이터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먼저 '복사 온열기'라고 불리는 개방형 인큐베이터는 주로 분만실에서 막 태어난 신생아나 신생아 ICU(집중치료실)에서 의료진의 집중적인 처치를 받아야 하는 '병이 중한' 아기에게 사용된다. 개방된 작은 받침대에 침대를 놓고 머리 위에 있는 발열기 또는 그 연결체에서 나오는 복사열을 이용해 아이를 따뜻하게 유지시켜 주는 구조다. 막 태어난 신생아의 경우는 양수에 젖어 있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또한 의료진이 사방에서 쉽게 접근하여 관찰 치료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복사 온열기를 이용한 개방형 인큐베이터를 사용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아기의 상태가 나아지면 폐쇄형 인큐베이터로 옮기게 된다. 두 번째로, 우리가 흔히 인큐베이터로 알고 있는 공기 순환식 폐쇄형 인큐베이터다. 이 인큐베이터는 아기가 누워 있는 침대의 밑바닥에 코일로 된 열원, 즉 발열기가 장착돼 있다. 발열기가 여과기를 통해 들어온 공기를 데워주면 발열기 뒤에 있는 전동 팬이 돌아가면서 인큐베이터안의 공기를 순환시켜 준다. 이런 공기 순환을 통해 인큐베이터 안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때 내부의 기압은 외부보다 약간 높게 설정되어 있어 바깥 공기가 침입하지 못하게 된다. 인큐베이터 내부의 온도 조절 방식도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에어 모드' 방식이다. 이 방식은 공기 온도를 감지하는 장치가 되어 있어서 인큐베이터 안의 온도가 미리 설정해 둔 온도보다 내려가면 발열기가 작동되고, 반대로 설정 온도보다 내부 온도가 높으면 발열기가 작동을 멈춘다. 발열기는 공기를 데우고 전동 팬은 공기를 순환시켜서 서서히 내부 온도가 올라가게 되는데, 발열기가 작동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인큐베이터 내부의 온도가 내려간다. 두 번째 방식은 아기의 피부에 열전구 온도계나 회로소자 탐침(thermister)을 붙여서 온도 조절을 하는 것이다. 이를 서브 컨트롤에 의한 '스킨 모드' 방식이라고 하는데, 아기의 피부 온도가 미리 설정해 놓은 적정 온도보다 낮으면 발열기가 작동하고, 반대의 경우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두 가지 기능이 다 되는 인큐베이터가 많아 경우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도움말_ 홍영숙(고대부속구로병원 소아과 과장), 전용훈(인하대부속병원 신생아실 실장), 김세한(미숙아 사랑 대표), 김형범(전남대부속병원 의공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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