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 주님께 아뢴 제자들의 이 청원은 주님을 믿는 이들이 일생을 통해 바쳐야 하는 기도의 주제이기도합니다. ‘믿음’이란 어느 한순간에 어떤 모양으로 단 한 번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예수님이 하느님 나라에 관한 비유로 말씀하신 ‘겨자씨’와 같이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그 작은 겨자씨에서 싹이 트고 자라나 큰 나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십시오. 모든 씨앗이 마찬가지지만 그 단단한 씨앗의 껍질을 뚫고 떡잎을 내는 일부터 시작해서, 가녀린 줄기가 자라나 그 잎이 비로소 하늘을 향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큰 나무가 되기까지는 수년, 수십 년이 걸립니다. 게다가 작열하는 한낮의 태양과 한밤의 어둠과 추위, 시시때때로 몰아치는 비바람과 짐승들의 짓밟힘을 견디어 내야 합니다. 겨자씨가 만약 사람과 같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오늘 하바꾹 예언서의 말씀대로 부르짖고 청하는 때가 수천 번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제가 언제까지 살려달라고 부르짖어야 합니까? 어찌하여 제가 불의를 보게 하십니까? 어찌하여 제가 재난을 바라보아야 합니까? 제 앞에는 억압과 폭력뿐, 이느니 시비요 생기느니 싸움뿐입니다.(1,2.3)”
그런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날 우리들의 신앙을 생각해 보면 그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으며, 그 인내와 기다림이 얼마나 컸습니까? 실망, 후회, 상처, 메마름, 흔들림, 그리고 포기와 비움을 수천수만 번을 반복하며 견디어왔습니다. 그렇게 견디어 내면서 우리는 간절히 그 어둠과 시련 중에 청했습니다. ‘믿음을 더해 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그리고 의탁했습니다. ‘주님, 당신만 믿습니다. 당신만 바라보겠습니다. 당신께 모든 것 맡기고 의탁합니다!’ 우리 자신이 나약한 모습으로 견디어내고 의탁하는 동안,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통해 우리의 믿음을 성장시켜 주셨습니다.
주님의 선하신 뜻대로 결국에는 우리가 당장 청하고 바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보게 해주시고 더 깊은 것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삶의 고단함을 가져다주는 온갖 불의와 재난과 억압 앞에서 우리가 주님께 성실하게 바라고 청하고 의탁하며 견디는 가운데, 하느님은 우리의 믿음을 성장시켜 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손길에 이끌려 바오로 사도의 권고대로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2티모1,8)”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제보다 더 큰 믿음을 성장시키기 위하여 그동안 겪으며 견디어왔던 믿음의 시련들과 그 시련 중에 함께 하시며 믿음을 성숙시켜주신 주님의 놀라운 사랑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 모든 것을 ‘지워지지 않는 우리 마음의 돌판’에 깊이 새겨놓아야 하겠습니다.(하바 2,2)
그렇게 함으로써 세례 때에 하느님께 받은 구원의 신앙이 또다시 흔들리거나 꺼질 위험이 닥치게 되면 그 믿음의 시련들 중에 얻은 사랑으로 오늘의 이 위험을 이겨내게 될 것이며, 그로써 또 한 번 우리의 신앙은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믿음의 보호자이시며 협조자이신 성령’께서 계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믿음의 등불을 밝혀주시고 지켜주시며 타오르게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며 지혜이고 힘이십니다. 우리는 그 성령의 도움에 힘입어 신앙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을 것이며(로마 8,37), 그런 가운데 우리의 믿음은 더 굳건해지고 한층 더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그대가 맡은 그 훌륭한 것, 믿음을 지키십시오.(2티모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