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씨라고 맑고 푸른 청명한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거기다 오늘처럼 구름이 끼고 조금은 쌀쌀하게 느껴지면.. 옷을 어떻게 입고 나서야 할지.. 눈곱만 한 고민이 생긴다.
오늘은 어디 구경을 시켜줄 것이지?^^
지인 가운데 목적지를 가르쳐 주지 않으며 자기에게 오늘 일정은 모두 맡겨라 하는 스타일 남이 있다.
우리는 실망한 적이 없기에 목적지에 이를 때 까지 가만히 따르지만.. 궁금함은 입을 간지럽힌다.
해서 옆구리를 간지려 겨우 알아 낸 정보는 '정종 공장 견학 sake brewery Tour' 이란다.
뉴욕에서 정종 공장 견학이라고라? 역시 궁금함이 있지만 눈치가 보여 참고 더 이상 묻지 못한다.
술 얘기가 나오니 노래 하나 들으면서.^^.
https://youtu.be/Imoay0Yohu4?si=VVlVWtUIy7GqrSEb
토요일이라 조. W. 다리는 많이 막히지 않았는데.. 업 스테이트 방향으로 올라가는 9W 길의 교통량은 적지 않다.
오는 웡요일이 휴일이기도 하지만 오늘 날씨가 산책하기 좋기 때문이리라. 암튼
"뉴욕뉴저지에 차가 너무 많아"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느린 듯 빨리 움직이는 차 안에서 답답함을 벗어나려 입을 벙긋하려는데.. '오늘만큼은 불교얘기는 하지 맙시다' 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내가 이렇게 무식했나? 할 만큼.^^.
차는 9W 북쪽으로 달린다..
이 길은 곰산을, 육사를, 스톰 킹 아트 센트를.. 더 올라가면 우리가 애플 피킹하던 농장이 나오는 길인데?.
거기도 지나가고.. 허드슨 강을 오른쪽에 끼고 꾸부정.. 은근한 교통 체증으로.. 북쪽으로 달린다.
그렇게 가다 보면 목적지가 나온다라?.
그러다 44, 55번 도로를 따라 허드슨 강을 넘어간다.
처음 가보는 다리처럼 낯설었는데.. 나중에야 나는 반대쪽에서 미네와스카 마운틴을 가려고 건넜던 다리임을 알았다.^^.
암튼 그리고 다시 9번 도로를 따라 하이드 공원 쪽으로 달리니.. 마리스트 대학교가 보인다.
천주교 재단이라는 저 대학교가 어떤 학교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이는 모습은 아주 정결하고 조용한 게 마음에 든다. 그래서일까?.
타운 자체가 조용하고 차분한 게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조금 더 달리니.. 9번 도로 오른쪽으로 짜안~ 하며 나타난 건물은?.
Dassai Blue Sake Brewery.
일본 닷사이 블루 사케 양조장이다. 아사이 맥주 회사와 다른 곳인가?
'일본(정부)은 싫어하지만, 일본인은 미워하지 말자' 는 게 평소 내 소견인데..
미국기와 일본기가 건물 입구에 높게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을 보니.. 착잡한 느낌이 든다.
성조기와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면 얼마나 흐뭇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목덜미를 당기며..
그 비슷한 내용의 말을 서로 하면서 건물 안에 들어서니.. 일본식 아니랄까 봐 내부는 깔끔하고 정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또 하나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방문자들은 주로 젊은 동양인이었는데.. 거의가 한인이라는 것.
어째서 일본 술 양조장에 한국 젊은이들이 많은 거야!.
예약된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양조장 투어를 담당한 서양 여성을 따라 투어에 나섰다.
즐겁지만은 않은 마음으로 투어 하는 도중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민족은 빼어난 걸 좋아한다. 단순히 좋아할 뿐 아니라 그 가운데 누군가는 그걸 보고 카피를 떠나 더 뛰어난 걸 만들어 낸다.
