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모모, 조회: 92, 줄수: 708, 분류: 잡담
펀글/ 공대출신 시민의 글 -- 길지만 달필임
어느 공학도가 바라보는 의약분업의 진실
뭐 의사를 지지하는 사람은 실명을 밝히라니까는
분도 있더군요. 그래서 밝힙니다. 제가 익명을
쓸려고 하는게 아니고... 전 갈매기란 필명으로
통신에서 살아온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요...
지금도 모든 id를 seagull, 아니면 iseagull이던
하여튼 갈매기란 단어를 들어가게 할려고
노력하니까요.
제 이름은 최용환입니다. 제가 주장하려는 바를
저의 인생의 선택의 순간을 통해서 설명하려니까
별 관심 없으신 분들은 굳이 읽지 마시길...
제 고향은 부산입니다. 갈매기란 아이디를 굳이
쓰려고 노력하는 이유죠. 객지 생활
십수년되었지만... 그래도 부산사람이라고 믿는
사람이죠. 나름데로 한쪽에 편중되지 않는 의식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양비론 따위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회색을 갖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1. 어릴 때...
1968년에 태어났습니다. 저의 모친은 이미
젊으셨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마흔을 넘기지 못할 거라던 주위 친지들의 예상을
뒤엎고 아직 이 땅에 계시기 때문에 무척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요.
아픈 부모님이 있는 아이들 누구나 그렇듯...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요. 부모님은
검사가 되길 원했지만요... 의사도 좋다더군요.
다행히 꽤나 공부는 잘했습니다.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의사...!!! 참 존경스러운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릴 적이라 워낙에 꿈이 많이
변하는지라... 그 때의 꿈은 한 다섯개는 되었을
겁니다. 그런대로 심각하게 생각한 것만...
2. 고등학교 시절...
가난했습니다. 방황도 했었고 성적은 끝간데 없이
떨어지기도 했고... 우여곡절끝에 고2부터는 어린
시절처럼 매우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가난하다보면 더러운 꼴 많이 봅니다.
어쩌다 부딪히는 검사란 사람들의 현실에서의
모습에 많은 실망을 하게 되죠. 그들은 강자의
편이죠. 설마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지금은
하지만... 검사나 법조계에 몸담고 싶은 생각은
없어져 버렸습니다.
특히나 인간이 인간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사고방식에는 탐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법조인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내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의사는... 여전히 존경스러운 직업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군데를 빼고는 적어도 대한민국에 있는
의대에는 들어갈 수 있는 학력고사 점수를
받았습니다. 자연계였기 때문에... 주위에서
의대를 선택하라는 얘기도 꽤나 들었습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후후... 사람의 몸에 주사바늘을 꼽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낫게 하기 위해서이겠지만... 전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어릴 적 꿈 중의 하나였던 과학자의 길을
가려고 공대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던... 그리고 정말 착하고
순진하던 친구가 의대를 갔습니다. 흔히들 공부
잘하는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자존심은 세지만...
그 친구는 정말 착한 친구였습니다. 저는 드물게도
성적이 4년제 지방대학은 그럭저럭 들어갈 정도로
떨어졌던 시절이 있어서(고1때)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
친구는 참 착했습니다.
그 친구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
몸에 주사바늘을 꼽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니...???
3. 대학교 다니던 때...
87학번입니다. 우리 때 데모 참 많이 했습니다.
법대생들도 많이 했었지요... 그래도 법대 분위기
별로 좋아 하지 않습니다. 그 놈의 특권의식!!!
의대생들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걸
비난하는 분위기는 없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사람의 목숨을 다루어야하는 그런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데모를 하는 것보다 의학에
대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 더욱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는 본과를 위해 대학로에 있는 캠퍼스로
갔습니다. 동문회에서 시체해부하는 얘기를 하는
바람에 저녁을 먹지도 못했지만... 그 숫기 없던
친구가 이렇게 변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나라면 절대 못할 일을 하는 그 친구가 대단하게
생각되었습니다.
4. 방위를 나왔습니다.
세상에 대해서 조금씩 다른 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대학시절 원론적인 얘기에 집착했다면...
부산에서 그 친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인턴이던
그 친구 월급이 80만원이나 된다며... 차값은
자기가 다 내더군요.
