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활동력의 약화는 대표적인 노화 현상 가운데 하나다.
근력이 약해지면서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이동 중 또는 정지 상태에서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힘들어진다.
근육량은 30살 이후 10년마다 최대 8%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살 이후엔 근육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진다.
신체 활동력을 보여주는 보행과 근력, 균형 중 노화 현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건 뭘까?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이 한 발로 서서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느냐가 근력이나 걸음걸이보다 노화를 측정하는 데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50살 이상의 건강한 남녀 40명을 모집해, 이들의 걷기, 균형, 악력, 무릎 근력을 측정했다.
참가자의 절반은 65살 미만, 절반은 65살 이상이었다.
이 가운데 몸의 균형 능력은 눈을 뜬 채 두 발로 서기, 눈을 감은 채 두 발로 서기, 눈을 뜬 채 우세한 다리로 서기, 눈을 뜬 채 우세하지 않은 다리로 서기 4가지 방법으로 측정했다.
한 발로 서기에서 다른 발은 위치를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측정 시간은 30초로 했다.
왜 몸의 균형이 노화 지표로 적합할까
측정 결과, 비우세한 다리를 이용해 한 발로 서 있는 시간이 가장 빨리 단축됐다.
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우세하지 않은 다리는 10년에 2.2초씩 줄어든 반면, 우세한 다리는 10년에 1.7초씩 줄었다.
연구를 이끈 메이요클리닉 동작분석연구소장 켄톤 카우프먼 박사에 따르면 몸의 균형은 시각과 내이(속귀)의 평형 시스템(전정기관), 몸 전체의 근육 및 감각신경계가 잘 어우러져야 유지되기 때문에 노화의 정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다.
이전에 2~92살을 실시한 한 연구에선 한 발로 서는 시간이 가장 긴 나이는 눈을 뜬 경우 31살, 눈을 감은 경우 28살이었으며, 이후 서서히 감소하다 60살 이후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연구진은 악력, 무릎 근력도 나이가 들면서 수치가 낮아졌지만 감퇴 속도는 한쪽 다리로 서 있는 경우가 가장 빨랐다고 밝혔다.
악력은 10년에 3.7%, 무릎 힘은 10년에 1.4% 감소했다.
보행 속도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노화의 측정 지표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악력은 무릎 근력보다 근골격계 노화의 정도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60대는 30초 이상 버틸 수 있어야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은 부상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특히 뼈가 약해진 노인의 경우엔 낙상에 따른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2022년 브리티시스포츠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51~75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발로 10초 이상 설 수 없는 사람은 10년 내 사망 위험이 거의 두배(84%) 더 높았다.
카우프먼 박사는 60대는 30초 이상, 70대는 20초 이상, 80대는 10초 이상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발로 오래 설 수 없는 사람의 경우 심장 문제나 뇌졸중, 치매 또는 파킨슨병과 같은 뇌 또는 신경계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발로 5초 이상 설 수 없다면 의사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 한 발로 서는 운동을 하면 몸의 균형 감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