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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문인협회 김해지부 / 김해문인협회
 
 
 
카페 게시글
회원신문게재글 스크랩 제20회 시야놀자-김달진문학관에서(2009. 11. 21.)
Lee福희 추천 0 조회 73 09.11.26 02:05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오전부터 화창한 날씨가 어쩔 줄 몰라한다.

 

경남 진해시 소사동 43번지, 진해시김달진문학관 지하 세미나실에서.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 영남지회에서

시인과 독자와의 만남 제20회 시야놀자 프로그램을 했다.

초대시인은 신경림시인, 이우걸시조시인을 모시고

정일근시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세미나실은 방청객들을 가득 매우고 모자라

세미나실 출입구를 열어 놓고 있을 정도였다.

김해문인협회에서는 이병관 전회장님을 비롯하여 7명이 참관했다.

 




 

고 월하 김달진시인의 생가를 소개한  안내판 앞에는

세 갈래 골목길이 갈라져 있다.

우리가 들어섰던 골목길은 시간 상 그림자 드리움으로 보아 동쪽인 것같다.

남서쪽 골목엔 고김달진시인께서 생존해 계셨을 때의

전파상이며 사진관 등이 옛 건물 그대로 재연해 둔 모습이 이채로웠다.

어쩌면 정겹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같다.

어릴 때 시장 골목에 있던 상가들이 늘어선 모습이기에 더 눈길이 간다.

나머지 한 골목에 김달진문학관이 들어서

고인의 유품과 생전 소장자료들을 전시해두었다.

손님 맞이에 분주한 문학관 앞의 전경은

거창하게 꾸민 여느 문학관의 식상된 모습이 아닌

시인의 생전 모습인 듯 아기자기하게, 소담하게 꾸며 놓았다.

'김달진문학관'이란 현판 글씨체며,

출입문도 정원이 훤히 보이는 낮은 하얀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하며

문학관이라기 보다 차라리 옆집에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러 들어가는 듯했다.

 

  

행사 시간이 되어 시와 놀기 위해 장이 열렸다.

신경림시인은 몇 년 전에 밀양 연극촌에서 시극할 때 뵙고

올해 또 뵈었지만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모습도 복장도 솔직한 말씀도..... 

 

정일근시인님은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 많이 부어 있었지만

진행엔 전혀 하자 없었고

입담이 차분하고 걸쭉해 참여객들의 귀를, 시선을 죄다 잡아당겼다.

 

 

초대시인의 인사말과 초대시인의 자작시 육성 낭독이 있었다.

신경림시인은 은근슬쩍 마산며느리 자랑을 하셨고

이우걸시조시인도 역시 걸죽한 입담으로 장중을 즐겁게 해주셨다.

 

            두 초대시인의 육성 낭독작품

 

목계장터/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목계장터 : 남한강변 특수한 강장이 서는 나루.

박가분 : 분의 일종, 상표이름.

석삼년 : 석도 3의 뜻. 중복으로 더 오랜 세월을 뜻함.

 

 

비/이우걸

 

나는 그대 이름을 새라고 적지 않는다.

나는 그대 이름을 별이라고 적지 않는다.

깊숙이 닿는 여운을

마침표로 지워버리며

 

새는 날아서 하늘에 닿을 수 있고

무성한 별들은 어둠 속에 빛날 테지만

실로폰 소리를 내는

가을날의 긴 편지         

 

사회자는 시조의 운율이 3음보인 것은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으며

자연과 동일하며 호흡법에 적합하다고 했다.

두 분의 공통점은 우리의 정서로 해방되는 것이며

모국애와 사랑을 노래하는 작품들로 언제나 감동을 준다고 했다.

 

방청객 중 한 분이 신경림시인의 '눈길'을 창작하게 된 배경을 여쭤보았다.

신경림시인의 답변은

'한 때 글을 쓸 수조차 없어서 시골로 갔다.

돈도 없고 힘도 없어서 이리저리 전전하면서

고무신 조차 살 형편도 되지 못했을 때는

'10년 정도 등쳐 먹고 살았다'고 하시면서 자신을 낮추셨다.

절망을 느끼면서 쓴 16행의 '눈길'은 나중에 13행으로 마무리를 하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

라고 하셨다.