우와! 겨우 스물네살에 80만원이나 되는 월급을
받는다는 말에 무척 대단한 놈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생각보다 적네? 인턴이라
그런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5. 공부도 못하는게 또 대학원을 갔습니다.
우리 사회의 움직임이 조금씩 더 체계적으로
보이더군요. 10대 기업안에 드는 기업 중에서도
몇개는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돌이라는 것에 대한 회의도 들었습니다. 움치고
뛰어 봐야 공돌이니까요. 이 얘기는 중심이 아니니
생략...
사회적 지위가 떨어질 직업도 보이더군요. 검사와
의사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지금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의 직종 선택 양식이 이미 많이 바뀌었죠?
그 얘기도 핵심이 아니니...
의사도 그렇더군요. 약간은 일반 월급쟁이보다 더
많이 받는 월급쟁이. 물론 개업의는 다르겠지만...
애초에 집안이 부유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돈 많은 마누라를 얻지
않는 이상 고급월급쟁이죠, 뭐...
그리고 공돌이 저리가랄 정도로 평생 공부해야
되는 직업이더군요. 그리고 이미 또래의 증권사에
취직한 친구들보다 평균 연봉이 적어졌지요.
그러나 아직 구조적인 문제는 잘 몰랐습니다.
기냥... 쟤들도 참 더러운 직업을 택했군...
정도였지요. 왜냐면 그 나마도 실제 일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을
생각하면... 물론 제대로 된 의사를 기준으로요...
6. 취직을 했습니다.
공장 현장에 있었습니다. 맞교대란 것도 해보고
4조3교대도 했지요... 그래서 당직을 서는 의사에
대해서도 좀 해하지요. 그거... 참 못할 짓입니다.
그래도 해야 되지만요.
그러다가 지금은 서울에 있습니다.
작년에 조카가 상담을 원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저만 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집안에서도
대학생은 드문 편이고... 더구나 서울대를 나온 건
저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친지들에게 이런
부탁을 자주 받는 편입니다.
의대를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해
주었죠.
만약 의사란 직업이 잘 먹고 잘 사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가려고 하는 거라면 가지
마라고요. 의사란 직업은 니가 양심을 지키려면
정말 피곤하고 힘든 직업이라고요. 제대로 쉬기도
힘들다고요. 그 놈의 삐삐는 언제나 차고
있어야지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짜짱가처럼 나타나야만
하지요...
근데 그 녀석이 그러더군요.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다구요. 모르겠습니다. 제 말을 못 믿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좋은 의사가 되고 싶어서였는지...
그러나 겉으로 말은 좋은 의사가 되어서 아픈
사람을 고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제 조카라서가 아니라, 정말 순박한
아이입니다.
결국 지금 녀석은 제 후배가 되었습니다. 물론
과는 다르지요. 그 녀석은 내가 그렇게 두려워
마지 않던 의대를 가서 지금 예과 1학년입니다.
의대는 아직은 착한 애들이 많이 가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힘들어도 우리
월급쟁이보다는 많이 벌겠지요. 금융 쪽에 있는
친구들보다는 못하더라도요.
7. 올해초 딴지일보에서 의약분업에 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제대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제도, 그리고 지금 고치겠다는 제도 참
웃기더군요.
제가 느끼기에 그런 식으로 의약분업을 할 바에는
차라리 지금이 낫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두어서도 안됩니다.
대학시절 이후로 약사가 전문가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유기화학인가 유기합성인가를 저에게
묻던 약대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나온
과가 화학과는 아닙니다. 공대 공업화학과를
나왔습니다. 저는 저희 과에서 참 공부를 못하던
축이었지만... 그 친구들 보다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지요. 하긴 화학이니까요...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평균적으로
약대생들의 화학적 지식 또는 이해도는 당연히
화학 관련 전공자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 친구들의 지적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화학에 대해서 좀 수박겉할기식으로 배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뭐 이런 비유가 어떨까 싶네요. 옛날에 왠
또라이가 육사출신이 최고의 엘리트라고 주장하던
적이 있었죠. 그 사람의 논리는... 육사에서는
경영학을 배운다... 물론 경영학 전공자에 비하면
조금 약하겠지만... 그에 준한다. 육사에서는
법학을 배운다... 물론 법학 전공자에... 상동...
그리고 물리학, 화학, 기타 등등... 그래서
전체적으로 최고이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지금 약사에 대한 평가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약사가 나쁘다, 호의호식한다...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약사에 대한 제도가 그렇다는 거죠.
