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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얀미소가 머무는 곳 원문보기 글쓴이: 솔잎 강경애
지난번에 올케언니와 동생들 나 이렇게 넷이 동네 치킨집에서 뭉쳤다. 주로 방콕형인 나를 동생들이 술마시자고 끌어내기는 식은 죽먹기. 역시 그 날의 관심사도 한창 커가는 아이들이 화두였다. 형제들이 모두 가까이 사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장난감이 싫증나면 돌려 쓰고, 만화책도 교대로 사서 돌려 보고, 옷도 돌려입고 공원에서 간식 한가지씩만 풀어 놔도 열한명의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곤 했다. 자전거, 로라, 공하나만 던져 주어도 온종일 잘 놀았다. 어른들은 그늘에 앉아 수다도 떨고 그때는 재미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생들도 일을 하고 아이들도 대학생이 되어 나름대로 바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형제간의 미묘한 갈등, 동갑내기 사촌들간의 경쟁심리...... 어쩌다 오붓하게 밥한번 먹으려 해도 공을 들여야 모일 수 있다. 그 날 술집에서 유난히 기분이 좋은 막내 동생이 하는 말 "얼마 전에 우리 시숙님이 애들 옷사입히라고 돈을 주셨어" 가끔 다섯식구 왕복 비행기표도 끊어주는데 옷까지? 평소에도 차림새에는 별로 신경을 안쓰는 동생이 일이 바빠서 아이들 차림새도 대충 챙기고 시댁에 갔던 것 같다. 그래도 가까이 살아 오며가며 조카들에게 용돈도 잘 찔러 주는 착한 동생이다. 우리는 사업을 하는 동생의 시숙 평소 씀씀이를 아는지라 "얼마나?" 했더니 둘째 손가락을 세우며 "한장!" 하는 것이었다. "10만원?" "아니!" "그럼, 백만원?" 우리는 막내동생한테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아니! 천만원!" "꺄오! 천만원?" 우리 셋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래서 그 돈을 백화점서 다 옷사입혔니?" "아니야, 공장에 급한 데 먼저 썼어. 나중에 괜잖은 옷 사 입혀야지." 막내 동생이 신랑 사무실에 뛰어 든지도 15년이 넘었다. 그 와중에도 출산을 해서 아이 셋이 다 작아 인큐베이터에서 숙성시키고. 지금도 자신보다도 우선 순위는 일, 가족간의 화목을 말한다. 혼자 몇사람 몫의 일을 하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일반 상식선에서 일처리를 하는 막내동생을 좋아한다. 큰동생과 내가 말했다. "야, 오늘 술값 네가 내." "알았어! 그런데 언니. 오늘 내가 지갑을 깜빡 놓고 왔네에!" "머어야? 이리와! 너 꼴밤 한대 맞아!" 결국 그 날 술값은 언제나 인심좋은 큰동생이 기분좋게 지불했다. 술집에서 나오니까 추웠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밤늦게 포장마차에 서서 뜨거운 오뎅국물을 먹는구나!" 집에 오는데 호주머니에 웬 만원짜리 지폐 한장이 손에 잡힌다. "아!! 아들이 올 때 빵을 사오라고 했지." 다시 발길을 돌려 잘 구운 갈색 빵 분위기가 물씬 나는 동네 빵집에 들어갔다. 남편이 좋아하는 크림빵, 큰아들이 좋아하는 큰빵, 작은 아들이 좋아하는 소세지빵, 내가 좋아하는 단팥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