 

눈길/신경림

 

아편을 사러 밤길을 걷는다

진눈깨비 치는 백리 산길

낮이면 주막 뒷방에 숨어 잠을 자다

지치면 아낙을 불러 육백을 친다

억울하고 어리석게 죽은

빛바랜 주인의 사진 아래서

음탕한 농지거리로 아낙을 웃기면

바람은 뒷산 나뭇가지에 와 엉겨

굶어 죽은 소년들의 원귀처럼 우는데

이제 남은 것은 힘없는 두 주먹뿐

수제비국 한 사발로 배를 채울 때

아낙은 신세타령을 늘어놓고

우리는 미친놈처럼 자꾸 웃음이 나온다 

 

 

이어 문학관관장님께서 이우걸 선생님께 질문을 던졌다.

이우걸시인님의 시조는 현대시조의 지표를 보여주며

서정성의 근본과 고시조와의 차별성으로 현대시조를 빛낸다.

'소금'등에서도 볼 수 있는 현대시조론에 대한 작자의 생각을 여쭸다.

이우걸시인의 답변은

'시조는 정형시이지만 최근 엇시조의 매력에 감동을 받았다.

이달균시인의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가 그러하며

그의 작품집에서는 자유시조의 아포리즘을 갖고 있다.

시조 역시 현대시 못지않게 복잡한 창조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거 시조에 대한 폄하도 있었으나

지금은 고이호우, 김상옥, 정한용 시조시인의 작품이 최고로 꼽을 수 있으며

전공하는 대학교수들에게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조가 시처럼 많은 독자를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단풍물/이우걸

 

가을에는 다 말라버린 우리네 가슴들도

생활을 눈감고 부는 바람에 흔들리며

누구나 안보일 만치는 단풍물이 드는 갑더라.

 

소리로도 정이 드는 산 개울가에 내려

낮달 쉬엄쉬엄 말없이 흘러 보내는

우리 맘 젖은 물 속엔 단풍물이 드는 갑더라.

 

빗질한 하늘을 이고 새로 맑은 뜰에 서보면

감처럼 감빛이 되고 사과처럼 사과로 익는

우리 맘 능수버들엔 단풍물이 드는 갑더라.

 

 

그리고 각 두 편의 시들을 독자로 하여금 낭독하게 하고

그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과 초대시인들의 응답이 유쾌하게 있었다.

 

신경림시인은

영문도 모르고 영문과 다녔으며

외국인들이 말을 해도 하나도 못 알아 듣고

'yes'와 'no'는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위트로 

장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또한 현정부에서 전의 정부를 좌우파로 판가름해 치부하려 함에 심기가 불편하며

고 노무현전대통령과는 친분이 있었으며

생전에 청와대 방문요청에 

전교조 활동을 했었던 과거로 결례가 될 것같아 응할 수 없었으며

문단에서는 좌파라 하지만 늘 중도를 지키고 계시다 했다.

또한 시는 살아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남들이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며

시는 나의 발언대, 다른 사람의 삶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우걸시인은

'모란' 중 '자줏빛 상처'가 실제냐는 독자의 질문에

누구나 가지는 경험이며 작자에게는 없었다고

극구 부인을 하시면서 장중에 웃음바다를 선사하셨다.

'부록' 중 '김씨'는

정년 퇴임으로 실업자가 될 작가의 입장과 비슷한 처지를 표현했으며

조연같은 주연, 주연같은 조연의 삶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일례로 현대 가정의 아버지가 '부록'같은 삶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며

역시 시조가 시에 비해 부록과 비슷한 처지며

그늘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또한 '월하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신 동기와 피하고 싶었던 과정을 말씀하셨고

시조는 짧아야 하며, 정제되어야 하며

상호보완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끝인사로 정일근시인은

희말라야 산맥을 휘도는 갠지즈강에서의 장례를

의미심장하게 마무리 했다.

주검을 화장할 땐 심장이 가장 잘 타지 않으며

시인의 심장은 1천년, 2천년 동안 타지 않는

붉은 피가 흐르는 심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행사가 끝나고

두 분의 초대시인, 사회자, 김해문협 회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진해시 용원에 있는 '해돋이'식당에서

저녁만찬과 걸죽한 만남을 가졌다.

평소 가까이에서 대화를 하고 싶었던 이달균시인과도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시심이 모자라

늘 시같지도  않은 시나부랭이를 긁적이면서도

유명 시인을 향한, 심금을 울리는 시를 쓰는 시인을 향한 오매불망은 

버릴 수 없는 나의 고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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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1.26 12:27

    첫댓글 김해 문협 선생님들께서는 어느 장소에서던 원하십니다. ㅎ참으로 유익한 시간을 가졌군요. 행사가 있어 함께하지 못한 자리...다음을 기약합니다.ㅎ 수고하셨습니다.

  • 09.11.30 22:01

    브라보 ~~~~~~~~~~~아주 좋아요.......노을진 사진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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