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럭거리는 소리와 문틈새로 들어오는 형광등 불빛에 잠을 깼나보다.
머리맡에 핸폰을 올려서 시각을 확인하는 그녀.
채 다섯시도 안된 녘이다.
"이넘의 자슥 여기다 똥오줌 싸지말라 그랬지?"
뒤이어
몇 대 후려갈기는 소리가 들리고,
짜증섞인 남편의 소리를 들으며 방문을 여니,
3키로 밖에 안된 깜순이넘이랑 실갱이하고 있다.
"왜 갸를 때리고 그래..!
"말을 들어먹어야지 왜 여기다 싸냐고?"
"베란다문을 닫아 냤으니 딴엔 지넘도 어쩔 수 없이 싼게지."
그러면서 화장실로 들어가니 언제 쫓아 왔는지 그녀 발밑에서 꼼지락 거린다.
억울한 눈빛으로 변기통에 앉아있는 그녀를 치어다 본다.
"깜순아 그러니까 화장실 여기 바닥에다 쌈 되잖아 왜 부엌바닥에 싸서 매를 버니,응?"
그랬더니
지넘도 지편 들어주는상 싶은지, 낼름 앉아있는 허벅지께로 앞다릴 올리며 울먹이는 표정이다.
그런넘을 안아주며 병원에 계신 어머님 생각으로 가슴 한켠 싸~하다.
이넘이사 베란다에 싸는 습관대로 했을 뿐인데, 그 베란다 문이 닫혔으니 주방 바로 문앞에다 쌀 수밖에......
핸폰으로 새벽 6시에 맞춰 놓았지만, 오늘은 일어난김에 어제 사다놓은 고기도 꺼내놓고 불려놓은 미역을 손질하며, 커다란 냄비에 고기랑 미역을 넣고 참기름 조금 넣고 달달 볶아 하나가득 물도 붓고선 바글바글 끓길 기다린다.
그 동안 쌀도 씻어 밥솥에 앉혀놓구선 국이 끓고 밥이 되어가길 기다리며 동안에 화장도 하고 외출준비를 미리서 하는 그녀다.
엊그제 밤늦은 귀가와 컴퓨터 사건이후로 제대로 눈도 맞추지 않는 남편은 거실에 누워 텔레비젼만 보는듯 하다.
"몇시 나갈꺼야?"
"왜?"
쌩한 볼맨 소리다.
"7시쯤에 나감 나 병원에 태워다주고 갔음하고."
"미리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어쩔련지 모르겠다."
"어디 가는데?"
"수안보에"
"그긴 왜 가는데?"
"일 때문에 가지 왜 가긴,"
흠......
뭔지모를 석연찮은 대답이 수안보 온천에 필시 여인들 대동하고 몇몇이 놀러가는 것이리라.
이러저러 밥도 국도 다 끓여진것 같아서 보온밥통에 밥이랑 국도 한 통씩 싸고 또 비닐봉투에 따로 국이랑 밥도 싸서 놓았다.
"밥 국에 말아 한 술 뜨지요?"
"안먹어?"
그러던지 말던지 밥 한 공기랑 국 한 그릇을 식탁에 놓았다. 김치랑,
안먹는다고 볼맨소릴 하던 남편은 거의 다 먹었다.
부스럭거리며 옷 챙겨입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더 묻는다.
"나 좀 태워다 주지그래요?"
"알았어 얼른 나와"
후다닥 챙겨놓은 밥과국을 들고선 차에 올라타는 그녀.
별로 멀지않는 병원까지의 거리를 말 한 마디 않는 두 사람
정적을 깨는 전화소리다.
"왜?지금 가려고"
"다들 그 쪽에서 만나기로 했지. 넌 지금 어디냐?"
"왜 그러게 술을 먹고선, 어제 올라와 있으라 했잖아."
"에잇 그 자식은 꼭"
"왜 그 친구랑 오늘 일하러 가는것 아냐?"
"술만 처 먹음 꼭 그러니"
그러고 얼버무리는거이 암만혀도 수상쩍다.
내리면서 한마디 하는 그녀다.
"수안보 온천에서 이삔 여인들이랑 뜨겁고 재미있게 놀다 오세랑."
일곱시도 안된시각에 병실로 들어서는 그녀를 보며
"니가 이 시간에 왠일이냐?"
"어머님이 아프셔서 힘든 상황이지만 아버님 오늘 칠순 생신이잖아요. 다른건 못해 드려도 미역국이라도 아침에 드시게 했음 하구요."
"어제는 잠 좀 편히 주무셨어요?"
"어제 처음으로 기저귀에다가 오줌을 쌌다. 죄~뜯어 내더니 왠일인지 한 번 싼것 같은데도 그냥 내버려두라 그러더라."
"네"
당신이 아직은 기저귀 신세를 지고 싶지 않는 안타까운 몸부림이었는지도. 수치스러움이 아직은 의식속에 남아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룻밤새 너덧번은 옷을 버려서 간호사 한테 환자복 자꾸달라하기 미안하다며 이사람 저사람 부탁을 해서 옷장에 환자복이 수북히 쌓여있다.
"자~어머님 아~하세요."
아침을 먹여드리며 이것저것 챙기니
"아~맛나다.무슨 국이냐."
"네 어머니 미역국이요 어머니 오늘이 무슨날인지 아세요?"
히~웃으시며 딴청만 하신다.
옆에서 말없이 그녀가 싸온 미역국에 밥 말아 맛있게 드시는 아버님.
간호원이 와서 혈압을 제며
"저~ 여기가 어디예요?"
"성함이 뭐예요?"
