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노래방 갈 일이 없지만, 옛날엔 자주 갔다. 진주가 남인수 고향이라서 그런지 노래 잘하던 친구 많았다.
'다시 한번 그 얼굴이 보고 싶어라 몸부림치며 울며 떠난 사람아, 저 달이 밝혀주는 이 창가에서 이 밤도 너를 찾는 이 밤도 너를 찾는 노래 부른다'. <추억의 소야곡>은 김대화 십팔번이었다.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 숨 쉬는 거리다. 미풍은 속삭인다 불타는 눈동자' 김대화의 <감격시대>는 남인수 목소리 같았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해운대 엘레지> 들으면 강종대 생각난다. '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들으면 동백꽃처럼 곱던 종대 부인 옥이 씨 생각난다. 셋이서 송정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밤 새운 그날 파도 소리 들린다.
'그날 밤 극장 앞에 그 역전 카바레에서, 보았다는 그 소문이 들리는 순이. 석유불 등잔 밑에 밤을 새우면서 실패 감던 순이가 다홍치마 순이가' 우리 고교 시절 진주극장 지나가면 들리던 <에레나가 된 순이>는 하승근과 이주호 친구가 멋지게 불렀다. 두 사람이 <에레나가 된 순이>를 부르면 나는 60년 전 진주극장 앞을 헤맨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동역에서>는 KBS 출신 진동인이 잘 불렀다. 요즘은 그가 올드 송을 피해 섭섭하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울고 넘는 박달재>는 이종규 십팔번인데. 별 두 개 사단장 솜씨가 살아있다.
종규처럼 내공이 깊은 노래가 신도리코 중역 하준규 노래다. '우리 처음 만난곳도 목화밭이라네. 우리 처음 사랑한 곳도 목화밭이라네. 밤하늘에 별을 보며 사랑을 약속하던 곳. 그 옛날 목화밭 목화밭.' <목화밭>은 신도리코 사원 앞에서 자주 불러 그런지 음성 박자가 정확하다.
김원용의 <천년 바위>는 철학적이다. '동녘저편에 먼동이 트면 철새처럼 떠나리라. 세상 어딘가 마음줄 곳을 집시되어 찾으리라.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부질없는 욕심으로 살아야만 하나?' 청학동 출신으로 한양대 재학 중 왕십리 카바레 개근했던 솜씨 역력하다. 그는 신라 마지막 경순왕 후손이다.
<도요새의 비밀>은 정우섭 십팔번 이다.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날으는지. 저 푸른 소나무보다 높이, 저 뜨거운 태양보다 높이, 저 무궁한 창공보다 더 높이,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 저 말없는 솔개보다 높이. 저 볕사이 참새보다 높이.' 까꼬실 출신 우섭이 사촌 형이 작곡가 정민섭이다. 사범에선 그를 진주가 낳은 슈벨트로 불렀다.
<고장난 벽시계>는 권재상 친구 십팔번.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속인 사랑보다 늬가 더욱 야속 하더라. 한두번 사랑 땜에 울고 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노래 중간에 재상이가 손바닥으로 무릎을 탁 치며 포인트 넣으면 좌중에서 웃지않을 사람 없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엔 이슬 맺은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날도. 지금은 어디로 갔나 아! 찬비만 내린다.' 기억 희미하지만 거사의 <선창>은 항상 100 점 나와 만원 짜리 한 장 필요한 곡이다.
노래방 초청은 동인이와 승근이가 주로 했고, 동부인 해서 여행 가면 친구 부인 한 곡조도 나왔다.
'나래 치는 가슴이 서러워 아파와, 한숨 지며 그려보는 그 사람을 기억하나요 지금 잠시라도. 달의 미소를 보면서 내 너의 두 손을 잡고, 두나 별들의 눈물을 보았지 고요한 세상을 우 우우 우우우'. 청량산 다녀오는 길 남한강변에서 수줍게 마이크 잡고 <그날을> 부른 이채우 친구 부인.
중국 장가계 여행 보봉호 호수에서,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소양강 처녀>를 멋지게 부른 창국이 친구 부인.
'구중궁궐 긴 마루에 하염없이 눈물짓는 장희빈아, 님도 잃은 그 날 밤이, 차마 그려 치마폭에 목매는가' 영화 <장희빈> 주제곡 부른 진주 여고 명가수 손부일 친구 부인.
사람은 가도 노래는 남는가. 이제 80 고개 넘어서서 지난날을 돌아본다.
첫댓글 그리운 노래들 잘 보았습니다.그렇게도 총고가 좋다는 것은 참으로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