그런데 마치 마케팅원론 강의 1학기 듣고
경제전문가 취급해주는 그런 식의 제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정말 여러 분야의 전문가일 겁니다.
근데 화학 관련 전공자로서 제가 보기에 참 웃기는
얘기입니다.
잠시 얘기를 틀어 보겠습니다.
화학 관련산업은 그 기술 단계에 따라 다르게
나뉩니다.
①먼저 정유업계이죠.
정유관련인 분들이 기분 나빠할 지도
모르겠지만... 최저 단계입니다. 뭐 첨가제 좀
달라질까... 특별히 다른 거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차에 어느 회사 제품의 휘발유, 경유
등을 넣던 차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달립니다.
왜냐면 거기서 거기거든요.
②정유보다 조금 기술이 발전된 단계가
석유화학입니다.
뭘 만드느냐... 여러분들이 직접 보실 일이
없습니다. 중간원료를 만드니까요. 여러분이
일상생활에서 이용하시는 각종 프라스틱의 원료를
만듭니다. 정유와 마찬가지로 소품종
대량생산입니다. 물론 정유보다는 가지수가
많지요. 저희 회사에서 만드는 폴리머만 100가지
종류가 넘습니다.
같은 화학적 이름을 갖고도 가공 조건에 따른 물성
차이에 따라... 첨가제에 따라 서로 다른 용도를
갖고 있습니다.
똑같이 LDPE인데도 어떤 놈은 필름을 만들 수
있는데... 어떤 놈은 안됩니다.
그리고 똑같은 물성인데도 경쟁사 제품과
다릅니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는 물론
다르고요... 심지어 똑같은 기술로 만들고 겉으로
드러나는 물성이 같은 제품인데도 다릅니다.
우리 원료로는 되는데 경쟁사 원료로는 안되고,
경쟁사 원료로는 되는데 우리 원료로는 안되고
그렇습니다. 겨우 석유화학 단계일 뿐인데도
말씀입니다.
그리고, 우리 기술지원팀에서조차도 겉으로
드러나는 물성만 가지고 이 기계에서는 될 거다 안
될 거다라는 말을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냥 될 것
같다, 아니다 정도지요.
그나마 기술지원팀이 아니면 '그냥 한 번 해
보시죠'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합니다. 화학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인데도요.
③요 다음 단계가 정밀화학입니다.
소품종 대량생산입니다. 남의 기술을 복사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은 정말
똑같이 베껴도 같은 효과를 가진 제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하긴 그렇게 쉽게 베낄 수 있으면... 문
닫게요.
④이 정밀화학에서도 꽃이 제약입니다.
고수익 상품이지요. 여기에서의 약은 양약을
말합니다. 화학 제품이지요. 두통약이라고 다 같은
약이라고요? 소화제라고 다 같은 약이라고요?
정부쪽에서 하는 얘기를 들으면 가소롭습니다.
일반 국민이면 몰라도 중요한 의료정책을 집행해야
할 사람들이 그런 무식한 말을... 특히나 사람
몸에 들어가야 하는 약은 많은 임상실험을 거쳐
부작용 등도 연구하고... 하여튼 화학제품 중에서
가장 까다롭고... 쓰기에 따라 정말 유용할 수도
있고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 그런 겁니다.
제가 오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임의 조제...
의사는 A라는 두통약을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약사는 임의 조제 권한에 의해 같은 두통약인
B라는 제품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약사는
전문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같은
약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많은 이문이 남는 B라는
약을 넣어줄 수도 있죠. 당장에 죽거나 큰
부작용이 없는 이상, 뭐 어때요?
그러나 이거 정말 위험합니다. 우리가 흔히 겪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내가 감기가 걸렸습니다. 병원을 갑니다. 무식한
의사는 그 자리에 서기 위해 십수년을 의학을
공부했음에도 진찰을 합니다. 청진기도 갖다
대보고 입을 벌리게 해서 목 안도 봅니다. 그리고
주사에 대한 부작용이 있는지 특정 약에 의한
부작용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주사도 놓아
주고 약도 주지요. 지금 의사분들 얘기에 의하면
굳이 안 줘도 되는 약도 주셨나본데... 하여튼
저는 워낙에 약을 싫어하는지라 병원 한 번 갔다
오면 기냥 바로 낫습니다.
