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로 분류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아닌, ‘바이든 행정부’ 때의 일입니다. 개인 단위는 물론 기업과 국가 수준의 교류까지 제한되는 조치입니다. 미 에너지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해 온 문건을 참고했을 때,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시리아, 파키스탄 등이 민감국가로 지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한국이 포함된 범주는 민감국가 목록(SCL) 중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라고 설명했지만, 사실 명확히 구분 짓는 범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 에너지부는 민감 정도에 대한 명확한 범주를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수십 개에 이르는 복잡한 법과 규정들을 달리 적용하게 됩니다.
이는 우리 과학, 기술 연구자들이 ‘규정의 홍수’ 속 미국 현장에서 입게 될 실질적이고도 심리적인 위축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추가한 전례도 없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조치가 시행되면, 앞으로 한국의 연구자들이 미 에너지부 관련 시설이나 연구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미 에너지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해집니다. 원자력, 방산,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최신 과학기술 R&D에 당장 큰 제한이 걸리게 생겼습니다. 예정대로 4월 15일부터 조치가 시행된다면, 한미 양국 간 첨단기술 협력에 제약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을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무책임한 핵무장론 제창'이라는 점입니다.
미 에너지부가 근거로 두고 있는 여러 행정명령 중, 매우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것이 '원자력 기술 이전 규정'과 '상무부 수출규정', '무기거래 규정' 등입니다. 즉 핵 비확산 원칙을 위반하는 국가들이 가장 대표적인 제재 대상입니다. 결국 무책임한 핵무장론 제창이 국가적 손실과 비효율을 야기하게 된 셈입니다. 미 에너지부는 목록에 있는 국가와도 정기적 협력을 하고 있다 밝혔지만, 실제로는 협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이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한미 양국 연구진 간의 밀착 협력을 심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2달 넘게 민감국가 지정 파악도 못 한, 한심한 정부 당국
외교부는 그간 ‘굳건한 한미동맹’만을 제창하며 "변함없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화자찬해왔습니다.
그 자신감이 얼마나 컸던지,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지난 2월 26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자체 핵무장에 대해 “시기상조지만 오프 더 테이블은 아니다. 예단할 수 없다”라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했습니다.
심지어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지난 11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주미대사관과 주한미국대사관 통해 확인된 바로는 최종 확정이 아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한 국가의 외교부장관이, 이 정도로 무책임하고 무능해도 되는 것입니까?
외교부 등 정부 당국은 이제라도 민감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들어내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시행 예정일은 4월 15일, 앞으로 딱 1달 남았습니다.
정치권에도 경고합니다. 더 이상 자체 핵무장, 핵잠재력 등의 허황된 표상을 쫓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무책임한 핵무장론자들의 안보팔이에 정작 우리 안보가 해를 입습니다. 언제까지 이 당연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야겠습니까?
2025년 3월 15일
조국혁신당 외교안보특별위원장 김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