저 젊은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이곳보다 더 멋진 한국적인 것을 미국 땅에 세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곳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투어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건 비디오에서 일본식 누룩이라는 코지라는 게 있어.. 엄청 큰 원통형 속에 넣은 23% 도정한 쌀 반죽 위로 춤추듯 뿌리는 거였다.
투어를 마치후 테이블에 돌아오니.. 시음해 보라고 닷사이 블루 23, 35, 55 세 가지 정종을 와인 잔에 조심히 따라 준다.
술 병에 흘려 쓴 한자 두 글자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獺祭(Dassai, 달제)라는 글자로.. 물에 사는 '수달(獺, 달)의 제사(祭, 제)' 란 말이라고..
수달의 제사는 또 뭐야?.
수달은 물고기 사냥할 때 잡은 물고기를 물가에 놓고 다음 사냥을 떠나니.. 때로는 대여섯 마리 물고기가 물가에 놓여있는 모양이다.
그것이 수달이 물고기로 제사를 지내는 것 같다 하여 달제(獺祭, 닷사이)란 언어가 생겼다고..
Blue는 일본에 있는 닷사이 본사의 정종 맛을 뛰어넘는 술을 뉴욕 여기에서 만들자는 의지의 표명으로..
청출어람이 청어람에서 청(靑, blue)을 가져왔다고 하니..
앞에서 우리 젊은이에게 기대한 내 뜻과 통한다.^^
다시 한번 되새긴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어람(靑於藍).. 청색은 쪽빛[남색]에서 생겨났지만, 청은 쪽빛을 능가한다.
이곳에 우리 젊은이들이 한자는 모르더라도.. 존경하는 선배를 넘어선다는 Blue(청)의 뜻만큼은 분명히 알았으면.()..
마음이 바뀌자.. 일본 짧은 시(하이꾸)가 떠오른다.
우리 선배님들은 시조라 하여 3행시를 즐겼는데..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물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 황진이
일본인들은 3행 지을 실력이 모자라서인지 2행시를 즐겼다고.^^.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 바쇼
봄날의 바다
온종일 쉬지 않고 너울거리네 / 부손
그런데 언뜻 3행시 보다 2행시가 좋아 보인다.. 그만큼 내가 단순으로 무식해졌다는 건 아닌지.^^.
1/3에도 미치지 않는 3잔의 닷사이 정종을 마셨는데.. 알딸딸이 멈추지 않는다.
술에서 깰 겸 건물 밖으로 나와 풀밭에 앉아.. 한국판 게임을 시작했다.^^
10분 정도 지났음에도.. 술기운이 남아있으니..
루스벨트 대통령 집이 근처에 있으니 걸어서 구경 가잖다.
Home of Franklin D. Roosevelt National Historic Site..
루즈벨트 대통령이 살던 집 안은 오후 2;30 분 이전에 와 티켓을 구입해야만 한다고..
하여 바깥만 걸으며 구경했는데..
집 주변 정리가 잘되어 있고, 걷는 곳마다 풍광이 우리만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뉴욕에 살면서 하루 여유 시간이 있으면 한가히 이곳에 와 즐기기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에 수십 년을 살고 있지만 이런 멋진 곳이 있음을 몰랐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해 준 지인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모든 물질은,,,조건과 관계속에
성립이 된다?
술이 대표적일듯 싶네요
흙, 물 , 햇빛, 공기,
그리고...시간
일본에 가면 백년가게를 들리더군요
나가 불교를 쪼께 아는데유..
조건과 관계 속에 성립이 되는 것의 대표는 술이라기 보담은
인간.. 사람이야유.
"이것이 있으매로 저것이 있다."
휘야가 있으매로 허~쉬가 있네^^
허~쉬가 없으면 휘야도 없구먼.
허나 난..
술이 땡기네 ㅋ~
다음엔
'고구마 소주'도 도전해 보시게
우리 한국 '소주' 와는 좀 다른?
탄산수 섞은 <하이볼>을 추천해 보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