이번에는 약국을 갑니다. 우리의 전지전능한
약사는 삼년간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배웠지만... 대단합니다. 딱 보면 압니다. 감기요?
이틀치 지어 드릴까요, 삼일치 지어 드릴까요?
우와 대단합니다. 우와 편리합니다. 기냥 보면
압니다. 약에 대해서도 정말 잘 압니다. 내가 특정
약에 대한 부작용이 없을 거란 것도 척보면
압니다. A와 B는 같은 약이란 걸 기냥 압니다.
부작용? 죽지 않으면, 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됩니다.
저는 물론 대학을 다닌 이후로... 약대생들의
수준을 이해한 이후로 아파도 약국에 가지는
않습니다. 아! 반창고나 일회용밴드 등을 사러는
갑니다. 그러나 약국에 가서 제가 먹을 약을
조제하지는 않습니다. 제 몸을 비전문가에게
맡기기는 싫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약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고도 생각하고요.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요구를 해야지요.
뭐 저도 반성할 것은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병원 가는 것을 귀찮아하기 때문에... 그냥 약국에
갑니다. 제가 대신 가서 어머니는 예순이시고 지금
감기가 걸리셨는데... 열은 있고... 뭐 하여튼
설명을 하기는 하지만... 대단한 약사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아도 다 이해합니다. 안타깝지만...
부모님의 약은 그런 식으로 사 갑니다. 그냥 과자
사는 것 같습니다.
전 아예 제도적으로 바뀌길 바랍니다. 우리
부모님도 의사의 진찰을 받고 나서 지정된 약을
드시거나, 또 가능하다면 약같은 것 먹지 않고
식이요법이던, 다른 생활습관의 조심할 사항 등을
통해서 몸을 추스리길 바랍니다.
양약! 이거 정말 가능하면 안 먹어야 되는 겁니다.
다시 돌아가지요.
적어도 의사는 우리 사회계층 중에서 사람 몸에
대해서, 약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공부한
사람입니다. 물론 이 사람들도 화학에 대해서는
우리 화학 전공자들에 비해서는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약사와 달리 긴
세월 동안 약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공부를
했습니다. 물론 신은 당연히 아니지만, 벨이
꼴려도 그래도 이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찌 됐던 A라는 약을 의사는 안된다
그러고 약사는 된다 그러면... 실제는 어떤지
모르더라도 우리는 '안된다'라고 믿어야
정상입니다.
그래서 의사가 A라는 약을 지정하면 약사는 A라는
약만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의사가 A라는 약 및
그와 유사한 이런 성분의 약은 상관이 없다라고
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그와 유사한 성분의 약도
약사는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반 약국에 비치할 수 없는 잘 쓰이지
않는 약이라면... 그건 병원에서 팔 수 있게 해야
되고요... 기분이 나빠도 그렇게 해야 됩니다.
우리 몸을 위해서는요... 자라날 우리 후세들의
건강을 위해서는요...
물론 그걸 이용해서 몸에 쓸데없이 병원에 있는
많은 이익이 남는 약을 지정하고 팔아 먹는 나쁜
의사놈들도 분명히 생길 겁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의료를 하고 싶어하는 제대로 된 의사선생님들이
돈 때문에 그런 더러운 유혹에 빠지지는 않을 수
있도록 해줘야 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의사가 다 잘 살아야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히 의사라도 망하는 사람도 있어야
되고 월급쟁이보다 못한 경제 수준인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저번에 욕쟁이의대생 이상한 말 하던데... 의사
연봉이 대기업임원보다 못한 것은 당연한 겁니다.
기준치는 잘 못 잡았습니다. 의사가 사회 최고의
부유층이 되어야 할 이유는 결코 없습니다.
여러분의 뜻이 왜곡될 수 있는 그런 표현은 하지
마세요.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의료혜택을
오히려 가로 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의료행위를 통하여,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수준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양반들 여가시간도 줘야 합니다. 쓸데없는 나쁜
의사놈들은 그러면 이상한 짓거리나 하는 놈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아닐 겁니다. 물론 가끔
룸싸롱 갈 수도 있고... 골프 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정상적인 의사는 지속적으로 의학공부하고
신기술 습득하고 또 돈도 벌어서 더 좋은 장비도
사고... 그럴 겁니다. 그럴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로 남는 시간에 주식에
신경쓰고... 부동산에 신경써야만 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어디에나 그런 놈들은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평균 이상은 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가방끈이 길어서도 아니고...
