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섬에 가다
김 성 문
동료들과 모처럼 관광하는 날이다. 어제 비가 약간 온 관계로 송홧가루가 씻겨서 청정 공기다. 오전 7시, 출발 장소에 시간 맞게 도착했다. 반가운 얼굴들은 그동안 건강을 잘 지키면서 생활한 탓인지 활력이 넘친다. 오늘 나들이로 동료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싶다.
가는 곳은 신안군 안좌면에 있는 퍼플섬이다. 대형 버스는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팀 리더의 인사말에 이어 총무가 준비해 온 간식거리를 나누어 준다. 간식 봉지를 받는 순간 또 하나의 행복 한 움큼 받는 기분이다.
대구대 캠퍼스에서 퍼플섬까지는 약 800리나 된다. 가는 시간에 버스 안에서 동료 중 한 사람이 난센스 퀴즈를 준비해 와서 지루하지 않게 두 시간이 바람결과 같이 스쳐 간다.
퍼플섬은 보라색 복장이 있으면 무료입장이다. 퀴즈 준비자는 그 정보를 알고 보라색 스카프를 여러 장 준비했다. 퀴즈를 진행하면서 진행자의 재치 있는 횡포가 배꼽을 잡게 한다. 정답을 맞히면 상품으로 준비해 온 스카프를 한 장씩 받게 된다. 못 맞히면 사회자 몫으로 3개 정도 쌓이니 못 맞히는 동료 옆으로 와서 낮은 목소리로 정답을 살짝 귀띔해 준다. 정답을 알아차린 나는 큰소리로 말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동료가 큰소리로 사회자의 비리라 말한다. 사회자는 자기의 권한이라는 말에 또 배꼽을 잡게 한다. 퀴즈가 끝나 갈 무렵에 신안의 천사대교를 지나게 된다.
천사대교는 미관이 아름다운 사장교와 케이블에 매달려 있는 현수교를 국내 최초로 동시에 배치한 교량으로 총연장은 10.8km이고 너비는 11.5m이다. 우리나라에서 건설된 교량 중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4번째로 긴 해상다리로 우리의 다리 건설 기술은 세계적이다.
천사라는 용어에 인간과 신의 사자(使者) 역할을 하는 다리로 생각했다. 천사대교는 생각과 다르게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의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풍광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다리의 이름도 매우 흥미를 끌어낸다.
퍼플섬 주차장에 도착했다.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퍼플교가 건설된 유래가 특이하다. 박지도에 사는 토박이 김매금 할머니의 소망은 생전에 박지도에서 목포까지는 바다로 가로막혀 두 발로 걸어갈 수 없었다. 걸어가는 것이 할머니의 소망이라 하여 2007년 신안군의 ‘신 활력 사업’으로 섬을 잇는 다리가 조성됐다. 2020년 다리를 수리하면서 보라색으로 칠한 사업이 저절로 관광객을 유치하게 됐다. 한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이 많은 사람이 추억을 쌓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이색적이다.
연륙교 역할을 하는 퍼플교는 두 개가 있다. 두리마을과 박지도 사이, 박지도와 반월도 사이를 이어주는 나무다리다. 두리마을 주변의 마을 지붕을 모두 퍼플 칼라로 색칠해서 마을 전체를 퍼플화하고 있다. 온통 보라색으로 치장했다. 유엔이 2021년 12월 2일 제1회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지정할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침 바닷물이 가득 찬 시간이라서 퍼플교 위를 걷는데 짜릿함을 선사해 준다.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은 약간 강하게 불고 있어, 쓰고 있는 모자를 손으로 잡고 건널 정도이다.
박지도에서 퍼플색의 옷으로 입힌 5인승 순환카로 해안 탐방로를 일주했다. 운전은 탑승자가 직접하고 일주하는 시간은 자유다. 퍼플색 티셔츠를 똑같이 갖춰 입은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청춘남녀가 보라색 순환카를 운전해 간다. 사랑의 온도 탑이 더 상승하는 것 같다. 박지도에서 보이는 크고 작은 섬들은 천혜의 자연경관이다. 신이 빚어낸 작품 앞에서 저절로 숙연해진다.
박지도와 반월도는 사계절 풍성한 퍼플색 화초들로 꾸민 것이 퍼플섬으로 됐다. 섬의 일주 도로 가장자리 전체를 퍼플색으로 꾸민 기발한 아이디어와 매혹적인 풍광에 두 번 놀란다. 퍼플색의 꽃인 아스타, 라벤더, 루드베키아 등이 한층 고귀해 보인다. 아스타는 지혜 또는 사랑을 상징하는 9월의 꽃으로 연인에게 선물하고 싶다. 라벤더 향은 비누, 로션 등의 내 생필품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매력 있는 향이다.
세상과의 소통이란 고독과 긴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퍼플교가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본의 아니게 갇혀 살던 섬사람들에게는 세상과 세상을 이어주는 무지개이다.
산다는 것은 곧 만남이고 새로운 만남은 삶에서 새로운 전기(轉機)를 가져다주고 관계도 만들어 준다. 하루를 야외에서 같이 보내면서 각자의 생활사 이야기 등으로 엄청나게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었다. 퍼플섬 서쪽 하늘에 노을이 찾아든다.
퍼플교, 박지도에서 두리마을 쪽으로 본 모습, 2022.4.30.(토)
첫댓글 세상에나. 차안에서 주무시기만 했어요. 그 먼 곳에 다녀와 밤새 뚝딱 글 한편을 써서 올리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퍼플이란 테마를 갖고 멋진 관광지로 만든 아이디어에 저는 놀랐습니다.
조 선생님! 피곤하실 텐데 읽어 주시고, 과찬의 멘트에 감사드립니다.
5월의 첫날입니다. 한 달도 건강하고 행복한 아름다운 5월을 보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