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2006년 12월
여행을 떠나기로 한 달은 12월이다.
영희가 겨울에는 추우니 봄에 가면 어떻겠냐고 하는 권하는 것을, 복직하기 전에 여행하여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고 와서 건강한 모습으로 3월부터 출근하고 싶다고 하며 12월 여행을 실행했다.
여행을 떠나는 날
그동안 대학을 졸업하여 취직한 아들은 출근하며 3학년이 된 딸 애는 등교하며 직장 때문에 학교 때문에 공항까지 못 나간다며 안녕히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하며 출근과 등교를 한다.
웃으며 그 인사를 받는 기철은 느닷없이 오늘 이렇게 헤어지면 이 아이들을 다시는 못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 들어 눈물이 돌아 화장실이 급하니 어서 가라고 독촉을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눈물을 감추었다.
왜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생각이 드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며
기철은 집에서 헤어지자고 했으나 영희가 공항까지 가겠다며 차를 가지고 나와 기철과 영희는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에 같이 갔으면 좋을 텐데.”
영희가 아쉬운 마음에 한마디 한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당신과 같이 가면 생각을 정리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그래.”
“나는 그냥 그림자처럼 따라만 다닐 께.”
“아니야, 이번엔 나 혼자 가야 돼, 그래야 할 것 같아.”
기철이 다시 울컥 올라오는 비애를 삭이며 어렵게 그러나 태연한 척 말한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오늘 내가 왜 이러지. 못처럼 혼자 하는 여행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한다.
“정말! 내가 방해하지 않을 께.”
“이미 결정하고 떠났는데 이제 그런 말을 해 무엇해?”
“취소하고 하고 다시 준비하여 나와 같이 가면 되지.”
“미안해. 예약한 돈도 돈이지만 이번엔 혼자 가게 해줘.” 하며 가철이 다소 언짢은 표정을 한다.
반복되는 영희의 요구에 대답하는 기철이 말소리가 그렇게 되자 기철의 병을 염려한 영희가
“알았어요. 혼자 보내기가 안됐고 섭섭해서 하는 소리야.” 하고 영희가 사과한다.
“그래. 알았어. 미안해.”
“그러지 말아요. 그렇게 말하니 정말 내가 미안해지려고 그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눈물이 돌아 기철은 얼른 외면을 했다.
왠지 이것이 이 사람과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부터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더니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어 이번 여행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동안 그렇게 완강하게 혼자 여행을 하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여행을 중단한다고 하는 것도 우습고 근거 없는 별스러운 감정 때문에 여행을 중지한다는 것은 더욱 우스워 그냥 여행을 가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2개월여를 외국에 있으려면 바꾸어 입을 옷이 많이 필요하다며 영희가 싸준 외투 등 큰 옷들이 들어있는 옷 가방을 화물로 부치고 손가방만 하나 든 기철은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고 이제 준비가 모두 끝나고 출국장으로 나가면 되니 그만 들어가라고 해도 영희는 기철이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꼭 마음과 몸을 추스르고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라는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어 주고 공항을 떠났다.
그렇게 떠나는 영희를 보내고 출국장으로 들어가던 기철은 중간에 도로 도망치듯 나왔다.
출국장으로 들어가던 도중 느닷없이 「기철아!」하고 누가 자기를 부르는 환청이 들리며 출국장 정면에 우울증 초기에 꿈에서 보던 환영이 어린다.
터널에서 죽은 사람들의 환영이 놀란 기철은 출국장에서 주춤주춤 물러나고 기철이 물러나는 것만큼 환영은 따라온다.
한 발짝을 물러나면 한 발짝을, 두 발짝을 물러나면 두 발짝을
당황한 기철은 돌아서 도망치듯 출국장을 빠져 나왔다.
허둥지둥 출국장을 나와 한참을 정신없이 걷던 기철이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공항 벤치다.
공항 벤치에 앉아 한참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자기가 탈 비행기는 이미 이륙을 한 후다.
자신이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50대 중반을 넘어 내일 모래면 60이 되는 나이에 환청을 듣고 환영을 보고
그것으로 해서 비행기를 못 타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니 하는 자괴감에 빠지며
허탈한 기철은 어떻게 하여야 할지
그렇게 주장을 하고 떠난 여행인데 비행기를 놓쳐 돌아왔다면 식구들이 무어라고 할까?
특히 환청과 환영 때문에 비행기를 못 탔다면
참으로 못난 아빠 못난 남편이 되리라.
아니 그리고 환청과 환영은 왜 하필 그때 들리고 보였을까?
사건 후 거의 혼자 지내다시피 하다 공항 출국 검사대에서 갑자기 우굴 법석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서 그동안 우울증 때문에 피했던 대인 기피증이 공황장애를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출국장 안에 북적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00도로 건설현장 사고 시 많은 사람들들이 난리를 치던 사고 현장을 생각나게 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검사대에 서서 검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검찰의 검사를 받을 때가 생각나 잠재의식으로 묻혀있던 죄의식이 되살아 난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죄의식 또는 패배의식에서 에서 벗어나지 못했단 말인가?
이런 생각에 다시 우울증에 재발하는 것 같다.
그렇게 못처럼 계획한 해외여행도 못 가게 되고 그렇다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니 가족들 보기가 무척 민망할 것 같다.
갑자기 갈 곳을 잃게 된 기철은 한참을 생각하다 이렇게 된 이상 집으로 돌아가기도 쑥스러운 일이니 계획된 날짜만큼 국내 여행이라도 하고 날 수가 차면 집으로 갈까 하는 생각에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나서 좀 지나 버스 안을 둘러본 기철은 승객이 몇 사람 안 되는 버스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아무도 자기를 모르는 사람들 틈에 혼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교도소에서 출소 후 처음으로 편안한 마음이 되어 여유로워 지는 것 같다.
그런데 공항에서는 왜 그랬을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조우가 또 그들이 내는 떠들썩하는 소음이 00도로 현장 사고 때 그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생각게 하였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다.
첫댓글 즐~~~~감!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무혈님!
이초롱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여름 중 가장 더운 날인 것 같습니다
낮 기온이 36도 이었으니까요 .
더위를 잘 이기시기 바랍니다
즐감하고 감니다