결국 인명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 지금 폐업하는 거... 우리 책임도
없다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랍니다. 어쩌다 병원에 가면,
한 20분쯤은 의사가 나에게 시간을 할애해서
주사나 약 이외에 내가 뭘 해야 되고, 뭘 하면
안되는지... 왜 그런지 설명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안 먹어도 되는 약 먹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프면 이 사람들 말 무조건
들을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안 맞아도
되는 주사 맞이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아직 없지만... 내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쓸데없이 제왕절개를 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내가 환자로 병원을 찾았을 때, 정말 나에게
필요한 처방만을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어지간하면 병원을 가고 싶지 않습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쓸데 없는 약을 먹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의료기술이 마구마구 발달하길
원합니다. 혹시 내가, 내 주위 사람이 괴상한 병에
걸렸을 때, 국내에서도 치료를 할 수 있어,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에 나갈 형편이 안되는
사람이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럴려면 그런 환경을 마련해 줘야만 합니다.
사다리 위에 올려 놓고 밑에서 흔드는 행위만
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얄미워도 말입니다.
그리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급니까?
일부 더러운 놈들은 어떤 제도가 생겨도 더럽게
삽니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 의사들이,
의사지망생들이 양심을 지키고도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됩니다.
그리고 여유시간도 있어서 머리도 식히고 그리고
개인의 의학발전을 추구할 수도 있도록 합니다.
환자에 치여서... 지쳐서... 일과가 끝나면 곯아
떨어지는 일은 드물게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의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설사 어느 정도 심성이 나쁜 놈이라도 의사의 길을
택한 이상, 양심을 굳이 거스를 필요가 없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게 결국 우리에게로 돌아올
혜택입니다.
의사가 가난해야 된다는 것이 우리의 바라는 바는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적어도 젊은 의사, 의학도에 대해서는
그 양심을 믿습니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요.
그러나 단순히 욕심 때문이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만이라면 현 제도를 받아
들이더라도 그 좋은 머리로 얼마든지 샛길을 찾을
겁니다.
그러나 일부 의사는 최상류층이 되어야 한다는
착각을 하는 의사나 의학도가 있다면 그런 착각은
버리십시오.
의사는 돈 벌기 위한 직업은 아니니까요...
8. 요즈음...
이번 폐업이 있기전 어머니가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간이랑... 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더군요. 원래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셨기
때문에... 걱정이 앞섭니다. 재검진을 받고 싶어
하셨었는데... 그럴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혹시 이번 일로 건강에 치명적인 일이 생기지
않기만 바랍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처방료를 올려주겠다는 정부안을 거부한 것에는
지지의 의사를 표명합니다. 제대로 된 의약분업이
되려면 진찰료를 올려야지요.
피카소에게 그런 일례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식사를 하는데 어떤 귀부인이 조그만 종인가
어딘가에 피카소의 친필인가 그림인가를
요청했는데... 피카소가 선하나 그려줬답니다.
그리고 공짜가 아니라 거액을 요구했다는 군요.
그래서 부인이 항의를 했겠죠. 선 하난 찍
그려주고 무슨 돈을 그렇게 받냐구요. 그때
피카소가 그랬다더군요. 이 선 하나 그릴 수 있게
되기 위하여 평생이 걸렸다고요.
진찰료는 현실화해야 합니다. 진찰만 해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엄청난 환자를 진찰하지 않고 하루 30명 이하의
환자만 진료를 해서도요. 의사의 진료는 약사의
조제와 약값보다 비싸야 합니다.
왜냐구요?
내가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내가 꼭 먹어야 되는 약을 먹게 해주는,
내가 꼭 맞아야 할 주사를 맞게 해주는,
내가 꼭 받아야 할 수술을 받게 해주는
것에 대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약은 화학약품입니다.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약을 먹는 것은 몸에 나쁜
부작용만 줄 뿐입니다. 내성만 생기게 될
뿐이겠죠. 필요없는 약을 먹는다는 것은 독을
돈주고 사먹는 꼴입니다. 단지 우리에게 의학적
지식이 없다는 죄로 말입니다.
9. 그러나...
의사 여러분!