물어봄
"글쎄, 여기가 어디지?"
"내가 누구지?"
앞에 서 있는 그녀를 가리키며 "저 분이 누구예요?"
"저 이삔 아가씨가 누구지 왜 여기 와 있는거지?"
또 그 옆에 앉아계신 아버님을 가리키며 저분은 또 누구세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저 양반? 저 양반은 우리집 대들보지."
간식을 먹으며 느닷없이
"지원이 지원이 어디있어?"
"지원이가 누군데?"
"지원이가 누구냐니 우리집 장손이지."
유일하게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버님과 큰아들인 남편, 그리고 손주인 지원이다.
낳은지 일주일 만에 대리고 가서 근 6년동안 키워서 그럴런지도 모르겠다.
기억 저 너머에서 가물 거리며 가끔씩 목울대를 치고 그리움이 북 받치는 사람이 있긴 있나보다.
기억의 저 편 어디선가에서 안간힘을 쓰고 계신 어머님을 바라보며 얼마전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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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정진규
소설가 이청준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인데,
나긋나긋하고 맛있게 들려준 이야기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아주 슬픈 이야기인데,
그의 입술에는 끝까지 미소가 떠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깊이 내 가슴을 적셨던 아흔 살 어머니
그의 어머니의 기억력에 대한 것이었는데,
요즈음 말로 하자면 알츠 하이머에 대한 것이었는데,
지난 설날 고향으로 찾아뵈었더니
아들인 자신의 이름도 까맣게 잊은 채 손님 오셨구마
우리집엔 빈방도 많으니께 편히 쉬었다 가시요 잉 하시더라는 것이었는데,
눈물이 나더라는 것이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책을 나무라 하고
이불을 멍석이라 하는가 하면, 강아지를 송아지라고,
큰며느님 더러는 아주머니 아주머니라고 부르시더라는 것이었는데,
아, 주로 사물들의 이름에서 그만 한없이 자유로워져 있으셨다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사물들의 이름과 이름 사이에서는
아직 빈틈 같은 것이 행간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이었는데,
다시 살펴보니
이를테면 배가 고프다든지 춥다든지 졸립다든지 목이 마르다든지
가렵다든지 뜨겁다든지 쓰다든지 그런 몸의 말들은
아주 정확하게 쓰시더라는 것이었는데,
아, 몸이 필요로 하는 말들에 이르러서는
아직도 정확하게 갇혀 있으시더라는 것이었는데,
몸에는 몸으로 갇혀 있으시더라는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어떤 빈틈도 행간도 없는 완벽한 감옥이 있더라는 것이었는데,
그건 우리의 몸이 빚어내는 눈물처럼 완벽한 것이어서
눈물이 나더라는 것이었는데,
그리곤 꼬박꼬박 조으시다가 아랫목에 조그맣게 웅크려 잠드신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子宮 속 태아의 모습이셨더라는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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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아버님 칠순이라시니 지금 제가 칠십줄이니,하마 이십여년 전에 쓴 글이다.
지금은 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어머님은 요양원에 콧줄에 의지하고 긴 생명 줄을 이어가신다
한 때 잘나가던 남편은 염치도 체면도 부끄러움 까지도 마눌에게 내 팽개치는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인 치매 초기인 인지장애 등급이다 지난 수요일날 등급심사를 받았고 목요일엔 치매관련 요양보호사 시험을 봤다 다행이 우려했던것 보다 점수가 많이 나왔다. 다음 주에 나올 심사등급도 이번엔 꼭 원하는 등급이 나왔음 좋겠다
참 새까만 털을 가진 얌전한 시츄 암놈인 깜순이도 10년도 못채우고 눈알이 녹아내리는 처참한 모습을 남기고 부처님 오시는날 조용히 무지개 다릴 건넜다.
.
.
첫댓글 살다보니.....
결국엔 누구나 갈 길을~
어찌살다 가는 게
잘사는건지.....
새삼 느끼며 살아가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네요
살다보니
제법 오래 살았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
요 요님~~
가만히
한번 불러봅니다.
요 요 니임~~
토닥 토닥♡
페이지님~~~
요란하게 불러 봅니다
늘 예쁘고 아름다운 페이지님
감사합니다 ^^~
@요 요
오래전 쓴 글이라지만
아들은 어른생신날도 모른체 이삔여인들이랑 온천가고
며느리는 새벽부터 미역국끓여 이고지고 병원가신건가요? 에구구
효도는 셀프라는데
애많이 쓰셨네요
시험 잘봤고
등급만 잘받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잘될거에요
점수가 85점 나왔어요
그 중 한개는 어이없게 틀렸어요
치매 365일 24시간 열린 전화번호가 몇번이냐에 1577 1000번인 건강보험 전번을 골랐으니 ㅎㅎ
마음에 울림을 주는글 잘 읽고 갑니다
마지막 까지 정신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이청준님 어머님의 이야기라면 정말 슬프네요
그 작가님 어머님은 남다른 자식 사랑에 당신 아들
책 속 에 등장하셔서 만인의 눈물 샘을 자극하셨던 분이셨는데
요요님도 아시죠 그 눈길이라는 작품 그 어머님이실까요
사물의 기억에서는 자유스러워 지셨지만 육체의 아픔에는
묶여 있는 정신력이 슬프네요
착가의 어머니 이야기를 이렇게 받아 적는 작가 분도 다시
보입니다
요요님은 그 지난한 살림살이에서도 소중한
감성 간직하셨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운선님은 책을 많이 읽어신 분이라 모르는게 없으시니
요즘은 감성인지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오십대 때가 그래도 한참 좋았던 시절이었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