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고독/고재종
오늘도 슬픈 지상에선 무차별한 폭격과
한 청년의 외로운 참수가 있었다, 나는
좀이 슬어 엽맥만 남은 잎새 같아서
저렇게는 반짝이며 뒤설레는 바다를 본다.
휴대폰 벨소리며 손목시계의 맥박들을
쪼아버리는 갈매기 울음 부리는 때마침 다행.
죄다 빼앗기거나 잃어버린 것들,
죄다 씻거나 치유할 수 없는 것들의 생이
저 거대한 고독 속으로 몰려들어선
쩍쩍 아가리를 벌리며 아우성치는 노도라 할까.
저만큼 수평선의 까치놀만은 요요하게
삶을 미학으로 번역하기 바쁜 것이어서
나는 하마터면 탄성을 발할 뻔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 아득하면 될 뿐인 생이 있으리라.
이 소금기로도 못 씻는 생어물 썩는 내며
한껏 핀 해당화가 감춘 독가시들조차
다만 출렁거리면 되리라, 믿은 적도 있지만
나는 다시 어쩌려고 바다를 본다, 누군들
저 검은 심연이자 매끈한 매혹을 모르랴만,
익명의, 익명의 떼거리로 몰려 죽거나
수많은 응시 속에 홀로 참수될 생들의
거대한 고독, 그 속에 내가 잠겨서
영정(零丁)의 폐선 한 척으로 깜빡이는 시방은
저렇게는 파랑주의보 하나 없는 금결 은결.
우리 모두 태어나기 전에는 죽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