응급실도 폐쇄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말이 백번 맞다고 인정하지만... 그것은
결코 해서는 안될 방법입니다. 세상을
흑백논리로만 보지 마십시오. 세상을 적으로
돌리지 마십시오, 단지 여러분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윷놀이에도 도와 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
걸, 윷이 있지요. 여러분들이 결코 택해서는
안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을 인지하시고 지금이라도
방법을 바꾸시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지혜롭다는 것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저도 과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해는
합니다. 옳고 그른 것만 생각하기 쉽죠. 뜻이
옳으면 당장은 비난 받아도, 나중에 이해해 줄거란
착각은 하지 마세요. 방법도 중요한 겁니다.
10. 저라면 이렇게 할 겁니다.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소아과는 정상
운영합니다. 그러면 우선 도덕적 비난에서
벗어납니다. 적어도 환자의 목숨을 인질삼아...란
표현에서는 벗어납니다. 설사 언론에서 뭐라고
떠들어도 결국은 진실이 알려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렇게 정상 운영하는 병원에
기다리는 시간이 아주 길어질 겁니다. 그
보호자들에게 여러분의 주장하는 바를 알기 쉽게,
왜 반대하는지... 무슨 문제가 있어서인지를
알려주는 전단을 배포하십시오. 기다리는 시간에
그것을 보게요.
정말 부당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것만큼은
환자를 위해 어려워도 정상운영하면서 이렇게
정부와/언론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알려
주십시오.
즉각적인 효과는 약할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여러분의 그 환자 보호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분야의 파업은
차라리 장기화될 각오를 하고 하십시오. 그래서
환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하십시오. 물론
의사들에게 따지는 환자들도 보호자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장시간의 기간이 걸릴 지는 모르지요. 그러나
말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무식하다고, 여러분의 뜻을 몰라 준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오히려 여러분의 뜻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대신 싸워 줄 겁니다.
우리 부모님, 내 아내, 내 아이 건강이나 잘
돌봐달라고 하며 대신 싸워줄 겁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은 아닙니다. 현 상태로
장기화된다면, 여러분의 사회의 적이 될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뜻이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질
수단이 사라질 겁니다. 직접 만날 수 없으니까요.
거리시위에서 만난다고요? 기껏 구호로요? 바로
앞에서 여러분에게 계란을 던지지 않는다고
여러분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거라 착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이 택한 길은 스스로 입을
닫고... 골방에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때를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간자적인 입장에 있던 사람도
여러분에게 등을 돌릴 겁니다.
여러분은 그 방법에 있어서의 잘못으로, 시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게 모두 언론
때문이라만 각하십니까? 어린애처럼 굴지
마십시오. 의학에 대해서는 여러분보다
모르지만... 그렇게 무식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여러분이 걱정하는 것처럼요.
여러분들은 보다 격렬해지면서, 스스로 안으로
뭉칠 뿐입니다. 시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마음조차
사라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끼리 똘똘 뭉쳐 싸우면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면 오히려 사회의 공적이 되는
자리로 스스로 올라가는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뜻과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바뀌길 바랍니다. 강도는 약하더라도
차라리 장기전을 꾀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실상을
알려서 시민들이 여러분 편이 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분이 시민들 감싸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윤봉길의사가 홍구공원이 아니라 대한독립을
위한다며, 그 효과를 강하게 하는 것에만 신경을
써서... 우리 민족이 많은 종로 한복판에 폭탄을
던졌다면...
그 뜻이 아무리 좋았다 하더라도... 욕만 들었을
겁니다. 자기가 독립시키겠다는 자기 민족의
목숨을 상하게 하니까요.
그러나 다행히 윤봉길의사는 우리 민족을 수탈했던
일본놈들이 있는 단상에 폭탄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많은 의학적 지식이 있으나 지혜가 없는,
사회적으로 무식한 여러분은 마치 종로 한복판에
폭탄을 던지는 격입니다. 아직은 폭탄이 폭음탄
수준이라서 그나마 큰 문제가 없지만... 자꾸
폭탄의 위력만 키우려 하는군요.
너무너무 할 말이 많아서 주저리 주저리 적다
보니... 하여튼 수고하세요. 우리 어머니껜 아무
일이 없어야 될텐데...
혹여 이 일로 내 어머니께 무슨 일이, 그럴 리는
없지만, 생긴다면... 앞으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의사라도...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지요...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만요,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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